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甲)이 된 우유 업체…"일방적 가격인상"

입력 2011-02-16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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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값 도미노 인상 우려…결국 소비자만 피해

국내 최대 우유업체인 서울우유가 올 3월부터 가공업체에 공급하는 우유 가격을 50% 이상 올리기로 하면서 업체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구제역으로 인해 우유 수급이 어려워지자 2차 가공업체들은 거래선 다변화를 검토하고 있지만 서울우유에 이어 유업계의 가격인상 도미노 조짐까지 보여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16일 제빵업체 A사 관계자는 “서울우유로부터 지난 10일 제빵업체 등 2차 가공업체에 우유 공급가격을 50% 올리기로 했다는 내용의 공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제빵업체 B사도 “자세한 수치는 영업비밀이라 밝힐 수 없지만 50%에 근접한 증가폭의 인상 관련 공문을 수령해 내부 논의 중이다”라고 했다.

공문에 따르면 18리터 관우유의 공급가격을 다음 달 부터 전격 인상하기로 했다. 서울우유는 지난 1월에도 한 차례 공급가를 올렸다.

구제역 등으로 인해 우유 수급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제빵업체들은 이번 공급가 인상으로 인해 비상이 걸렸다. 특히 서울우유로부터 받는 물량이 막대한 업체들은 벌써부터 울며겨자먹기로 인상분을 줄 수밖에 없다는 탄식까지 나오고 있다.

16일 한 제빵업계 관계자는 "구제역으로 인해 공급가를 올린 것은 이해를 하지만 갑작스럽게 50% 씩이나 인상한다는 것은 다른 이유가 있는 거 아니냐"며 "우유없는 빵을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고 말했다.

업체들은 당장 거래처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우유수급이 더 어려워질 경우 다른 유업체들도 가격을 인상할 것이 예상돼 이마저도 쉬운 일은 아니다. 결국 수입을 해야 하는데 물류 비용 증가가 예상돼 우유를 원료로 사용하는 제품들의 동반 인상도 점쳐지고 있다.

소규모 개인 제빵 가게들은 더 초비상이다. 서울 상계동에서 제과점을 운용하고 있는 박모씨(45)는 "큰 체인을 갖고 있는 대기업도 우유 수급이 어려운데 개인 베이커리들은 이렇게 가다간 다 문닫을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커피업체들도 고민에 빠졌다. 한 업체는 서울우유의 가격인상에도 불구하고 우유 공급업체를 바꿀 수 없다고 밝혔다. 커피맛에 우유가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우유업체를 바꾸지 않는 것이 커피업계의 관행이라는 설명이다.

업체 관계자는 “내부 부담이 크지만 당분간은 인상분을 회사가 감수할 수 밖에 없다”며 “우유값 인상파동이 앞으로 얼마나 장기화될지 추이를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공업계에서는 우유 공급가격 인상이 결정되면 제품 가격의 동반 인상은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제빵업계 관계자는 “가맹점이 많은 현실을 고려하면 점주들을 위해 제품 가격 인상을 생각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우유가 이처럼 가격을 올린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구제역으로 인해 공급업체가 갑을 관계에서 갑으로 역전된 탓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제빵업계 관계자는 "3월이 되면 급식도 시작되면서 원유공급이 어려운 서울우유의 고민은 알겠지만 이틈을 이용해 갑작스럽게 가격을 올린 것은 공급업체가 갑으로 바뀐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셈"이라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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