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오세훈 시장의 몽니

입력 2010-12-03 11:10 수정 2010-12-03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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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시장의 자리는 비어 있었다. 지난 2일 진행된 서울시의회 시정질문에 그는 없었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불참에 이어 시장마저 나오지 않자 이날 시의회는 하나마나였다. 민주당 의원들의 격분만 가득 메아리 쳤을 뿐.

오 시장은 이날 시의회 불참만 한 게 아니다. 아예 오전 휴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다. 전날 서울시의회의 다수당인 민주당이 단독으로 무상급식 조례안을 통과시킨 데 대한 반발이다.

어디서 무얼 하는지 줄기차게 물어오는 기자들을 의식했는지 이날 오후 5시 이종현 대변인은 “오전 연가를 내고 시정을 정리하고, 오후에는 상암과 합정 일대 지하공동구 관련 안전시설 점검을 했다”며 ‘집무거부’는 아니라고 강변했다.

시정질문에 ‘시장 불참’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의 날을 세웠다. 김명수 서울시의회 민주당 원내대표는 오 시장의 고의적 불참에 대해 “그동안 시정을 협의 대상으로 쯤으로 착각하고 있었던 서울시장의 반의회적 인식의 단면을 보여준 것”이라며 “어떤 감시와 견제, 통제도 받지 않겠다는 대시민 쿠데타 선언”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어떠한 비난에도 오 시장이 그리 쉽게 제자리로 돌아올 리 만무해 보인다. 계획된 것까진 아니라도, 그동안 누르고 눌러온 감정의 표출이란 점에서 칼날을 쉽게 거두지는 않을 기세다. 이종현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그동안 양화대교 철거공사, 고척돔구장 건립, 동대문디자인파크 등 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사업들이 충돌과 다수 힘에 밀려 지연되고 있다. 더 이상 방치할 수만은 없어 지금에 이르게 됐다”라는 말을 했다.

오 시장의 도발적 행동을 결코 무상급식 조례안 통과에만 국한지어 생각해선 안되는 이유다. 그동안 자신을 괴롭혀온 시의회에 대해 ‘선전포고’를 했다는 표현이 더 맞을 듯 하다. 서울시장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면서 시의회에 대한 불만, 권력(다수당) 앞에서의 무력감 등을 감안하면 그의 스트레스 강도가 짐작되는 바이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 좋건 싫건 현재의 시의회는 시민의 손으로 구성한 대표체라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한나라당이 대다수 의석을 확보했던 시절에는 과연 ‘독단’과 ‘횡포’가 존재하지 않았었는지도 반성해볼 일이다. 사태가 길어지면 시민마저 어린아이의 생떼에 매를 들게 될 것이다. 제자리로 돌아오라. 그후 당당히 싸울 일이다. 지금이 어느 때라고 몽니를 부리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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