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손자’ 이정후(25·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데뷔전에서 첫 안타와 타점을 기록하면서 눈도장을 찍었다.
이정후는 2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펫코파크에서 열린 2024 MLB 정규리그 미국 본토 개막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경기에서 1번 타자 중견수로 타석에 들어서 1회초 샌디에이고 선발 투수 다르빗슈 유와 대결했다.
이정후가 다르빗슈를 상대한 건 지난해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이후 1년 만이다. 당시 좌익수 뜬공, 1타점 우전 적시타를 때렸다.
이날 이정후는 샌디에이고 다르빗슈 유를 상대로 1회 삼진, 3회 1루수 직선타로 물러나야 했다.
그러나 5회 초에는 중전 안타를 만들었다. 2아웃 주자 없는 상황에서 타석에 선 이정후는 다르빗슈와 풀카운트 접전 끝에 높게 들어온 변화구를 절묘하게 밀어쳐 중견수 앞 안타를 냈다. 하지만 도루를 시도하던 이정후는 다르빗슈의 견제구에 걸려 아쉽게 아웃됐다.
또 7회초 1사 1, 3루에서는 일본프로야구 구원왕 출신인 좌완 마쓰이 유키를 상대로 희생플라이를 날려 3루 주자를 홈에 불러들였다.
이정후의 희생플라이로 샌프란시스코가 3-2로 앞서 나가면서 결승 타점이 될 수도 있었지만, 팀이 4-6으로 역전패하면서 아쉬움을 자아냈다.
경기 후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이정후는 “꿈에 그리던 데뷔전을 치르게 돼 기분이 좋다”며 “아쉬운 것은 없고, 첫 경기는 잘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첫 안타보다 희생플라이가 더 기억난다”며 “투 스트라이크로 몰린 상황이었는데, 루킹 삼진은 생각하지 않았다. 스트라이크 존에 비슷하면 치자라는 생각을 했다”고 돌아봤다.
첫 타석에서 다르빗슈에 3구 만에 삼진을 당한 것에 대해서는 “수싸움에서 졌다”며 “(다르빗슈를) 분석했을 때 슬라이더를 많이 던진다고 봤는데 뭔가 훅하고 들어갔다. 분석했던 것과 패턴을 다르게 가져갔다”고 짚었다.
5회 첫 안타 후 곧바로 견제사당한 것에 대해서도 “다르빗슈가 홈에 던질 때 자세가 있는데 (그 자세가 나와서 뛰려고 했지만) 오히려 그것을 역이용하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첫 맞대결을 펼친 김하성과의 일화도 전했다. 견제사 후 공수가 교대하면서 유격수였던 김하성은 1루에 있던 이정후를 스쳐 지나갔는데, 이정후는 “견제사 후 (하성이) 형이 ‘신경 쓰지 마’라고 말하고 지나갔다”며 “너무 와닿았다. 그 한마디에 바로 신경 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많은 관중, 좋은 경기장, 이런 경기장의 컨디션에서 경기하는 것은 대표팀 경기 아니면 해볼 수 없다”며 “첫 타석 때 긴장이 된 것은 아닌데 기분이 좀 묘하더라. 더 열심히 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