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학상 대상 다이앤 리 "'로야'는 99% 사실…쓰면서 많이 아팠다"

입력 2019-04-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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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읽고 따뜻함 느낄 수 있기를"

▲제15회 세계문학상 수상자 다이엔 리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제공=나무옆의자)
▲제15회 세계문학상 수상자 다이엔 리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제공=나무옆의자)
"소설 '로야'의 99%는 저의 자전적 이야기입니다. 정말 많이 아파하면서 썼어요. 덕분에 아팠던 과거와 화해하고 회복할 수 있었죠."

15회 세계문학상 수상자 다이앤 리(이봉주·45)가 수상작 '로야'(나무옆의자) 출간과 시상식에 맞춰 서울에 왔다. 서울 중구의 한 식당에서 만난 다이앤은 집필 동기에 대해 "'로야'는 타인은 물론 자기 자신과 소통하고 근원을 들여다볼 수 있는 수단이었다"고 했다.

밴쿠버에서 20여 년째 살고 있는 다이앤은 캐나다 국적을 갖고 있다. 그는 대구에서 태어나 경북대와 서울대 대학원, 독일 본 대학원을 거쳐 2001년 캐나다로 이주했다. 이란 출신 남편과 결혼해 딸을 뒀다. 재외동포로는 처음으로 세계문학상 수상자가 됐다.

심사위원들은 "한 문장도 건너뛸 수 없게 만드는 치밀한 문장과 심리적 현실을 재연하는 긴장감 있는 서사가 언어예술로서의 소설을 증명해 보이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소설 제목인 '로야'는 페르시아말로 꿈 또는 이상을 의미한다. 소설 화자인, 캐나다 밴쿠버에 사는 한국 여성이 페르시아 남편과 사이에서 낳은 딸의 이름이기도 하다. 소설은 화자 겸 주인공이 교통사고 후유증을 앓으면서 해묵은 마음의 상처와 대면하고 그로부터 벗어나는 회복과 치유의 과정을 담았다. 작가는 낯선 곳에서 예기치 않은 사고를 통해 이민자로서 오랫동안 감춰왔던 고통의 근원을 들여다보고 스스로 회복하기 위해 쓴 이 소설을 썼다.

"소설은 99% 제 얘기를 사실대로 쓴 거예요. 실제로 제가 교통사고를 당해 후유증을 앓으면서 마음속 상처를 다시 만나게 됐고, 그걸 글로 풀어내지 않으면 몸도 마음도 낫지 않을 것 같아서 생전 처음 소설을 쓰게 된 거죠."

'로야'는 작가의 첫 작품이기도 하다. 소설 속 '나'가 행복한 가정을 꾸려오던 어느 날 고속도로에서 사고를 당하고, 외상없는 회복 과정에서 '나'가 부딪힌 체력과 정신력의 한계 등은 모두 작가 이야기다. '나'는 폭력가정에서 자랐지만, 상처를 준 부모를 이해하려고 애쓴다. 총 13장으로 이뤄진 소설은 '나'의 회복 과정을 따라간다. '엄마는 피해자, 아빠는 가해자'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인간관계에 대해 성찰하고 마침내 치유한다는 내용이다.

▲소설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다이엔 리.(사진제공=나무옆의자)
▲소설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다이엔 리.(사진제공=나무옆의자)

"쓰는 이가 너무 아프면 함께 건강해지자고 말을 건네기 힘들어요. 저 자신은 이미 많이 아팠기 때문에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마음이 따뜻해지길 바랍니다. 어떤 사람이나 대상이 자기 자신과 연결돼 있지 않으면 평가하는 건 쉬워요. 하지만 가족에 이르면 드러내도 아프고 숨겨도 아프잖아요."

'로야'는 소통에 관한 이야기다. 엄마와 딸의 관계에 집중했다. 소통 이야기라고 원활한 소통만을 이야기하진 않는다. 이 소설은 소통이 되지 않는 모녀 관계가 소설 속 갈등의 중심이 됐다. 다이앤은 "엄마와 딸의 갈등이 밋밋하다고 극적으로 고쳤으면 하는 의견도 있었다"며 "저는 중간 지점을 찾았다. 어느 쪽 문화에서 보더라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가치관과 규칙을 상정하면서 쓰고 있다"고 했다.

그의 고향 대구는 어떻게 소설 속에 담겼을까. "너무 적나라한 사투리와 대사를 구현해서 저희 엄마가 너무 경박해 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런 질문을 받기도 했고요. 그런데 굳이 다른 말로 바꾸고 싶지 않았어요. 자전적 소설이잖아요. 숨길 필요 없잖아요."

그의 첫 소설의 근원은 블로그다. 다이앤은 "꾸준히 블로그에 글을 써왔다"며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은 모국어의 근간을 잃지 않기 위함이었다"고 했다

20여 년간 거리를 뒀던 한국의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288쪽에 달하는 장편소설로 펼치는 작업은 쉽지만은 않았다. 한국어로 문장을 쓴 후 영어로 번역했고, 다시 한국어로 쓰며 '3중' 작업을 거쳤다. 한국어로 표현하면 아무렇지도 않은 행동도 영미권의 시각에서는 깜짝 놀랄 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에 보편적인 시각에서도 받아들일 수 있는 소설을 쓰고 싶다는 마음에서 행한 작업이다.

차기작은 엄마와 딸의 서사에서 벗어나 이란계 남성인 남편의 부자 관계를 모티브로 쓰고 있다. "이번에 받은 상금 5000만원은 소아과 의사가 되고 싶어 하는 딸 아이의 학비에 보태고 싶어요. 아직 8살이니 열심히 모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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