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기아차 K9 "벤츠ㆍBMW 킬러"

입력 2012-05-1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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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고급車에 모자람 없는 첨단장비, 제네시스보다 오너용 에쿠스에 가까워

▲성인 3명을 태우고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8초면 충분하다. 이 상황에서 재가속하면 더욱 거세고 빠르게 고속 영역으로 빨려들어간다.
기아차 K9은 그리 큰 차로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실제 K9의 거대함은 눈 앞에 차를 세웠을 때 가슴팍을 짓누르며 다가온다. 2차원적인 선은 3차원으로 다가왔을 때 더 웅장하다.

눈 앞에 바라본 K9의 첫 인상은 한마디로 요약하면 "거대하다" 였다.

미디어를 대상으로한 시승회는 강원도 양양인근에서 치러졌다. 잿빛 하늘의 몽환적 분위기에서 K9은 어렵지 않게 좋은 그림을 만들어낸다. .

차 길이는 5090mm다. BMW 7시리즈(5072mm)보다 크다. 보디 사이즈로 기선을 제압하는 자세가 최고급차에 어울린다.

높은 벨트라인(윈도와 차 옆면의 경계선)은 이제 기아차의 특징이다. 보디가 탄탄하고 차체는 안정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사진에서 보이지 않았던 헤드램프의 볼륨감, 프론트 그릴의 거대함, 보디의 풍만함, 차폭의 넉넉함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기아차를 대표하는 최고급차라면 이 정도 사이즈쯤은 돼야된다.

◇제네시스보다 '오너 드라이버용 에쿠스'에 가까워=실제로 바라보면 제네시스보다 에쿠스에 가깝다.

▲출력이 차고 넘치는 람다 3.8 엔진은 후륜구동 방식에 맞물려 짜릿한 운전재미를 만든다. 자동차 전용도로에 올라서면 어느 곳이든 원하는 곳에 차를 던져 넣을 수 있다.
보닛은 길게 뻗었고 트렁크는 짧다.

트렁크를 길쭉하게 뒤로 뽑아낸 전통적인 고급차 스타일이 아니다.

'뼛속까지 스포티'를 내세우는 기아차의 특성이 고급차에도 서려있다. 보는 이에 따라서 최고의 장점 또는 단점일 수도 있겠다.

커다란 휠타이어와 낮게 깔린 보디는 무게감을 더 한다. 후륜구동 방식을 고수한 덕에 전체적인 균형미도 도드라진다.

앞바퀴를 앞범퍼쪽으로 최대한 밀어붙였다. 덕분에 앞뒤 바퀴 사이의 거리를 의미하는 휠베이스가 넉넉하다. 그만큼 실내공간도 여유로울 것이다.

헤드램프도 눈길을 끈다. LED방식의 네모난 램프 4개를 하나로 모아 하나의 램프 패키지를 이뤘다. 이 패키지가 양쪽에 2개씩, 총 16개의 눈으로 날카롭게 전방을 노려본다.

차 속도에 따라 램프의 조사각과 비추는 범위도 스스로 조절한다. 전조등을 '오토'에 맞추면 전방상황을 스스로 판단하고 상향등과 하향등을 번갈아가며 비춘다. 똑똑한 장비다.

실내로 들어서면 화려함이 온몸을 감싼다. 손끝에 닿고 눈길이 가는 곳 모두 이 시대 대한민국 자동차가 담을 수 있는 최고의 옵션들로 채웠다. 제네시스는 물론 한 단계 윗급인 에쿠스에도 없는 장비가 망라돼 있다. 국산차는 물론 수입차를 통틀어도 부족함이 없다. 기아차가 K9를 개발하며 얼마만큼의 심혈을 기울였는지 가늠할 수 있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면 운전석 앞 유리에 헤드-업 디스플레이(HUD)가 두둥실 떠있다. 국산차 가운데 최초, 수입차라고 해봐야 BMW를 비롯한 몇몇 모델에 국한됐던 옵션이다. 앞 유리에 속도와 내비게이션 방향 등이 비춰진다.

천장을 두른 알칸타라 가죽은 BMW 7시리즈가 부럽지 않다. 대시보드는 딱딱한 플라스틱이 아닌 말랑말랑한 고급 가죽으로 뒤덮었다. 기어박스를 중심으로 좌우 대칭형 구조를 지녀 안정감이 넘친다. 버튼과 다이얼의 조작감은 감성품질의 대명사 독일 아우디와 다르지 않다.

▲앞뒤 5:5에 가까운 무게배분을 갖췄다. 노면의 굴곡은 별다른 요동없이 가볍게 삼키고 부드럽게 달린다.
스포츠카에 주로 달리는 3스포크 핸들은 고급차에 이례적이다. 고급감과 함께 스포티를 주장하는 포인트다. 기아차는 최고급 대형세단을 개발하면서 드라이버의 운전재미를 반감하진 않았다.

계기판에는 바늘과 눈금이 없다. 화면 전체가 LCD모니터다. 속도계와 엔진 회전계는 그래픽으로 나온다.

가속페달을 밟았다 떼면 바늘이 '부르르' 떠는 모습까지 그래픽으로 나타낸다. 랜드로버의 최고급 모델 레인지로버가 시도했던 방식이다.

여전히 보수적인 벤츠와 BMW는 아직 이 장비 도입을 꺼려하고 있다. 기아차가 과감한 것이다.

◇동급 독일 고급차 앞지르는 파워트레인 장점=엔진은 람다 3.3과 3.8 엔진을 갖췄다.

최고출력은 각각 300마력과 334마력이다. 시승차는 K9의 최고급 버전 3.8이다. 동급 BMW 740i(326마력)와 메르세데스-벤츠 S 350(306마력)에 비해 모자람이 없다. BMW와 벤츠가 각각 6단과 7단 변속기를 장착한 것과 달리 K9은 8단 변속기를 갖췄다. 기본적인 파워트레인은 K9의 압승이다.

소음과 진동 측면에서도 두 차를 가볍게 앞선다. 아이들링 상태에서 진동과 가속때 소음, 로드 노이즈, 풍절음 등을 종합했을 때 K9은 풍절음 정도가 BMW 7시리즈와 비슷하다. 자체 테스트 결과 그 외의 모든 부분은 BMW와 벤츠보다 한결 정숙하다. 차 바닥과 천장, 엔진 격벽에 겹겹으로 소음재와 차단재를 구겨넣은 덕이다.

첫 출발은 부드럽고 빠르며 경쾌하다. 최고출력 334마력의 대형 세단은 가볍게 정지상태를 벗어난다. 가속페달이 민감해, 살짝만 터치해도 차체는 과격하게 내몰린다.

8단 변속기는 발빠르게 최적의 기어를 갈아탄다. 8개로 잘게 쪼갠 변속기 덕에 굳이 회전수를 올리지 않아도 낮은 회전수에서 거세게 몰아붙일 수 있다. 가파른 오르막을 가볍게 치고 올라가는 것도 낮은 회전수에서 큰 힘을 뽑아내는 8단 변속기 덕이다.

▲BMW와 벤츠의 경쟁 모델에도 없는 8단 변속기를 얹었다. 덕분에 시속 100km에서도 회전수는 고작 1500rpm에 머물러 있다. 고속에서도 조용하고 부드러운 순항이 가능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핸들링은 후륜구동 세단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코너의 정점을 빠르게 찌르면 차체가 부드럽게 잠겼다가 코너의 끝에서 슬며시 고개를 들며 튀어나간다. 핸들만 섬세하게 조정하면 어느 속도에서나 코너의 정점을 과감하게 잘라 먹을 수 있다.

성인 3명을 태운 상태에서 급가속하면 8초 언저리에 시속 100km 영역에 올라선다. 가속감은 이 상태에서 더욱 거세진다. 점잖고 우람한 고급세단은 때로운 과격하고 파괴적인 성능까지 감추고 있다. 고속 영역으로 올라가면 스스로 차 높이를 낮추며 오롯이 차체가 바닥으로 내려앉는다.

시승코스의 반환점에서 뒷자리에 올랐다. 묵직하게 닫히는 도어와 제법 딱딱한 시트는 무게감을 더한다.

푹신한 시트보다 딱딱한 시트가 장거리 운행때 훨씬 편하다.

시트 중앙의 팔걸이를 내리면 뒷자리는 완벽하게 독립된 공간으로 거듭난다. 오너 중심의 하이테크 고급 세단은 뒷자리를 위한 '소퍼 드리븐' 성격도 갖췄다. k9은 운전석도 뒷자리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국산차다.

시승을 마칠무렵 차 가격을 떠올린다. 현대기아차가 신차를 내놓을 때마다 가격은 언제나 논란이다. 상품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는 건 언제나 개인적인 주관이다.

그러나 K9은 상대적인 비교기준이 뚜렷하다. 대놓고 경쟁모델로 삼은 BMW와 벤츠 S-클래스의 옵션을 모조리 가져왔다.

▲다양한 옵션을 가득 채운만큼 뒷자리를 위한 '소퍼 드리븐' 고급차에도 모자람이 없다.
BMW에 있는 장비는 반드시 K9에 존재한다. K9에 없는 장비는 벤츠 S-클래스에도 없다. 역사상 가장 뛰어난 옵션을 갖춘 국산차다.

그럼에도 가격은 경쟁선상에 올라선 수입차의 절반 이하다. 이제 K9은 차 이름 앞에 붙는 KIA라는 앰블럼에 가치를 더하는 일이 숙제로 남았다.

벤츠, BMW의 킬러로서의 기본 자격은 이미 충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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