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경색으로 쓰러진 뒤 3시간 만에 발견된 건설현장 작업반장…法 ”산재”

입력 2026-11-01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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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콘 전복 사고로 야근·새벽 출근…공단은 산재 불인정
法 “고온 밀폐공간서 구조 지연…뇌경색 악화 사망”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박진희 기자 jinhee12@)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박진희 기자 jinhee12@)

건설 현장에서 쓰러진 뒤 약 3시간 만에 발견돼 나흘 뒤 숨진 근로자에 대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업무상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이 뇌경색 발병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뿐 아니라, 쓰러진 이후 구조가 지연된 점이 증상을 악화시켰다는 점도 고려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진현섭 부장판사)는 최근 근로자 A 씨의 배우자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례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 씨는 세종특별자치시의 한 건설 현장에서 일용근로자 관리와 현장 시설 및 출입 차량 관리 등을 담당하던 작업반장이었다.

A 씨는 2024년 12월 12일 오전 5시 10분께 공사 현장 3층 바닥의 열풍기 앞에서 쓰러졌다. 그러나 약 3시간이 지난 오전 8시 7분께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뇌경색과 뇌출혈 등을 진단받고 치료받던 중 나흘 뒤 뇌경색으로 사망했다.

사고 전날인 12월 11일 오후 1시 30분께 공사 현장에서는 레미콘 차량이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중단됐다가 재개되면서 작업이 지연됐고, A 씨는 평소 퇴근 시간인 오후 5시 10분보다 약 4시간 늦은 오후 9시 20분께 퇴근했다.

이후에도 A 씨는 다음 날 오전 1시 49분께 열풍기 작업자와 통화하고 오전 2시 44분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이어 오전 4시 44분께 열풍기 등 시설을 점검하기 위해 평소보다 약 2시간 일찍 출근했다.

A 씨의 배우자는 돌발 사고에 따른 업무상 스트레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뇌경색이 발병했다며 공단에 유족급여를 청구했지만, 공단은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 요인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지급을 거부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A 씨가 사고 전날 레미콘 차량 전복이라는 돌발 상황으로 스트레스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늦은 퇴근과 새벽 업무 연락, 이른 출근으로 평소보다 수면시간이 매우 부족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뇌경색 발병이 업무상 요인 때문이 아니더라도, 쓰러진 이후의 작업환경으로 증상이 악화해 사망에 이르렀다면 업무와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A 씨가 쓰러진 장소는 콘크리트 건조를 위해 열풍기가 가동되던 고온의 밀폐 공간이었다. A 씨는 이곳에서 약 3시간 동안 적절한 구호 조치를 받지 못했으며, 발견 직후 측정된 혈중 산소 농도는 89%로 저산소증 상태를 보였다.

재판부는 “망인은 뇌경색 발병 후 아무런 처치 없이 수 시간 동안 방치됨으로써 뇌혈류의 재관류 치료로 증상이 호전될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또 “뇌 손상을 자연적인 진행 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시켜 망인으로 하여금 발병 후 4일 만에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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