[수습기자 딱지떼기④] 인터뷰 - ‘문화부 수습기자로 산다는 건’

입력 2015-03-04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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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 8기 수습기자들. 왼쪽부터 정다운, 유지만, 오예린, 정경진 순. 장세영 기자 photothink@

#국내 한 포털은 ‘내게 쓰는 메일’이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다. 예약 기능을 이용하면 10년 뒤의 나에게 편지를 보낼 수도 있다. 기자들에게 인터뷰는 일이자 생활이다. 또한 취재의 기본이자 중심이다. 늘 타인을 인터뷰하는 기자라면, 한 번쯤 나 자신을 인터뷰해보면 어떨까. 10년 뒤의 내가 현재의 나를 만나는 인터뷰일지도 모른다.

오예린 이투데이 문화부 수습기자를 지난달 27일 서울 동작구 대방동 이투데이 사옥 7층 편집국에서 만났다. 석간신문이라 오후 6시 편집국의 모습은 꽤 한산했다. ‘불금’으로 불리는 금요일 저녁에 인터뷰를 잡아 미안했지만, 그는 “어차피 저녁 9시 30분부터 당직”이라며 웃었다. 아직 입사 5개월 차 수습이라 그런지 그의 모습에서 수습기자다운 풋풋함과 패기도 엿보인다.

대중문화와 문화가 나누어진 신문사도 있지만, 이투데이 문화부는 연예부와 출판, 패션, 공연, 여행 등이 모두 포함돼있다. 오예린 수습기자가 이투데이의 다양한 부서 중 문화부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저는 어릴 적부터 방송이나 연예인에게 무척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누구보다 문화부 기자가 된다면 정말 잘할 자신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진짜 문화부에 오면서 자신감이 바로 사라졌어요. 생각보다 호락호락하지 않더라고요.”

책상에 올려진 달력에는 하얀 빈칸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빼곡히 글자가 쓰여 있었다. 그는 인터뷰 중간중간에도 휴대폰으로 연예계 이슈를 체크하고 있었다. 문화부는 정치나 경제, 사회 관련 부서보다 좀 여유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잘못된 걸까?

“제 주변 사람들도 문화부 가서 편하겠다는 말을 많이 해요. ‘편하다. 아니다’는 개인의 차가 있겠지만 저는 문화부도 사회부 못지 않다고 생각해요. 연예인들의 사건 사고도 사회부의 여느 사건 사고들처럼 언제 어느 때 터질지 모르거든요. 잠을 자다가도 연예인들 관련 사건이 생기면 당장 일어나서 취재해야 하고, 밥을 먹다가도,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나 술을 마시다가도 사건이 터지만 바로 노트북 켜고 사실관계를 확인해야죠. 긴장감을 놓을 수 없어요. 그리고 가요 행사는 대부분 주말에 많이 있어서 주말에도 공연을 보러 가야 해요.”

의문이다. 그래도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이나, TV를 마음껏 볼 수 있다는 건 좋은 것 아닐까.

“황금 같은 주말에 나 홀로 공연을 보러 간다는 건 사실 아직도 적응이 잘 안돼요. 사람들은 공연을 공짜로 볼 수 있어서 좋겠다고 하지만 공연을 일로써 보러 가면 절대 즐길 수 없어요. 공연 가서도 노트북 켜고 출연자들 멘트 받아적고, 어떤 노래를 불렀는지, 그 때의 현장 분위기가 어땠는지 전해야 하는 리뷰 기사를 작성해야 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돼요. TV도 마찬가지에요. 예전에는 누워서 TV를 재밌게 봤다면, 문화부 수습이 되고나서는 TV를 연구하면서 봐요. 프로그램의 기획의도, 아이템 선정, 해당 출연자의 멘트 등이 무엇을 의미하고 어떤 트렌드를 만들고 있는지 하나하나 따져 볼 수밖에 없죠.”

문화부는 연예인에 대한 기사를 작성하는 부서인 만큼 많은 스타들을 만난다. 문화부의 수습기자가 되고나서 연예인을 만나는 느낌은 어떨까.

“저희에게 방송국과 공연은 출입처고 연예인들은 취재원이에요. 처음에는 저도 좋아하는 연예인을 보면 표정을 감추지 못해 혼도 많이 났었어요. 그러나 이제는 많은 연예인들을 보게 되면서 많이 무감각해졌어요. 예전에는 멋있는 연예인이 좋았다면 지금은 질문의 의도를 잘 파악해 명확한 대답을 해주는 연예인이 가장 좋아요. 말이 없거나, 혹은 질문의 의도가 잘 전달되지 않는 연예인들은 솔직히 기사 쓸 때 좀 힘들더라고요.(웃음)”

짧은 수습 기간이지만 친분 있는 연예인도 생겼는지 궁금했다.

“연예인이랑 친하냐는 질문도 참 많이 받아요. 제가 생각하기엔 문화부 기자에 대한 가장 큰 오해가 아닐까 싶어요. 물론 제가 더 연차가 쌓이게 되면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취재원과 친구처럼 지낸다는 건 사실 힘든 일인 것 같아요. 제가 TV에서 봤는데 어떤 기자 선배께서 ‘기자와 취재원의 관계는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적절한 거리를 두어야 객관적인 기사를 작성할 수 있으니까요.”

문화부가 되고 나서 많은 사람에게 질문을 받는다는 오예린 수습기자가 가장 듣기 싫은 질문은 무엇일까.

“‘지라시 정말 맞아?’ 이 질문 진짜 많이 받거든요. 그런데 그런 질문은 제발 묻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어요. 증권가 지라시 뿐만 아니라 연예인들 스캔들에 대한 진위를 묻는 말도 참 많이 받아요. 사실 제가 모르는 것도 많고 설사 알고 있더라도 말할 수는 없거든요. 기자가 되고 나서 느낀 건 기자는 입이 무거워야 한다는 점이에요. 제가 누군가에게 ‘누가 어쩌고저쩌고 그렇다더라’라고 말하는 순간 그 말은 ‘어떤 기자가 그러는데 누가 그렇고 그렇대’로 바뀌어서 마치 소문이 사실처럼 퍼지게 될 것 같더라고요. 그만큼 기자라는 직업은 공적인 책임감을 느끼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그는 앞으로 어떤 기자가 되고 싶을까.

“아이템 낼 때나 매주 칼럼을 쓸 때마다 지식의 깊이가 없어서 늘 부족함을 느끼고 있거든요. 문화부면 연예인이나 방송, 가수들에게만 관심이 많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문화라는 게 정치, 경제, 사회와 다 연관돼 있으니 어느 하나 지식이 부족하면 힘들더라고요. 우선 노력하는 기자가 되고 싶고, 훗날에는 특색 있는 기자가 되고 싶어요. 요즘 매체가 너무 많잖아요. 그런 가운데 독자에게 제 기사를 어필하려면 저만의 특색을 가져야 할 것 같아요. 또 스토리가 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싶어요. 그들의 이야기를 제 글로 담아 전할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아요.”

이제 겨우 입사 5개월 차였지만 인터뷰에 응한 그에게서는 제법 일에 대한 열정과 진지함이 느껴졌다. 그와 대화를 나누니 문득 나의 오래된 과거의 열정들이 떠올랐다. 그가 시간이 흘러도 지금의 이 마음을 잃지 않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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