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트곡스 트라우마’ 딛고 비트코인 성지로 부상하는 일본

입력 2017-04-06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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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 루피, 길, 아덴...

이 이름들의 공통점은 온라인 게임 내에서만 쓸 수 있는 가상화폐라는 것이다. 그러나 같은 가상화폐여도 비트코인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비트코인은 가상화폐이지만 일상에서도 실제 화폐처럼 통용되기 때문이다. 호텔 항공기 음식점 예약은 물론 온라인 쇼핑몰과 동네 빵집에서도 쓸 수 있다.

하지만 세계 2위 부호인 가치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손에 잡히지 않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 이 가상통화가 못미더운 것 같다. 그는 “비트코인은 송금의 한 수단일 뿐 통화가 아니다”며 “신기루(a mirage)”라고 불렀다. 심지어 “10년에서 20년 후면 사라져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는 호언장담까지 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아무리 올라도 버핏은 절대 여기엔 투자하지 않을 생각이다. 투자자들에게도 비트코인에는 손대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이런 버핏이 국가 차원에서 비트코인을 장려한다고 하면 뭐라고 말할까. 일본의 대형 가전할인 체인점 빅카메라는 이번 주부터 2개 매장에서 비트코인 결제를 시험 도입한다고 5일 발표했다. 우리나라의 종로나 강남 같은 번화가의 대형 가전 할인점에서 현금 대신 비트코인으로 물건을 살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다. 비트코인 전용 결제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한 스마트폰으로 계산대에서 간편하게 지불할 수 있다. 1회 결제 한도는 약 10만 엔이며, 현금 결제할 때와 마찬가지로 포인트도 적립된다.

현재 일본에서 비트코인 결제가 가능한 상점은 전국에 4500곳 정도이지만 앞으로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달 1일부터 개정된 자금결제법이 시행됐다. 이를 통해 가상통화 거래소에 대한 등록제가 도입, 안전 면에서의 제도 정비에 시동을 걸었다.

▲출처:블룸버그
▲출처:블룸버그

일본이 가상통화에 대한 규제 정비에 이처럼 적극적으로 나선 건 마운트곡스 사태의 트라우마 때문이다. 세계 최대 비트코인거래소였던 마운트곡스는 2014년 2월 28일, 거래 처리 시스템이 해킹을 당해 회원 예치분 75만 비트코인과 자사 보유분 10만 비트코인 총 85만 비트코인을 잃었다고 발표했다. 당시 마운트곡스의 거래 가격이 1비트코인 당 약 550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무려 4500만 달러 어치의 비트코인을 잃은 셈이다. 약 13만 명의 고객을 거느리고 있었지만 엄청난 손실을 감당하지 못한 마운트곡스는 결국 문을 닫아야했다. 그러나 나중에 일본 경찰 조사로 드러난 결과, 해킹이 아닌 내부 시스템 부정 조작으로 드러나 마크 카펠레스 마운트곡스 최고경영자(CEO)는 횡령혐의로 조사를 받아야했다.

마운트곡스 사태는 일본 사회는 물론 비트코인에 대한 신뢰에 치명상을 입혔다. 마운트곡스 사태와 같은 문제가 일어났을 때 그 책임을 물을 곳이 없다는 데에 그 심각성이 있다.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지폐의 경우 그 책임은 중앙은행에 있지만 비트코인은 발행 주체가 없다. 비트코인 거래소가 망하면 예금자는 보호받을 길이 없다. 당시 외국 채권자들이 마운트곡스를 매입해 사업을 계속하며 채무를 이행하려고 했으나 일본 법원이 허락하지 않았다.

이에 일본 정부는 이용자 보호를 우선해 가상통화 시스템의 허점을 더욱 보완하기로 하고 자금결제법을 개정했다. 가상화폐 거래소를 등록제로 하고 거래소 사업자를 범죄수익이전방지법 대상에 추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사업자는 계좌를 개설할 때마다 고객 본인확인을 거쳐야 하며, 의심되는 거래는 무조건 신고해야 한다. 7월부터는 가상통화 구입 시 소요되는 소비세(한국의 부가가치세에 해당)가 없어져 비트코인 이용자의 부담이 줄어든다.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가상통화의 구조가 개선되면서 오히려 새로운 수요를 촉진하는 결과를 낳았다. 저렴한 거래비용과 투기, 편리성, 익명성 등을 바탕으로 비트코인은 전 세계의 이용자 수는 현 시점에 2000만 명을 넘었고, 월간 거래액은 12조 엔에 달한다. 일본에서는 비트코인 ATM까지 등장해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는 나라마다 다르다. 미국 영국 독일 등은 최소한의 규제로 용인하고 있지만 중국 등은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면 일본은 비트코인을 소비 자극제로 활용할 셈이다.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수는 지난해 2400만 명을 넘어 사상 처음으로 2000만 명을 돌파했다.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열리면 외국인 관광객 수는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들은 일본에서 밥솥이나 비데 같은 생활용품들을 쇼핑한다. 그러나 번거로운 건 일본에서 돈을 쓰려면 자국 통화를 엔화로 환산해야 하는데 수수료가 붙고 매번 환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용카드 수수료도 마찬가지다.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5% 내외의 수수료를 가맹점이 부담해야 하고, 결제서비스업체 스퀘어나 페이팔은 3% 전후의 수수료를 뗀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수수료가 1% 이하인 경우도 있다. 또한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는 외화로 환전하기 않고 자신의 비트코인 계좌에서 바로 결제할 수 있다는 잇점때문에 국경을 초월해 이용이 확대하고 있다. 일본에서 비트코인을 새로운 결제수단으로 도입하는 상점이 늘어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비트코인 결제를 도입하는 상점이 늘면 비트코인 계좌를 가진 소비자도 늘고 매상에도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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