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경의 통섭]사어(死語)될 기로 서 있는 `내 집 마련`의 꿈

입력 2014-11-07 10:35 수정 2014-11-07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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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팀장

시간이 지나면 세상을 움직이는 질서가 바뀌면서 공허하게 들리는 말이나 개념이 있게 마련이다. "둘만 낳아 잘 살자"는 산아제한 표어가 언제 있었나 싶고, 잡곡을 넣어 먹는 혼식을 국가가 나서서 장려했던 때도 있었다.

`내 집 마련`이란 말도 사어(死語)가 될 지경이다. 투자가 아니라 거주의 안정성을 위한 말이라는 전제 하에서.

누군들 거주의 안정성을 위해 내 집을 갖지 않고 싶을까. 정부가 죽어라 사라고 외치고 제도도 만들지만 안 산다.

미국에서도 젊은이들이 집을 안 사고 있는 추세라 한다.

지난 3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부동산중개사협회(NAR)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생애 첫 주택 구매자의 비중은 27년만에 최저까지 떨어졌다. 올해 들어 생애 첫 주택을 구입한 사람들의 비중은 33%. 전년 38%보다 떨어졌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거주 주택(Primary Residence)을 산 65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생애 첫 주택 구매자 비중이 가장 낮았던 때는 1987년으로 당시 비중은 30%였다. 이 비중은 통상 40% 가량. 그러나 2011년 이후엔 이 비중이 빠르게 줄고 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이 발표한 연간 생애 첫 주택 구매자 비중 추이(워싱턴포스트)
NAR은 생애 첫 주택 구매자들은 주택 시장의 바로미터가 된다는 점에서 우려된다고 말한다. 생애 첫 주택 구매자들이 늘어나면 기존 주택 소유자들이 집을 옮기거나 매매에 나서야 하기 때문에 시장이 활성화할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엔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생애 첫 주택 구매가 줄고 있는 건 고용 사정이 어렵고 임금 성장세도 둔화된데다 임대료도 오르고 학자금 대출 부담이 어마어마해지면서 미국인들이 주택 계약금조차도 아끼려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것이 부동산 발 경기회복 지연을 가져올까 미국도 우려하고 있다.

미국은 부러 독려를 하고 있진 않지만 우리 정부는 주택 구매 촉진에 여념이 없다. 경기 부양을 위해서라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집을 안 사고 전세로만 몰리고 있는 현실은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과녁을 잘못 조준하고 화살을 쏜다는 얘기다.

전세 보증금은 하늘 높은 줄 모른다.

국민은행 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 수도건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금 비율)은 66.3%로 2011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도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70%를 넘었다. 통상적으로 전세가율이 70%를 넘으면 매매로 전환된다고 해왔지만 지금은 `통상적` 상황이 아닌 것이다.

`10.30 전월세 대책`은 전세난에 대한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전세의 월세화를 기정사실로 인정하고 월세에 대한 지원을 늘렸다. 전세에 대한 대책은 여전히 "집을 사라"는 것이다.

하지만 집값이 더 떨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은 실수요자들도 망설이게 만든다. 앞으로 더 낮은 가격에 살 수 있을 거라면 굳이 지금 살 이유가 없다. 특히 대출을 받아서 샀을 경우 집값이 더 떨어지게 되면 이자 부담만 는다. 지금의 집값이 너무 비싸다는 불만도 크다.

한적하고 살기 좋은 한 동네에 사는 한 주부도 우연히 만난 자리에서 한숨과 함께 이런 말을 내놓는다. "여기 살기 좋죠. 좋은 동네죠. 그런데 전세 없어요. 다 반전세(보증부 월세; 전세 보증금 전체를 올리는 대신 일부는 보증금으로 내고 나머지 상승분은 월세로 내도록 하는 것)죠. 곧 또 이사가야 하는데 아이는 싫다고 보채죠. 학교도 가까운데 여기 더 살자고. 그런데 보증금이든 월세든 맞벌이를 해도 빠듯해서 올려줄 수가 없어요."

이 분 역시 그래서 집을 사겠다는 얘기는 전혀 입에 올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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