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포커스] 누구도 만족 못한 ‘공무원연금법 개혁안’… 공무원 “희생만 강요” vs 전문가 “재정 절감 미흡”

입력 2015-06-0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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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내고 덜 받는 구조… 공적연금 강화·세월호법 시행령 등 정치이슈 연계 입법 취지 호도

비록 국회법 개정안과 연계돼 빛이 바랬지만 지난달 29일 공무원 연금법 개혁안의 통과는 현 정권의 필수과제로 인식돼 왔다.

공무원연금법은 제정 당시 공무원들에게 후하게 설계된 데다 시간이 갈수록 공무원 연령 비중이 역피라미드 모양이 되면서 주기적인 개혁이 불가피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지 무려 7개월 만에 통과된 개정안은 1982년 5공화국 시절 공무원연금법이 제정된 이후 김영삼·김대중·이명박 정부에 걸쳐 3차례 개혁이 이뤄져 이번이 4번째다.

바뀐 공무원연금법의 핵심은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다. 특히 소득재분배 기능을 도입해 고위직은 연금액 삭감폭이 상대적으로 더 커졌다.

개혁안에 따르면 공무원이 내는 보험료율(기여율)을 5년에 걸쳐 7.0%에서 9.0%로 인상하기로 했다. 연도별로 보면 현재 7.0%, 2016년 8%, 2017년 8.25%, 2018년 8.5%, 2019년 8.75%, 2020년 9.0%가 된다. 이 경우 월 300만원(30년 월 평균)을 받는 공무원이 30년 동안 근무할 때 월평균 납부액은 21만원에서 27만원으로 약 28.6% 증가한다.

반면 공무원이 받는 연금액의 지급률은 20년에 걸쳐 현행 1.9%에서 1.7%로 떨어진다. 연도별로 보면 2020년 1.79%, 2025년 1.74%, 2035년 1.7%가 된다. 이 경우 월 300만원(30년 월평균)을 받는 공무원이 30년 동안 근무하면 받는 연금액은 월 171만원에서 153만원으로 감소한다.

하위직은 상대적으로 더 받고, 고위직은 덜 받게 되는 소득재분배 기능 또한 도입됐다. 5급 공무원은 연금 깎이는 비율이 7~17% 정도다. 내년에 5급으로 임용돼 30년 동안 재직하면 177만원을 받는다. 현행 205만원보다 약 14% 줄어든 금액이다. 2006년 5급으로 임용된 공무원이 앞으로 20년 더 근무하면 현행 257만원에서 17% 감소한 213만원을 받는다.

예를 들어 1996년 5급으로 입직한 공무원이 10년 더 일하면 기존의 302만원보다 7% 깎인 280만원을 받는다. 7급 공무원의 연금이 깎이는 비율은 5~13%다. 30년 재직 기준으로 내년에 임용되는 7급 공무원은 173만원에서 157만원으로, 2006년 7급으로 임용된 공무원은 203만원에서 177만원으로, 1996년 임용된 공무원은 243만원에서 232만원으로 각각 줄어든다. 9급 공무원의 연금은 2~9% 깎인다. 30년 재직 기준으로 내년에 임용되는 9급은 137만원에서 3만원 줄어든 134만원을 받는다.

연금 지급 개시 연령에도 변화가 있다. 2010년 이전 임용자는 60세부터, 2010년 이후 임용자는 65세부터 연금이 지급됐지만 앞으로는 단계적으로 연장, 2033년부터는 동일하게 65세에 지급된다. 매년 물가상승률에 따라 조정해온 연금액도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 동안 동결된다. 연금 수급 요건은 20년에서 10년으로 단축되고 기여금 납부기간은 33년에서 단계적으로 36년까지 3년 연장된다.

하지만 공무원 연금법 개혁안은 그 당위성에도 벌써 입안 당사자인 정치권과 수용자인 공무원 노조, 연금전문가 모두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고 있다.

여야 정치권은 행정입법을 제안한 국회법 개정안이 단초가 돼 청와대와 연일 신경전이 오가는 양상이다.

공무원 연금법의 정치적 파급효과 탓에 그간 개혁안의 통과는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사퇴안, 세월호 문제 등 다양한 정치 이슈와 연계돼 논의됐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재정 부실을 털어내겠다는 입법 취지의 본뜻이 이미 많이 호도됐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공무원단체 등의 반발도 여전히 거센 상황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측은 이에 대해 “공적연금 강화를 위한 실질적이고 진정성 있는 대책 마련도 없이 공무원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공무원연금 제도 개악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해 전교조와 뜻을 같이했던 법외 공무원노조인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은 법안 통과 이후에도 별다른 공식 견해를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전공노는 이번 개혁안 통과로 지도부와 노조 구성원 사이의 갈등이 격화되고 현 지도부의 사퇴가 언급되면서 향후 개혁안에 대한 반발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전공노의 한 관계자는 “공무원 노동자의 생존권 사수와 국민의 노후를 위한 공적연금 강화를 위해 총력 투쟁을 벌여야 한다는 의견과, 그에 앞서 공무원연금 개악을 막지 못한 무능한 지도부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연금 전문가들의 견해는 이와는 정반대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통과된 공무원 연금법안에 대해 재정 절감 효과 등이 미흡한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또 지급률을 20년간 순차적으로 내리기로 하면서 향후 20년 동안은 더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전문가는 “개혁 강도가 약한데다 개혁 내용이 신규 공무원에게 집약돼 조직내 내부 갈등을 부추길 공산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 한해 연금 지급률을 1.9%에서 1.7%로 20년간 단계적으로 줄이면서도 가입 기간을 현재 33년에서 36년으로 연장하는 바람에 덜 받는 연금이란 의미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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