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원, 어떻게 명품 배우가 됐는가[이꽃들의 사람들]

입력 2014-05-19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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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시카고' 속 배우 최정원.(사진=신시컴퍼니)

“뮤지컬, 죽을 만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열정은 세월과 무관하다. 뮤지컬 배우 최정원(45).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는 가장 순수한 열정으로 무대 위에 선다. 관객과 오롯이 만나는 그 순간이 언제나 최상의 기쁨이다.

“천직인 것 같아요. 다른 직업을 아직 해보지는 않았지만, 누군가 행복하게 만드는 재능이 있는 것 같아요. 누군가 웃는 모습을 보면 제가 에너지를 받으니까요.”

25년 간의 공연 인생을 최고 경지로 이끈 원천은 다름 아닌 그 변함없는 긍정적인 마인드다. 그녀는 몸짓 하나와 대사 하나로 온전히 관객의 마음을 새롭게 탈바꿈시킨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모든 것이 다 선물이에요. 어릴 적부터 긍정적인 친정 엄마의 영향을 받았어요. 몇 년 전 넘어져 크게 꿰맨 적이 있는데, 그 때도 ‘좋은 일이 생기려나 보다’라고 생각했더니, 얼마 후 상을 받게 됐지요. 우연의 일치일지 모르겠지만, 그 이후부터 믿음이 더욱 강해졌어요. 사실 주변에선 너무 ‘초긍정’이라고도 해요.”

유머러스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가운데 무대 위 카리스마를 잃지 않는 팔색조 매력의 뮤지컬 배우 최정원. 뮤지컬 인생 25년 간 새로운 캐릭터와 작품에 대한 도전을 서슴지 않았던 최정원은 ‘변신’을 가장 좋아한다.

“저를 가리켜 ‘뮤지컬의 디바, 대모’ 등 다양한 수식어가 있지만, ‘변신의 귀재’라는 말을 가장 좋아해요. ‘고스트’ 속 우스꽝스러운 오다메 브라운부터 ‘시카고’의 성숙한 벨마 키리까지…못 된 인물은 왜 못 되졌는지 상상해보고 발견하는 건 너무 재밌어요. 특히 개인적으로 블랙 코미디 장르를 좋아하고 잘 맞는 편이랍니다. 마냥 배꼽 잡고 웃기는 게 아니라, 대상에 대해 정확히 안 상태에서 비틀고 꼬집어 주는 걸 좋아하지요. ”

코믹한 연기가 자신의 강점이라고 밝힌 최정원은 “요즘 뛰어난 친구들 얼마나 많아요. 진짜 제 실력보다 그런 매력을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라며 겸손함을 드러냈다. 1989년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로 데뷔 후 25년 간 ‘렌트’, ‘브로드웨이 42번가’, ‘지킬 앤 하이드’, ‘시카고’, ‘맘마미아!’ 등 수많은 작품과 배역을 오간 최정원이다. 그녀가 수놓은 무대는 대중적 인지도와 인기를 동시에 거머쥔 국내 뮤지컬계의 대명사 최정원으로 기억하게 했다. 특히 최정원은 2010년엔 뮤지컬 ‘키스 미, 케이트’로 제16회 한국뮤지컬대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해 존재감을 다시금 과시하기도 했다.

▲뮤지컬 '최정원' 속 배우 최정원.(사진=신시컴퍼니)

“(상을 타게 돼) 저도 깜짝 놀랐어요. 저한테는 ‘키스 미, 케이트’가 최초로 두성을 쓴 작품이었어요. 벨칸토 발성을 쓰기 위해 따로 레슨을 받기도 했고요. 많은 사람이 제게 최고라 해도, 제 스스로 부끄러움이 있다면 어떻게 최고겠어요. 그런데 이 작품은 상을 받던 안 받던, ‘너 참 열심히 했구나. 기특하게 잘 해냈구나’란 느낌이 스스로 들게 했죠.”

스스로에게 ‘도전’이었던 작품은 ‘발전’으로 돌아왔다. 수상 당시 누구보다도 기쁘게 축하해줬던 수많은 동료와 후배들의 모습은 깊은 인상으로 남아 있다.

“제가 헛살지 않았구나 생각이 들더라고요. 참 많이 울었는데요. 상을 받던 안 받던 상관없이 전율이 오더라고요.”

사람과 사람 사이, 소통을 중시하는 배우 최정원이었다. 최정원은 무대 위 ‘리액션’을 연기의 으뜸 가치로 치고, 후배들에게도 강조한다. 그리고 앙상블, 함께 출연하는 후배 배우들을 챙기는데 몸을 사리지 않는다.

“저 역시 ‘맘마미아!’에서 처음 엄마 연기도 해봤고, ‘시카고’에서 섹시하고 멋있는 연기도 해봤지만, 나만 잘 하고 나만 멋있어 보이는 게 무대의 다가 아니지요. 제 노하우는 바로 리액션에 있어요. 누구나 잘 하고, 열심히 하고 싶을 텐데요. 상대 연기자가 더욱 잘 할 수 있도록, 호흡을 맞추는 거죠. 액션을 잘 하기보다 리액션 잘 하기는 어렵거든요. 사실 리액션, 그 맛을 알면 배우들은 무대가 훨씬 더 재밌어져요.”

그녀가 건넨 ‘리액션도 액션’이라는 역설적인 말 속에는 무대의 연륜이 집약된 철학이 담겨 있었다. 이처럼 열정과 긍정적 태도로 무장한 그녀의 무대를 사랑할 수 밖에 없게 하는 또 다른 무기는 바로 ‘소통’이었다. 그녀의 호흡은 작품 속 배우뿐 아니라, 공연장과도 맞닿아 있다.

“저는 모든 작품을 시작할 때, 눈을 감은 채 맨발로 무대 위를 걸어봐요. 뮤지컬 ‘고스트’ 공연장에서도 마찬가지였고요. 가장 설레는 마음으로 말이죠. 하다못해 가발 같은 작은 소품과 의상을 어떻게 대하느냐도 중요합니다. 무척 소중한 것이에요. 배우가 가진 무대에 대한 존경심과 행복감은 관객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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