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급 수사관 충원율 22.6%…반독점수사국장도 직무대리 체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출범 한 달여 만에 첫 공정거래 사건을 송치했지만, 기업 수사 체계가 자리 잡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은 과거 검찰이 수사하던 사건을 이관받아 마무리한 사례로 독자적인 기업 수사 역량을 평가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 주요 수사 부서의 간부 공백과 전문인력 부족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지방중수청 반독점수사국은 최근 하도급법 위반 혐의 사건을 서울동부지방공소청에 송치했다. 중수청 출범 이후 공정거래 분야 첫 송치 사례다. 다만 해당 사건은 과거 동부지검이 수사하다 공소시효 만료를 앞두고 중수청에 이관한 사건으로, 중수청의 독자적인 기업 수사 역량을 평가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다.
부장검사 출신 A 변호사는 "공정위에서 넘어온 사건은 이미 상당 부분 조사가 이뤄진 데다 하도급법 사건은 공정거래 분야에서 가장 난도가 낮다"며 "중수청이 주가조작이나 기업 비리 등 고난도 경제범죄에서 실질적인 수사 역량을 입증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기업 형사사건 전문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중수청 출범에 따른 실질적인 변화는 체감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공소청이 기존 사건을 수사할 수 있는 유예기간이 남아 있는 데다가 중수청으로 사건이 이관된 사례도 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부장검사 출신 B 변호사는 "현재 맡고 있는 사건 중 중수청으로 이관된 사례는 아직 없고, 주변에서도 들어보지 못했다"며 “담당 사건 대부분이 기존 공소청에 남아 있고, 사건 담당 검사도 90% 정도가 그대로인 것 같다”고 했다.

중수청이 어떤 경제 사건을 직접 맡을지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이어지고 있다. 앞서 서울중수청은 경찰이 중대 사이버범죄로 판단해 이첩한 금융권 AI 해킹 사건에 대해 경찰 수사가 상당 부분 진행됐다는 등의 이유로 수사 불개시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중수청의 인력 공백 역시 기업 수사 체계 안착의 걸림돌이다. 중수청은 전체 정원 2874명 가운데 약 1900명만 충원한 채 출범했다. 특히 중간 간부급인 4급 수사관은 정원 221명 중 50명에 그쳐 충원율이 22.6%에 불과했다.
주요 보직에서도 인력 부족이 두드러진다. 본청의 감찰관과 수사정책담당관 등 17개 보직을 직무대리가 맡고 있다. 서울청 역시 중대경제범죄수사2과와 반부패수사1과 등 총 11개 수사과의 과장 자리가 직무대리로 채워진 상태다.
특히 공정거래 사건을 담당하는 서울청 반독점수사국장도 직무대리 체제로 운영 중이다. 기업 간 복잡한 거래 구조와 시장 상황 등을 분석해야 하는 수사의 특성상 전문성을 갖춘 지휘부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중수청은 이르면 연내 경찰과 회계사 등 외부 전문인력을 대상으로 경력경쟁채용을 추진할 계획이다. 다만 채용 절차에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전문 수사 인력의 공백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