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김경동 한국예탁결제원 사장 "전자단기사채 자리 잡으려면"

입력 2013-02-05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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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기관, 금융정책당국, 학계와 한국예탁결제원의 노력에 힘입어 전자단기사채시대가 개막되었다. 전자단기사채란 기존 기업어음이 갖고 있는 경제적 기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채권의 발행·유통·소멸 등과 같은 절차가 전자적 방식으로 이뤄지는 국내 최초의 전자증권이다.

기업어음은 신용상태가 양호한 기업이 발행하는 통상 만기 1년 이내의 무담보 융통어음으로 단기금융시장에서 콜, RP, CD 등과 함께 단기자금 조달창구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특히 다른 채권과 달리 발행의 편리성, 신속성, 익명성 등의 장점으로 인하여 기업에서는 긴요한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그러나 기업어음은 경영자가 독단으로 결정하여 발행할 수 있기 때문에 재무상태와 위험정도를 감추고 발행하여 투자자에게 피해를 주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더구나 발행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아서 투자자를 보호하는데도 맹점이 있었으며, 금융시장에 위기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재무상태가 부실한 한계기업의 발행으로 인하여 자금조달시장에 혼란을 초래하기도 하였다.

전자단기사채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탄생하였다. 우선 실물증권을 발행하지 않고 전자증권형태로 발행함으로써 발행비용을 절감함은 물론이고 위변조 등에 의한 실물관리리스크도 제거하였다.

그밖에 권면액 분할유통을 허용하여 유통시장을 활성화했고, 채권등록기관인 예탁결제원을 통해 발행 및 유통 관련정보를 공개함으로써 투자자는 투명하고 신속한 체계적 정보 이용이 가능하게 되었다.

기업은 전자단기사채로 인하여 재무관리나 자금조달이 편리해졌다. 이를테면 자금의 조달, 결제, 운용과 시장의 각종 정보가 네트워크화 되어 BPR(Business Process Reengineering : 비지니스 프로세스 효율화)을 통한 재무구조의 선진화가 가능해졌다. 특히 지방소재 기업과 지방으로 이전하는 공기업의 경우에는 거리나 공간에 대한 제약 없이 편리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되었다.

투자자의 측면에서도 전자단기사채가 등장함에 따라 단기금융상품에 대한 투자기회가 보다 확대되었다. 아울러 권면액 분할이 제한됐던 기업어음에 비하여 전자단기사채는 권면분할 거래가 가능하여 투자자 입장에서는 자금운용 면에서 크게 유리하게 되었다.

아무리 좋은 제도와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고 해도 이를 제대로 이용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에 불과할 것이다. 전자단기사채는 이사회를 통한 발행한도 설정 절차라든지 발행정보의 신속한 공개 등과 같은 제약사항으로 기업어음에 비하여 불편해 할 수 있다.

이에 기업에서는 기업어음 대신 전자단기사채를 선택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투명성을 요구하는 투자자나 금융시장의 요구를 외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일본의 사례만 봐도 전자단기사채제도가 도입되고 나서 5년 정도가 지나자 기업어음이 거의 소멸됐다고 한다.

금융당국에서도 전자단기사채제도가 조기에 정착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측면에서 적극 지원한다고 한다. 이를테면 단기간에 수시로 발행되는 전자단가사채의 특징을 고려하여 증권신고서 면제를 추진한다거나, 권면액 분할이 허용됨에 따라 거래가 증가할 것을 감안하여 일정기간 원천징수를 면제하는 방안도 검토대상이라고 한다. 또한 투자수요를 확대하기 위해 증권신탁과 MMF펀드에 편입 허용, 신용평가기준 명확화 등 관련법규를 개정할 것이라고 한다.

세계금융시장은 금융의 전자화라는 트렌드에 발맞춰 질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번에 도입된 전자단기사채는 그야말로 모든 과정이 전자적으로 이뤄지는 국내 최초의 전자증권이다. 모쪼록 전자단기사채가 대표적인 단기금융상품으로 뿌리내려 시장 발전에 기여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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