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이같은 속내를 털어놓고 웅진코웨이 매각을 발표했다.
그로부터 약 6개월이 지난후 웅진그룹이 KTB PE와 맺은 양해각서는 윤석금의 ‘신의 한 수’라 불렸다. 자금을 지원받으며 웅진코웨이 경영권도 그대로 보유하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 회장은 결국 ‘신의 한 수’를 두지 못했다.
돈을 빨리 줄 수 있는 쪽으로 인수주체를 선회하면서 코웨이 경영권까지 내놨다. 그룹의 위기 해결을 위해 친자식과의 이별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윤 회장의 고육지책인 셈이다.
당초 웅진그룹과 KTB PE는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 웅진코웨이 지분 30.9%를 인수하는데 합의했다. SPC의 지분은 KTB PE가 60%, 웅진홀딩스가 40%를 갖는 구조다.
웅진그룹이 경영권을 행사하고 웅진코웨이의 본질 가치와 매각 가치를 극대화 해4년 후 지분 전량과 경영권을 더 높은 가치로 매각하거나 우선매수권을 통해 웅진그룹이 다시 사올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SPC 설립 등 관련 작업이 예상보다 오래 걸리고, SPC 설립을 위한 출자금과 세금 등을 제외하면 실제로 손에 쥐는 자금은 8000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웅진그룹은 극동건설 채무 증가와 태양광 사업 침체, 서울저축은행 부실 등 어려움도 겪고 있다. 웅진홀딩스 신용등급은 지난 8일 ‘A-’에서 ‘BBB+’로 강등되기도 했다. 서둘러 자금을 투입해야 급한 불을 끌 수 있지만 KTB PE는 그렇지 못했다.
신광수 웅진홀딩스 대표는 “KTB PE와 협의한 결과 연말이나 돼야 신규법인을 설립할 수 있는 등 상당한 시간이 소요돼 자금 조달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반면 MBK파트너스는 웅진그룹이 원하는 다음달 중순까지 자금 확보가 가능하는 입장을 보였다.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웅진코웨이 인수 금융을 담당할 신한은행·하나은행과 함께 인수에 필요한 돈은 다 준비됐다”며 “9월 중순까지 자금을 대는 것은 문제없다”고 설명했다.
윤 회장은 이번 계약으로 그룹 전체를 살릴 수 있는 길을 열었지만 웅진코웨이라는 큰 아들을 잃었다. 경영권을 갖지 못했고, 향후 경영권을 되찾아올 권리마저도 약해졌다. 기존 KTB와의 계약에선 웅진그룹이 배타적 우선매수권을 보유했지만 이번에는 재매각 시점에서 웅진그룹도 하나의 비더로 참여하는 수준으로 권리가 축소됐다. 여러차례 협상을 파기하면서 잃은 신뢰 회복도 필요하다.
이같은 실(失)을 감내하며 내린 윤 회장의 결단이 또 다른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