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착시' K자형 성장에 갇혔다 [반도체 호황의 그늘]

입력 2026-06-10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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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 그래픽팀/손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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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가 'K자형 성장'의 늪에 빠졌다. 전체 기업의 수익성 지표는 개선됐지만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 비중 역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례없는 반도체 호황 속 '삼전닉스(삼성전자ㆍ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을 걷어내면 전년도와 큰 차이가 없는 흐름도 포착돼 '반도체발 착시효과'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2025년 기업경영분석 결과(속보치)'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2024년 5.4%에서 지난해 6.2%로 상승했다. 제조기업의 수익성 지표만 놓고 보면 2024년 5.5%에서 지난해 6.9%로 1%포인트(p) 이상 상승했다. 특히 반도체가 포함된 전자·영상·통신장비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8.8%에서 15.0%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그러나 통계를 구체적으로 뜯어보면 양극화가 두드러진다. 특히 중소기업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중소기업 매출액영업이익률은 2024년 4.8%보다 0.2%p 둔화한 4.6%로 집계됐다. 중소기업 수익성 악화는 제조업(4.7→4.6%)과 비제조업(4.8→4.7%)을 가리지 않았다. 중소기업 세전순이익률 역시 1년 새 3.6%에서 3.5%로 하락했다.

기업의 단기 채무상환능력을 보여주는 현금흐름보상비율에서도 기업 간 격차가 심했다. 2024년 68.3%를 기록한 대기업의 현금흐름보상비율은 지난해 71.9%로 큰 폭 개선됐다. 반면 중소기업의 경우 2024년 21.2%에서 19%대로 하락했다.

체감경기도 중소기업의 소외감은 뚜렷하다. 한은이 지난달 발표한 5월 기업심리지수에 따르면 전산업의 기업심리는 98.9로 장기평균치(100)를 밑돌았다. 대기업의 낙관론(5월 기준 103.4) 속 전산업 통계는 3개월 연속 개선 흐름을 이어갔으나 중소기업 체감경기는 4월(96.8)에 이어 5월 96.2를 기록하며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수출 대기업 중심의 경기 개선과 달리 내수 부진과 고물가, 높은 자금 조달 부담으로 체감경기가 악화한 것이다.

한은의 2013년 통계 편제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좀비기업(이자보상비율 100% 미만)'도 어두운 단면이다. 기업 규모를 막론하고, 지난해 1년간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조차 내지 못하는 좀비기업 비중은 39.9%로 집계됐다. 연간 영업적자를 기록해 이자보상비율이 0%를 밑돈 기업 비중도 전년 대비 2%p 높은 28.2%로 역대 통계치 중 가장 높았다.

반도체 제조사 등 일부 대기업이 성장과 수익을 독식하는 과정에서 거시지표와 기업체감경기 간 괴리가 커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1500원을 훌쩍 넘은 원ㆍ달러 환율과 1998년 2월(2.5%) 이후 2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생산자물가(4월 기준 전년 대비 2.5% ↑) 등 악재가 적지 않지만 긍정적인 거시지표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미주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반도체를 생산하는 두 기업(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실적이 대폭 상승하면서 전체 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개선됐다"면서 "두 기업 실적을 제외한다면 2024년과 지난해 수익성 지표에서 큰 변동은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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