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랄한 '취사병 전설이 되다'…병맛과 현실 사이

입력 2026-05-20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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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티빙, 네이버 웹툰)
(출처=티빙, 네이버 웹툰)


“취랄하다”

콩나물국에 추가한 청양고추, 명태순살조림 속 토마토소스. ‘킥’이 되어버린 그 하나에 맛본 이들은 감탄사를 넘어 비명을 내지릅니다. 눈이 뒤집히고 입이 턱 벌어지는 그 맛. 더 놀라운 건 이 음식이 바로 ‘짬밥’이란 겁니다.

군대에서 먹는 밥인 병영식을 뜻하는 ‘짬밥’은 ‘기막힌 맛’으로 기억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는데요. 무시무시한 조리병의 등장으로 짬밥의 수준이 달라진다면 소대, 중대, 대대를 넘어 연대까지 소문나는 ‘유명인’이 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죠.

놓칠 수 없는 귀한 존재인 ‘갓(god) 조리병’의 등장은 군 생활의 기쁨인데요. 이 기쁨을 손절 수준의 병맛으로 풀어낸 드라마가 격한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출처=티빙 '취사병 전설이 되다' 캡처)
(출처=티빙 '취사병 전설이 되다' 캡처)


네이버 웹툰 ‘취사병 전설이 되다’의 동명 드라마 이야기죠. 티빙(TVING) 오리지널·tvN 신작인 ‘취사병 전설이 되다’는 19일 4화까지 방영됐는데요. 유명 웹툰의 드라마화인 만큼 기대감은 상당했습니다. 그리고 그 기대감을 넘치게 충족했죠.

티빙 오리지널이긴 하지만 tvN에서도 동시 방영되며 시청률로 먼저 살펴볼 수 있는데요. 닐슨코리아 기준 1회는 전국 평균 5.8%로 출발해 2회 6.2%, 3회 7.2%까지 올랐죠. 19일 방송된 4회는 전국 가구 기준 평균 7.9%, 최고 9.1%, 수도권 가구 기준 평균 8.3%, 최고 9.9%로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는데요. 티빙에서는 1·2화 공개 이틀 만에 유료가입기여도 종합 1위에 올랐고, 공개 첫 주 기준 최근 3년간 공개된 드라마 콘텐츠 중 최고 구독 기여 성과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이 ‘신’도 처음이 있죠. 주인공 강성재(박지훈 분)는 처음부터 영웅처럼 등장하지 않습니다. 군대 안에서 어딘가 불안하고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주변의 시선 속에서 자리를 찾지 못하는 이등병처럼 보이는데요. 하지만 이 모든 건 ‘강림소초’에 배치를 받은 이후부터 그의 눈앞에 등장한 ‘상태창’ 때문이었죠.


(출처=tvN '취사병 전설이 되다' 캡처)
(출처=tvN '취사병 전설이 되다' 캡처)


퀘스트를 달성하고 ‘킥’을 얻기 위해선 스테미너를 소진해야 하는 그야말로 게임 속 주인공이 된 듯한 강성재. 당황스러운 것도 잠시 취사병 보직을 성공적으로 해내기 위해 그에게 떨어진 ‘귀중한 도움’에 적극적으로 응하는데요. 부대 안에서 ‘쓸모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그런데 그 도움이 이 강림소초에는 그저 ‘하해와 같은 은혜’와도 같은데요. 강성재가 오기 전 홀로 병영식을 책임졌던 병장 윤동현(이홍내 분)의 공포의 요리실력 때문이었죠. 맛이라고 말하기에도 미안한 그의 음식에 고통받았던 장병들에겐 말입니다. 강병재의 손길 한 번에 달라진 짬밥 퀄리티에 ‘격한 리액션’으로 반기는 건 그저 소소한 감사인사죠.


(출처=tvN 유튜브 캡처)
(출처=tvN 유튜브 캡처)


하지만 그 리액션은 그야말로 ‘짬밥’이 찬 이들이 더 강렬해지는데요. 위로 올라갈수록 규모는 후해지죠. 국회의원과 사단장뿐 아니라 심지어 ‘민간인’인 황금마차 운영자와 잔반 처리 돈사 운영자를 넘어 귀순자에게 ‘리액션 굴레’가 뻗칩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 반응에 이어 대홍단 감자, 둘리 마이콜, 밥 도둑 추격전, 상투스 천사, 축구의 신까지… ‘요리왕 비룡’이 무색한 혜자 리액션을 보고 있노라면 그저 어이가 없죠. 특별한 음식이 아닌 콩나물국, 돈가스, 명태순살조림, 삼겹살로 만들어낸 작품입니다. 이제는 얼마나 취랄(취사병+욕설 필터링)할지 감도 오지 않는데요.


(출처=tvN '취사병 전설이 되다' 캡처)
(출처=tvN '취사병 전설이 되다' 캡처)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취사장의 하루죠. 실제로는 어떨까요? ‘취사병’으로 표기됐지만, 병영식당에서 장병들의 식사를 책임지는 보직 명칭은 현재 ‘조리병’입니다. 조리병은 식재료 손질, 대량 조리, 배식 준비, 정리, 위생관리 등 병영식당이라는 대량급식 현장을 움직이는 실무 인력이죠.

현재 조리병이 되는 경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요. 하나는 입대 전부터 조리병으로 지원하는 방식이죠. 육군 기술행정병 등 모집병 제도를 통해 조리 관련 특기에 지원하는 경우인데요. 조리 관련 학과를 나왔거나 조리 자격증이 있으면 유리합니다.

다른 하나는 입대 후 특기 분류나 보직 배치를 통해 조리병이 되는 경우죠. 모든 조리병이 원래부터 요리하던 사람은 아니라는 뜻인데요. 신병교육대나 이후 부대 배치 과정에서 군 내부 인력 상황, 부대 필요, 개인 특기 등을 고려해 조리병으로 배치될 수 있죠.

조리병은 타장병보다 일찍 하루를 시작하는데요. 장병들이 아침을 먹으려면 조리병은 그보다 훨씬 전부터 움직여야 하죠. 점심과 저녁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반 병사들이 식사 시간에 줄을 서고 밥을 먹는 동안, 조리병은 배식대 뒤에서 음식을 내거나 부족한 반찬을 채우고 식사가 끝난 뒤에는 식판과 조리도구, 조리장을 정리하죠. 이 때문에 ‘꿀보직’이라는 일부 평가를 코웃음 치며 조리병은 예전부터 업무 강도가 높은 보직으로 꼽혀 왔습니다.

군은 조리병 부담을 줄이기 위해 민간조리원 운용과 자동화 조리기구 도입 등을 2021년부터 추진해 왔는데요. 하지만 민간조리원의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무 여건, 채용 미달 문제가 지적됐죠.


(출처=tvN '취사병 전설이 되다' 캡처)
(출처=tvN '취사병 전설이 되다' 캡처)


방탄소년단(BTS) 정국(전정국), 엑소 디오(도경수)도 조리병으로 군복무를 한 사실이 알려지며 한국을 넘어 외국인 팬들까지도 익숙한 보직인데요. 이번 드라마를 통해 외국 팬들에게 더 격한 판타지가 되진 않을지 이상한 우려마저 나옵니다.

강성재는 이제 시작인데요. 그가 만든 요리의 최고점은 별3개 반. 별이 늘어날수록 벌어질 리액션을 우리는 감당할 수 있을까요? 짬밥에 대한 기억, 인기 메뉴와 기피 메뉴, 황금마차를 기다리던 병사들의 작은 설렘, 조리병이라는 보직의 고단함. ‘취사병 전설이 되다’는 병맛과 현실 사이에서, 꽤 취랄하게 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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