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진짜 같은 가짜가 필요한 세상

입력 2020-01-06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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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 정의당 국회의원

2014년에 인간의 개입 없이 기계가 스스로 학습하는 ‘비지도 학습’ 아이디어가 출현하자 인공지능이 획기적으로 발전했다. 이언 굿펠로우(Ian Goodfellow) 박사가 제시한 적대적 생성 네트워크(GAN: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 모델이 그것이다. 이 모델은 생성자 네트워크가 가짜 데이터를 만들면 판별자 네트워크가 이를 식별하여 피드백한다. 실제 자연의 생태계처럼 진화할 수 있는 상호작용 시스템이 구현되니까 기계의 성능은 가공할 정도로 확장되어 ‘진짜 같은 가짜’를 마구 만들어 냈다. 가상 세계가 현실 세계를 압도할 발판이 마련된 것이다.

필자는 바둑 인공지능 중에 가장 세다는 릴라 제로에 두 점 접바둑으로 도전해 보았다. 아예 승부가 되지 않았다. 두면 둘수록 완전히 제압당하는 굴욕감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이미 기계는 더 우수한 성능의 기계를 경쟁상대로 하고 학습했기 때문에 인간 따위는 상대로 여기지도 않는 것 같다. 이 게임에서 필자는 절대자와 같은 존재를 마주했다. 어느덧 인공지능이 부부의 이혼 가능성을 예측하고 판사의 판결까지 예측하는 세상이 되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부부의 결혼 지속 여부를 판단하고 이혼 과정을 관리해주는 회사가 생겨났다. 미국 법정에서는 인공지능으로 만들어진 디지털 분석 자료가 허용된다. 우리 사법체계로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전쟁에도 인공지능이 적용될 수 있다. 우리 합참은 20년 전부터 북한의 130여 개 도발징후 목록을 운용하고 있다. 이 목록 중에 몇 가지가 해당하느냐에 따라 북한의 도발 유형은 6개 정도로 분류되고, 이에 따라 우리의 군사적 대응 수준이 결정된다. 그러나 천안함 사건이나 연평도 포격 사건과 같은 안보위기가 발생했을 때 이런 매뉴얼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이런 매뉴얼은 정치적 변수가 배제된 채 순수한 군사적 상황만을 고려했기 때문에 실제 상황에서는 써먹을 수가 없다.

그러나 합참의장 컴퓨터에 남한을 적화통일하려는 목적을 가진 가상의 북한이라는 존재를 장착한다면 어떨까? 북한에 충성하는 생성자를 우리 내부에 장착하고 우리가 판별자로서 대응하는 방법으로 가상전쟁을 수행하도록 하면 기계들끼리 서로 학습을 할 것이다. 인공지능은 위기상황을 진단하고 우리가 군사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성공 가능성의 확률과 함께 표기된다. 그리고 실제 가상의 전쟁을 수행하면 대략적으로 그 결과까지 예측할 수 있다. 최근 합참 정보본부가 이 일을 착수했다. 제 기술을 융합하여 전쟁수행 모델을 구축하는 일이 머지않았다. 사람끼리 싸우지 않고 기계끼리 싸우도록 하면 인간은 그 결과만 알면 평화가 더 잘 지켜진다.

정당정치에서도 이 같은 변화는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지지율 급락의 폭이 극심한 정의당은 작년 지방선거 직후 지지율이 18%에 육박했고 올해 초에는 5~6%로 폭락했다. 그러나 당시 지지율이 왜 오르고, 왜 내렸지 정확히 이유를 아는 사람이 없다. 간단한 수학적 알고리즘이면 이틀이면 분석이 끝난다. 그런데도 이런 시도를 하지 않고 직관과 본성에 의존하는 동물국회에 몸을 던지고 말았으니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정의당은 단기간 내에 큰 물고기가 되기는 어렵다. 그러나 빠른 물고기가 될 잠재력은 크다. 그런데 지금의 정의당은 작은 물고기이면서 느린 물고기이기도 하다.

시민의 요구가 날로 다양화하는 미래에는 빠른 물고기의 생존 가능성이 크다는 걸 고려하면 정당정치에도 디지털 혁신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래서 만나는 사람마다 정당에 인공지능실을 설치하자고 하니까 사람들은 필자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다. 정당정치가 가상으로 이루어져야만 실제 정치의 전쟁에서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진짜 같은 가짜를 만들 줄 알아야 진짜 세상은 더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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