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論]착각의 변- 한숙기 한스코칭 대표

입력 2013-09-30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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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균 이상이라는 착각, 나는 일을 잘한다는 착각, 내가 로또를 사면 남보다 더 당첨될 것 같은 착각, 그가 날 좋아한다는 착각 등등 인간의 생각은 이러저러한 착각으로 차 있다. 가장 심각한 착각은 모든 사람이 착각해도 나만은 착각을 안 한다는 착각이다. 책 제목도 있지 않은가? ‘가끔은 제 정신’.

몇 년 전 여성가족부가 아버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자녀들이 고민이 있을 때 가장 먼저 아버지와 의논할 것이다’라는 항목에 ‘그렇다’고 답한 아버지는 50.8%였다고 한다. 그런데 같은 질문에 자녀들은 안타깝게도 4%만이 ‘그렇다’라고 답했다. 이만저만한 동상이몽이 아니다. 아버지들이 자녀의 생각을 이토록 못 읽고 있었던 것인가? 아니면 희망사항과 현실을 혼동한 것일까? 슬프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하다. 다른 데서는 얼마나 많은 착각을 하고 사는 것일까?

책 ‘스위치’를 쓴 히스 형제에 의하면 교수 중에 자신이 평균 이상의 연구 실적을 낸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94%이고 자기 리더십이 평균 이하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2%, 대인관계 역량이 상위 1%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25%다. 적어도 24% 이상은 자신에게 관대한 나르시스트란 얘기다. 이렇듯 일반적으로 평균보다 자신이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경향성을 ‘자기고양 편향(self-enhancement bias)’이라고 한다. 그토록 과학적이고 합리성을 추구하는 만물의 영장 인간에게 왜 이런 착각의 사건들이 일어나는 것일까?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현상, 즉 자기기만(self-deception)은 심리학의 오래된 주제 중 하나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에 대해 좋은 느낌을 갖고 자존감을 유지하려는 강력한 동기를 갖는다. 그런데 자신의 행동이 옳지 않거나 부정적 결과를 가져올 것임을 알게 되면 ‘좋은 나’에 대한 지향성과 충돌을 일으키며 인지적 부조화가 일어난다.

양립할 수 없는 두 가지 생각은 우리를 심리적 긴장으로 몰고 가고 어떻게든 해결하길 원한다. 그래서 우리의 무의식은 궁여지책으로 현실의 지각을 왜곡하거나 부정함으로써 이러한 불안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착각은 우리 의식의 통제 밖에서 굉장히 빠른 속도로 일어나는 자동적 사고 과정일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모든 착각이 정당화되거나 용인될 수 없다. 더구나 조직 리더의 착각으로 인한 의사결정의 오류는 한 개인으로 환원해 이해해 줄 수만은 없는 중차대한 결과를 초래한다. 오하이오 주립대학의 폴 너트 교수는 “기업에서 실패한 의사결정의 경우 경영진의 60%는 자기중심적으로 내린 판단 등 자아와 관련된 심리적 요인의 영향이 크다”고 지적했다.

GE의 전 회장 잭 웰치는 자신의 재임 중 내린 최악의 의사결정인 투자은행 Kidderpeabody 인수건이 지나친 자기 과신에서 비롯됐다고 인정한 바 있다.

의사결정 시 리더가 빠지기 쉬운 착각은 그 종류나 범위가 광범위하다. ‘누구나 다 이렇게 생각지 않나?’라며 다른 사람들도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착각(잘못된 합의 효과)은 마케팅에 치명적일 수 있다. 자신의 경험과 선호를 바탕으로 고객이 원하는 바를 추정하고, 오해하게 된다. 글로벌 경영에 있어 이 착각은 현지화 전략의 실패를 가져올 수 있다.

삼성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지역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은 해외 현지인들의 시선으로 해외 시장을 보기 위해서다.

또한 자신의 기대나 생각을 지지해 주는 정보는 크게 받아들이고, 이에 반하는 정보는 무시하거나 축소시키는 경향도 있다. 이러한 확증편중은 경청을 방해하고 다른 대안의 장점에 귀를 멀게 한다.

한편 미래 좋은 일이 생길 가능성은 과대평가하고 나쁜 일의 가능성은 과소평가하는 비현실적 낙관주의는 신제품이 대박이 나서 기존의 시장을 완전히 뒤바꿔 놓을 것으로 예상해 과도한 공장 설비 투자를 하게 만든다. 더러는 운과 운명마저도 자신의 역량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도 하는데 “내 사전에 불가능이란 없다”고 외친 나폴레옹의 통제의 착각은 전 유럽의 지형을 흔들어 놓았다.

이렇게 엄청난 역사적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는 착각의 정체, 그 뿌리를 들여다보면 그곳에는 우리의 존재적 욕구가 있다. 나를 지키려는 무의식적 의도이기도 하고 인간 두뇌 구조가 만들어주는 기능적 산물이기도 하며, 겸손해지라는 조물주의 섭리이기도 하다.

우리는 괜히 착각하지 않는다. 착각과 싸우지 말자. 불완전성에 좌절할 것도 없고 자연스러운 생리적 현상으로 간주해 방치해서도 안 된다. 인간에게 있지 않은 완전한 합리성을 기대하기보다는 보듬어 내 식구로 맞이하면서 살살 타이르며 성숙시켜 나갈 때 착각은 나에 대한 이해, 더 나아가 타인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중요한 실마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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