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 벌어도 못 살렸다…기업 10곳 중 4곳 '이자도 못 갚아' [반도체 호황의 그늘]

입력 2026-06-10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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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 그래픽팀/김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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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특수는 주요 거시지표를 장밋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잠정치)은 반도체 수출 호조 속 1.8%를 기록하며 당초 예상치를 웃돌았다. 시장에서는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이 3% 후반대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성장률이 1.0%였던 점을 고려하면 유의미한 전망이다. 그러나 반도체의 온기가 국내 산업 전반으로 퍼지지 못하고 있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10일 한국은행 기업경영분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업종 간 매출액증가율은 두 자릿수 성장부터 9%대 역성장까지 큰 격차를 나타냈다. 반도체 등이 포함된 전자·영상·통신장비업의 지난해 매출액증가율은 전년 대비 15.1%에 달했다. 조선·기타운수업 역시 두 자릿수 증가율(13.2%)로 호조세를 보였다. 반면 석유정제·코크스(-7.4%), 화학(-2.4%) 및 전기장비(-4.1%)는 뒷걸음질 쳤다. 특히 건설업의 매출액증가율이 -9.6%를 기록해 2년 연속 역성장 폭을 키웠다. 매출액증가율 하락은 기업의 사업 규모가 축소되고 시장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음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위험신호라는 점에서 반도체 호황이 산업 전반의 부진을 가리는 '착시 성장'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의 실적 개선으로 전체 평균 이자보상비율은 상승했지만 정작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취약(한계)기업 비중도 늘어났다. 국내 기업 10곳 중 4곳이 이자조차 못 버는 '좀비기업(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기업)'으로 집계됐다. 영업적자를 기록해 이자보상비율이 0%를 밑돈 기업의 비중도 2024년 26.2%에서 지난해 28.2%로 2%포인트(p) 상승해 2013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국내 전 산업의 평균 이자보상비율은 369%로 2024년(305%)보다 개선됐으나 건설업의 경우 1년 전(203%)보다 큰 폭 하락(131%)했다. 전기장비 역시 2024년 68% 수준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 마이너스(-36%)로 돌아섰다. 반도체가 포함된 전자·영상·통신장비의 이자보상비율이 903%(2024년)에서 2035%(2025년)로 폭등한 것과 비교하면 전혀 다른 양상이다.

'3고(고물가ㆍ고환율ㆍ고금리)' 등 경영 환경이 악화 일로를 걷는 만큼 상당수 기업은 내수 부진과 원가 부담 속 시장경쟁력 약화까지 우려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로 제시하면서 건설투자 증가율은 0.1%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증가율 전망치도 1.1%에 머물러 국내 경제 성장세와 달리 건설투자는 뚜렷한 반등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올해는 회복이 아니라 버티는 국면으로 보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수주가 일부 늘어도 공사비와 금융비용 부담이 여전해 실제 착공이나 기성으로 이어지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중견·중소 건설사와 협력업체일수록 자금 흐름에 대한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재계 관계자도 "기업 경영지표가 일부 개선됐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면서 "원자재 가격 및 고금리 부담이 여전해 비반도체 업종의 자금 사정은 오히려 더 어려워진 실정"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출 주력 업종과 내수기업 간 격차가 커지고 있는 만큼 기업 투자와 구조조정을 동시에 지원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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