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북핵보다 무서운 건 인구감소”란 지적

입력 2023-10-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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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저출산율’에도 국민 둔감
노동력 부족은 GDP감소로 이어져
나라명운 걸린 문제…절박함 갖길

초저출산이 뉴노멀화된 한국에 많은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영국 인구학자 데이비드 콜먼은 2006년 “한국의 저출산이 계속되면 세계의 첫 인구소멸국가가 될 것”이라고 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현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2017년 한국을 ‘초저출산으로 인해 소멸로 가는 집단자살사회’라고 표현했다. 한 여성이 평생 나을 아이의 수를 나타내는 합계출산율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1 이하로, 올해 2분기엔 0.7까지 떨어졌으니 한국의 미래가 걱정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렇게 섬뜩한 경고가 난무함에도 정작 우리사회는 이 문제에 참 둔감하다. 인구감소의 결과가 먼 미래 일이라서 그럴 수 있다. 유엔 전망에 따르면 우리 인구가 2100년 3000만 명 정도로 줄어들 거라고 하는데, 앞으로 70년도 더 뒤의 일이라 하루하루 삶에 지친 국민들에겐 피부에 와 닿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시각을 바꿔 생산가능인구 상황을 보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생산가능인구란 통상 15~64세 인구를 말하는데, 노동력과 핵심 소비계층, 비경제활동 인구 부양 등의 주체이므로 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우리 상황을 보면, 초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생산가능인구가 2018년부터 감소세로 접어들었는데, 노동부·통계청 등의 전망에 따르면 2030년까지 320만 명, 2040년까진 추가로 530만 명이 감소할 거라고 한다. 2030년까지 매년 50만~60만 명대, 2033년 이후엔 70만 명대로 감소폭이 커지게 된다는 얘기다.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면 심각한 문제가 따른다. 첫째는 노동력 부족이다. 1년에 50만~60만 명씩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한다는 것은 쉽게 말해 현재 삼성전자 전체 직원 수의 5배가 노동시장에서 빠져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지금은 학교를 졸업하는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못 구해 전전긍긍하지만, 머잖아 기업이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국내에서 사업을 못하는 날이 올 것이다.

둘째는 소비 둔화다. 생산가능인구는 핵심 소비계층이기도 하다. 미국 인구경제학자 해리 덴트는 2014년 저서 ‘인구절벽’(Demographic Cliff)에서 “일본의 경우 1990년대 이후 생산가능인구의 급속한 감소가 소비 둔화를 통해 경제 후퇴를 초래했는데, 한국도 일본의 전철(前轍)을 밟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셋째는 비경제활동인구 부양 부담의 증가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70%의 생산가능인구가 30%의 유소년·고령자 등을 부양하는데, 2070년이 되면 46%의 생산가능인구가 나머지 54%를 부양하는 상황이 된다. 직접 부양하든, 국가가 세금을 걷어 사회보장비로 지급하든 결국 생산가능인구의 직간접적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면 성장률이 떨어지고 심한 경우 GDP 자체가 감소하게 된다. 한국개발연구원이 우리의 경제·사회구조를 개혁하지 않으면 2050년엔 성장이 중단될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다 이런 점을 근거로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우리 정부는 2006년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화위원회를 설치한 후 수많은 대책을 내놓고, 최근 15년간 280조원 이상을 쏟아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생산가능인구 감소의 직접적 원인인 초저출산·고령화는 더 심해지고 있다. 현 정부 들어서는 지난 3월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추진과제’를 발표하고, ‘이민청’ 설치도 검토한다고 한다. 이런 저런 논란도 있지만,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은 다행이다.

현 시점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초고령사회를 먼저 경험하고 있는 일본 사례는 좋은 시사점이 될 수 있다. 코트라 자료(2023년 9월)에 따르면, 일본은 이에 대한 대책으로 △디지털기술 도입을 통한 효율 제고, △근무시간 조정, 유연한 근로여건 조성 등 일하는 방식 개선, △65세까지 고용 의무화, 희망 시 70세까지 취업기회 제공 △특정산업 종사 외국인의 체류기간 연장 및 가족 동반, 외국 고급인재의 일본 체류자격 및 영주권 부여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보다 앞선 정책이 상당부분 있어 부럽다.

미국의 한 언론은 2년 전 “한국의 최대 적은 북핵(北核)이 아니라 인구 감소”라고 지적했다는데, 같은 맥락에서 한국 경제의 최대 적은 생산가능인구 감소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그간의 논의를 통해 문제의 원인과 대안은 대부분 파악돼 있을 것이다. 이젠 정치권과 정부·기업·국민들 모두가 ‘지금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절박감을 갖고, 정파(政派)와 이념·이해득실을 떠나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생산가능인구 감소를 최우선 경제안보 과제로 다루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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