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지배구조 집중 말고 일감몰아주기 등 개혁부터

입력 2012-08-13 12:58 수정 2012-08-13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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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가는‘경제민주화’]① 경제민주화, 올바른 방향은

글싣는 순서

① 경제민주화 논쟁, 올바른 방향은

② ‘재벌개혁’의 함정

③ ‘행위의 민주화’ 가 급하다

④ ‘경제민주화’ 밀실에서 나와라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시작된 경제민주화 논의가 시민단체와 국민을 양 갈래로 분열시키고 있다. 한쪽에서는 경제 양극화 극복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긍정론이, 다른 한쪽에서는 대선을 앞둔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는 부정론이 팽팽하게 맞선다.

중요한 것은 이 논쟁의 중심에 무엇이 있느냐다. ‘국민인가, 대선인가.’ 경제민주화는 보통은 재벌개혁을 의미하는 말로 알고 있다. 실제로 48인회로 불리는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 추진하고 있는 경제민주화 법안의 핵심도 재벌개혁이다. 민주당 대선 주자들 역시 강도의 차이는 있지만 재벌개혁이 목적이다.

그렇다면 재벌개혁이 국민의 삶을 윤택하게 해 줄 것인가. 지금의 경제위기의 상황에서 해답은 재벌개혁 밖에 없는가. 중요한 것은 ‘재벌개혁이 지금 이 순간에 가장 중요한 화두인가’이다. 또 하나 ‘민심’이 재벌개혁에 관심이 있는가도 중요하다. 경제민주화 논쟁의 방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경제민주화의 두 틀 = 경제전문가들은 경제민주화를 크게 ‘지배구조의 민주화(재벌개혁)’와 ‘행위의 민주화(대기업의 불공정행위로 인한 중소기업 피해)’로 구분한다. 경제민주화란 결국 이 두 개의 틀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느냐에 달렸다. 이 중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느냐는 경제상황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 핵심이다.

여야와 유력 대선후보군이 벌이는 경제민주화 논쟁의 핵심은 ‘재벌개혁’이다. ‘대기업 순환출자 금지’, ‘출자총액제 도입’, ‘금융과 산업의 분리(금산분리) 강화’ 등은 모두 재벌그룹의 지배구조와 관련이 있다. 새누리당 경제민주화 실천모임이나 민주당 대선후보군, 그리고 대선 본경기에서 만날 것으로 유력한 박근혜 후보와 안철수 서울대 교수 등은 이 세 가지를 경제민주화의 주요 정책으로 삼고 있다.

여야 혹은 각 후보군 간 온도차이는 있다.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은 ‘신규순환출자 금지, 기존순환출자는 의결권 제한’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박근혜 후보는 ‘신규순환출자는 반대하지만 기존순환출자는 인정’한다. 또 실천모임이 금산분리를 제2 금융권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박 후보는 뚜렷한 원칙은 갖고 있지 않은 듯하다. 다만 5년전 대선후보 당시 관점에서 보면 금산분리를 완화해야 한다는 견해를 갖고 있어 이번 대선에서 입장을 바꿀 지 주목된다.

야권 후보들과 안철수 교수도 마찬가지다. 대체로 재벌개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안 교수는 출자총액제 재도입에 대해 '재도입 필요하지만 더 고민해야 한다'는 다소 유동적인 견해을 취하고 있다.

재벌총수의 ‘범죄’에 대해서도 후보군들은 나름의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고 있다. 박 후보는 대기업 임원 및 지배주주일가의 법 위반에 대한 엄정한 법집행과 사면권 억제로 선을 그었다.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은 여기에 재벌총수의 횡령·배임 시 집행유예를 받지 못하도록 최소 징역 7년을 선고하도록 법을 바꾸겠다고 한다.

민주통합당 후보 중엔 손학규 후보가 재벌세 도입과 재벌총수 대통령 특사 제한 등 구체적인 방안을 제안했다. 김두관 후보와 안철수 교수는 기업집단법 제정을 통해 재벌체제 경쟁력은 살리면서 단점과 폐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재벌개혁과 관련한 구체적인 안은 제시되고 있는데 경제민주화의 두번째 틀인 ‘행위의 민주화’와 관련해서는 사실상 초점은 재벌의 지배구조 변화에 맞춰져 있다.

행위의 민주화는 사실상 대기업 집단 내부의 문제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 사업체의 99.9%, 일자리의 87.8%(국가과학기술위원회 자료)와 관련된 중요한 의제다. 이 마저도 ‘재벌개혁’이라는 ‘지배구조의 민주화’의 장막 안에 가려 있는 느낌이다.

◇편향된 경제민주화, 헷갈리는 국민 = 정치권에서는 ‘재벌개혁’ 위주의 현재의 경제민주화 논의가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듯 주장한다. 하지만 최근 두 곳에서 나온 설문조사 결과를 뜯어 보면 정치권의 주장과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참여연대와 민주통합당 원혜영 의원은 지난달 말 우리리서치에 의뢰한 설문조사 결과 우리국민 70%는 경제민주화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원 의원은 ‘경제민주화=재벌개혁’ 등식을 대입해 국민 70%가 재벌개혁에 찬성한다고 했는데 이는 의도적 해석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경제민주화의 방향에 대한 설문을 따로 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하는 일’(43.7%),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 경제적 약자 보호를 보호하는 일’(27.8%), ‘경제적 양극화를 해소하는 일’(12.9%) 등 ‘행위의 민주화’와 관련된 것이 대부분이었다. '재벌개혁'과 관련된 것으로 볼 수 있는 ‘재벌의 기업지배력을 개혁하는 일’은 12.1%에 불과했다.

재벌개혁과 관련된 별도의 항목에서 역시 ‘지배구조 개선과 총수의 전횡 근절’이 가장 중요하다는 응답은 21.9%에 불과했다. ‘재벌대기업의 중소상인·중소기업 영역침해 근절’(34.8%) ‘재벌 대기업의 불법행위 엄단’(25.6%), ‘일감몰아주기 및 부당내부거래 엄단’(8.3%) 등 '행위의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항목에 더 많이 찬성했다.

이달 초에 나온 조사 결과는 더 확연하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5일 전국 20세 이상 남녀 101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차기 정부의 중점 정책사항에 대해 응답자의 36%가 물가 안정을, 32.3%는 일자리 창출을 꼽았다. 반면 정치권의 화두인 경제민주화는 12.8%에 불과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정치권에서 경쟁적으로 내놓은 경제민주화가 국민의 눈높이와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며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대기업 규제 정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국민은 물가안정이나 일자리 창출같은 현실적인 정책을 더 원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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