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cine 해부학] '이웃사람'의 어쩔 수 없는 선택

입력 2012-08-28 09:26 수정 2012-08-28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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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재미다. 관객들이 어떤 감정을 느끼던 영화는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전달해야 한다. 이 관점에서 보자면 ‘이웃사람’들은 풍성한 ‘엔터 영화’다. 웹툰 작가 강풀의 동명 원작을 스크린에 옮긴 이 영화는 우선 캐스팅 자체가 ‘엔터’적이다. 이른바 싱크로율 100%에 가까운 절묘함으로 보는 재미를 충족시킨다. 두 번째는 장르적 쾌감도다. 원작 내용 대부분을 별다른 각색 없이 스크린에 옮겼다. 강풀 작품 특유의 영화적 장치가 스크린에서 오롯이 살아 꿈틀 거린다. 하지만 거슬림은 분명 존재한다. 강풀 작품을 거의 그대로 옮겨 놓은 그 시도 자체가 어쩌면 ‘이웃사람’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

강풀 원작 영화의 최대 단점은 아이러니하게도 원작의 완벽한 완성도다. 이미 원작이 너무도 영화적인 요소를 넘치게 갖춘 완성품이기에 일반 장르적 기성품의 느낌과는 관객들이 느끼는 체감 자체가 다르다. 특히 너무도 불편한 진실을 너무도 편하게 풀어가는 화법의 기능적 면은 원작의 세공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논하는 것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어 버린다. 다시 말해 강풀 작품의 영화화 시도는 잘해도 본전이다. 만약 실패한다면 망신 수준에 머물기도 힘들 정도다.

‘이웃사람’들은 강풀 원작 가운데서도 가장 영화적인 요소가 풍부하다. 다양한 캐릭터의 배치와 시퀀스별 강약 조절 그리고 전체 줄거리 흐름의 속도와 장르적 쾌감의 극대화를 이끌어 낸 권선징악의 확실한 결말. 무엇보다 각각의 스토리를 지닌 풍성한 캐릭터 잔치는 관객들에게 보는 즐거움을 넘어 감정의 카타르시스를 전달한다.

이 같은 원작의 역설적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선 두 가지 선택권이 영화에 주어진다. 원작의 주제를 살린 전혀 다른 스토리의 해석, 또는 원작의 포인트를 그대로 살리는 실사화다. 전자는 원작의 그늘에서 벗어나 새로운 스토리를 줄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반면 원작 팬들의 비난을 피할 길이 없다. 후자의 경우는 원작 팬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끌어안을 수 있다. 하지만 기시감 차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여기에 원작을 처음 접할 당시의 느낀 충격파가 떨어지는 단점도 있다.

영화는 후자를 선택했고, 한 발 더 나아갔다. 주요 포인트를 넘어 장면의 실사화로 이끌어 냈다. 이런 식으로 나아가면 성공 관점은 단 한 가지다. 러닝타임이란 한계를 어떤 식으로 활용하는가에 있다. 다시 말해 두 시간 안에 원작의 방대한 내용을 효과적으로 압축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원작은 각 캐릭터들의 작은 스토리가 하나의 큰 줄기로 묶이면서 결말을 끌어낸다. ‘이웃사람’은 새엄마 경희(김윤진)와 여선(김새론)의 관계, 여선과 수연(김새론)의 연관성, 여선과 수연 그리고 승혁(김성균)의 감정선, 혁모(마동석)와 승혁의 얽힘, 여기에 종록(천호진)이 바라보는 사건의 밑그림이 거미줄처럼 설 킨 상당히 복잡한 구조다.

감독은 각각의 작은 스토리를 효과적인 압축성으로 살려냈다. 또한 영화란 시각 텍스트의 장점을 살려 캐릭터들 사이에 형성된 미묘한 심리적 갈등을 표현하는 데 주력한다. 경희의 초반 트라우마와 여선과 수연의 1인 2역 캐릭터를 소화한 배우 김새론의 연기 폭은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데 힘을 실어 준다. 여기에 혁모와 승혁의 부딪침은 카타르시스로 작동돼 관객들의 폐부를 시원스럽게 한다.

아쉬운 점은 원작과 다른 영화의 변형된 결말부다. 큰 맥을 따라가던 여러 줄기의 작은 결말이 중심 결말을 만나기 전 큰 둑에 막히듯 ‘뚝’하고 멈춘다. ‘이웃사람’은 모든 캐릭터가 원죄 의식에 사로잡힌 다소 감정적 노출이 심한 영화다. 하지만 영화는 원작 기준에서 전체 스토리 관찰자인 종록의 얘기를 생략해 버렸다. ‘단절과 소통의 위험성’을 얘기한 ‘이웃사람’이 스토리의 방점을 찍기 위해선 종록 에피소드가 어떤 식으로든 끝을 맺었어야 한다.

결국 감독은 캐릭터 잔치의 마지막 후식을 빼먹는 우를 범하며 2% 부족한 완성의 마침표를찍었다.

그럼에도 ‘이웃사람’은 시각적으로 감정의 결이 두드러진 영화다. 풍부한 해석의 관점을 지닌 캐릭터들을 연기한 배우들의 공이 크다. 아쉬운 주제 의식의 마무리를 씻어낸 캐스팅의 싱크로율이 관객들의 시각적 만족도를 채웠다. 원작자인 강풀의 깜짝 카메오는 마지막 느슨해진 관객들의 허점을 찌르는 '이웃사람'들의 보너스 정도다.

연출을 맡은 김휘 감독은 ‘해운대’ ‘심야의 FM’ 각본을 쓴 시나리오 작가 출신으로, 원작의 방대한 스토리와 캐릭터의 감정선을 적절하게 융합시켰다. 개봉은 지난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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