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경제 톡] “셋돈만 90억원?”…로또에 붙는 세금 이야기

입력 2016-06-20 17:48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출처= 네이버 '뿜')
(출처= 네이버 '뿜')

엊그제(18일) 네이버 ‘뿜’에 ‘로또 300억원대 당첨자 근황’이란 제목으로 오른 글입니다. 한국 복권 사상 최고액을 거머쥔 경찰관 박 씨(19회 로또)의 소식을 담았네요. 게시글에 따르면 이혼ㆍ이민 등의 낭설과 달리 그는 강원도에서 중소기업을 경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불우이웃에게 온정도 베풀고 있고요. ‘돈 쓸 줄 아는 사람’, ‘복권 당첨의 올바른 예’ 등 부러움의 댓글이 쏟아지는 가운데 한 네티즌 반응이 눈에 띕니다.

“세금만 90억원. 내 돈도 아닌데 너무 아깝다.”

사실 19회 로또 당첨금은 정확히 407억2300만원이었습니다. 당첨자 박 씨는 이 가운데 세금 89억5900만원을 내고 317억6400만원을 받았죠. 그가 낸 세금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추진하고 있는 ‘청년수당(청년활동지원사업)’ 예산에 버금갑니다. 엑소, 샤이니가 소속돼 있는 SM의 1분기 영업이익에도 맞먹고요.

소득이 생기면 셋돈을 내는 게 당연하지만, 개인이 9개 0(영)이 붙은 세금명세서를 받아드는 건 흔치 않은 일입니다. 이 돈은 어떻게 산정된 걸까요?

박 씨가 로또에 당첨된 건 2003년인데요. 당시만 해도 당첨금과 관계없이 22%(소득세 20%+주민세 2%)의 세율이 적용됐습니다. ‘407억원2300만원 × 22% = 89억5900만원’이죠. 하지만 지금은 당첨금이 클수록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합니다. 누진세라고 하죠.

*원천징수 세율
-5만~3억원 이하: 22%(소득세 20%+주민세 2%).
-3억원 초과: 33%(소득세 30%+주민세 3%).

(출처= 이미지투데이)
(출처= 이미지투데이)

만약 박 씨가 지금 로또에 당첨됐다면 우선 3억원까지는 20%(6000만원)의 세율이 적용됩니다. 3억원을 초과한 나머지 404억2300만원에 대해서는 30%(121억2700만원)의 세율이 더해지죠. 이 셋돈에는 10%의 주민세(12억1900만원)가 또 붙는데요. 세금으로만 134억600만원을 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액수가 커서 감이 잘 안 오신다고요? 당첨금을 10억원으로 낮춰 계산해 보겠습니다.

1, 3억원 × 20% = 6000만원.
2, (10억원 - 3억원) × 30% = 2억1000만원.
3, (6000만원 + 2억1000만원) × 10% = 2700만원.
4, 실수령액 : 10억원 – (6000만원 + 2억1000만원 + 2700만원) = 7억300만원.

세금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기사를 읽으며 “종합소득에 합산되는 거 아니야?”란 생각이 들 겁니다. 현행 세법에 따르면 강사ㆍ원고료와 같이 일시적으로 잡히는 기타소득 금액(300만원 초과)에 대해서는 종합소득세가 부과되는데요. 하지만 복권 소득은 이미 원천징수로 세금을 뗐기 때문에, 종합소득으로는 잡히지 않습니다. 당첨금 수령과 함께 과세가 종료되니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궁금증 하나 더 듭니다. 게시글에 따르면 박 씨는 당첨금을 가족에게 나눠줬다고 하는데요. 여기에도 세금이 붙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붙습니다. 우선 부모, 아들, 딸 등 직계 존비속에게는 5000만원까지는 세금 없이 증여할 수 있지만, 초과분에 대해서는 △1억 이하 10% △1억원 초과~5억원 이하 20% △5억원 초과~10억원 이하 30% △10억원~초과 30억원 이하 40%의 셋돈을 내야 합니다.

부부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부 사이 웬 증여?’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남편의 복권 당첨에 부인이 ‘기여’한 사실이 없기 때문에 나라에선 이를 ‘증여’라고 봅니다. 증여금액은 과거 10년을 합산하는데요. 6억원 이하까지는 세금을 안 내도 되지만, 초과분에 대해서는 직계존비속과 마찬가지로 세금을 뗍니다.

(출처= 이미지투데이)
(출처= 이미지투데이)

8,140,000분의 1 = 0.00001228501%

로또 당첨 확률입니다. 일란성 세쌍둥이를 낳고, 아마추어 골퍼가 홀인원을 하는 것보다 더 희박하죠. 욕조에서 미끄러져 사망하거나, 벼락 맞아 죽는 것보다 더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오늘도 우리는 복권방에 들릅니다. 말도 안되는 확률에 기대를 걸고, ‘0’이 9개나 붙은 세금명세서를 받아든다 할지라도 불황의 터널을 걷고 있는 사람들에겐, 로또가 유일한 희망이니까요.

*친절한 용어 설명: 종합소득이 뭔가요?
1년에 발생한 △이자소득 △배당소득 △부동산임대소득 △사업소득 △근로소득 △일시재산소득 △연금소득 △기타소득을 합한 걸 말합니다. 이들을 합쳐 과세한 걸 ‘종합소득세’라고 하고요.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단독 ‘작업대출’ 당한 장애인에 “돈 갚으라”는 금융기관…법원이 막았다
  • "중국 다시 뜬다…"홍콩 증시 중화권 ETF 사들이는 중학개미
  • 극장 웃지만 스크린 독과점 어쩌나…'범죄도시4' 흥행의 명암
  • 단독 전남대, 의대생 ‘집단유급’ 막으려 학칙 개정 착수
  • '눈물의 여왕' 결말은 따로 있었다?…'2034 홍해인' 스포글
  • 오영주, 중소기업 도약 전략 발표…“혁신 성장‧글로벌 도약 추진”
  • 소주·맥주 7000원 시대…3900원 '파격' 가격으로 서민 공략 나선 식당들 [이슈크래커]
  • 근로자의 날·어린이날도 연차 쓰고 쉬라는 회사 [데이터클립]
  • 오늘의 상승종목

  • 04.29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89,618,000
    • -1.38%
    • 이더리움
    • 4,524,000
    • -4.6%
    • 비트코인 캐시
    • 656,000
    • -4.3%
    • 리플
    • 731
    • -1.75%
    • 솔라나
    • 194,700
    • -4.04%
    • 에이다
    • 652
    • -2.69%
    • 이오스
    • 1,143
    • -1.04%
    • 트론
    • 169
    • -2.31%
    • 스텔라루멘
    • 160
    • -1.84%
    • 비트코인에스브이
    • 92,550
    • -3.29%
    • 체인링크
    • 19,870
    • -1.63%
    • 샌드박스
    • 629
    • -4.12%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