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계적 해외 공략 위한 재정비"
해외에서 불닭볶음면 등 K-푸드가 주목받으면서 사명이나 기업이미지(CI)를 새단장하는 식품업체들이 늘고 있다. 기존 내수 시장 중심에서 벗어나 더욱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려는 의지가 담긴 행보로 풀이된다.
1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양식품그룹, KGC인삼공사 정관장 등은 각각 사명과 브랜드명을 변경하고 CI 등을 교체했다.
삼양식품그룹은 이달 초 그룹명을 삼양라운드스퀘어(Samyang Roundsquare)로 바꾸고 지주사인 삼양내츄럴스의 사명도 그룹명과 같도록 통합했다.
CI는 세계 최대 규모 독립 디자인 컨설팅 회사인 '펜타그램'과 협업했다. 음식을 의미하는 '라운드'와 혁신·질서로 삶을 개선하는 과학을 뜻하는 '스퀘어'를 합쳐 새 상징이미지도 만들었다.
이번 사명과 CI 변경은 불닭볶음면 개발의 중심이었던 김정수 부회장이 주도했다. 삼양식품은 이를 통해 글로벌 톱100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실제 불닭볶음면이 해외에서 인기를 끌면서 삼양식품 전체 매출에서 해외 비중은 이미 절반 이상이다. 올 1분기 기준 전체 매출에서 수출 비중은 64%로 다른 식품업체와 비교해도 높은 편이다. 삼양식품은 기존 사업인 라면, 스낵에서 벗어나 냉동식품 등 사업 다각화도 추진 중이다.
KGC인삼공사도 대표 브랜드 정관장의 이름을 영문 'JUNG KWAN JANG'으로 최근 통합했다. 그동안 정관장은 국내에서는 '정관장', 해외에서는 'Cheong Kwan Jang', 중화권에선 '正官庄' 등 각각 다른 브랜드이미지(BI)를 사용해 왔다.
정관장은 세계 인삼 소매 시장 점유율 1위 브랜드다. 특히 중국에서는 한국 홍삼을 고급 약재로 인식해 정관장이 현지 제품보다 3배가량 높은 가격에 팔린다. 이에 따라 해외 소비자들의 혼란을 줄이고 신뢰를 높이기 위해 BI를 통합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제과도 지난 4월 사명을 롯데웰푸드로 변경했다. 이는 1967년 설립 이후 56년 만에 이름 교체다.
롯데웰푸드는 지난해 12월 이창엽 대표를 영입한 후 해외 시장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2027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을 30~5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기존 파키스탄, 미얀마, 인도 등에서 나아가 앞으로 미국, 유럽 등으로 발을 넓힌다는 방침이다.
한국야쿠르트도 2021년 사명을 'hy'로 변경한 바 있다. 식음료 기업에 한정된 기존 이미지를 넘어 다양한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이 밖에 매일유업, CJ제일제당 등도 사업 다각화와 해외 진출 확대를 위해 사명을 변경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두 회사 모두 종합식품기업으로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각각 유업과 제당을 떼는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재는 관련 논의를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시장에서 일부 한국 식품이 히트하면서 좀 더 체계적으로 현지를 공략하기 위해 사명 재정비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들어 한국 식품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사명 변경이 더욱 활발하게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