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별 발행도 장기물보다 단기물 비중 늘릴 것

AI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세수 증가로 내년 국고채 발행 규모가 올해보다 40조원 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늘어난 세수 가운데 상당 부분을 당장 지출하지 않고 미래대응기금 등에 적립할 경우 실질적인 국고채 조달 필요액은 이보다 더 감소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13일 바클레이즈는 ‘한국 2027년 예산 전망: 횡재를 관리하는 법(KOREA 2027 budget preview: Managing the windfall)’ 보고서를 통해 내년 총 국고채 발행 규모를 185조6000억원으로 예상했다. 이는 올 발행계획물량 225조7000억원 대비 40조1000억원 줄어든 규모다. 2025년 중기재정계획(MTFF·Medium-Term Fiscal Framework)에서 예상했던 내년 발행액 229조2000억원과 비교하면 43조6000억원 적다.

보고서는 국고채 발행 감소 배경으로 AI 투자 붐에 따른 반도체 호황과 세수 증가를 꼽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체들이 올 상반기 실적을 기준으로 법인세 중간예납에 나서면서 올해 재정수입이 35조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AI 호황에 따른 법인세 추가 효과도 2027년 95조원, 2028년 120조원, 2029년 6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늘어난 세수가 당장 모두 지출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보고서는 내년 재정지출이 올해 예산보다 12.1% 증가하는 가운데 지방정부 이전재원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제도가 개편되고, 반도체 추가 세수 절반이 미래대응기금에 적립될 것으로 가정했다. 이에 따라 내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2%로 올해 3.3%보다 1.1%포인트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미래대응기금은 채권 수급에 추가 호재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내년 기금에 최대 27조5000억원의 잉여자금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를 공공자금관리기금 등에 예탁할 경우 국고채 발행 필요액이 더 줄어들 수 있다.
국내 채권에 직접 투자할 경우엔 수요 측면에서 우호적이다. 반도체 관련 세수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들어오는 반면 대규모 공장 투자는 2028년 이후 확대될 것으로 예상돼 자금 유입과 지출 간 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이 기간 미래대응기금이 2~3년 만기 국내 채권에 투자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종목별 국고채 발행도 수익률곡선 형태와 한국은행 금리인상 사이클을 감안해 장기물보다 단기물 비중을 늘리는 방향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국고채 공급 감소는 내년에 집중될 전망이다. 반도체 공장 투자가 본격화하는 2028년부터 기금 지출이 늘면서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GDP 대비 2027년 2.2%에서 2028년 3.4%, 2029년 4.8%로 다시 확대될 것으로 봤다. 정부부채 비율도 같은 기간 45.5%에서 49.5%, 54.6%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손범기 바클레이즈 이코노미스트는 AI 반도체 호황에 따른 세수 증가와 지출 구조조정이 맞물리면서 “적어도 내년에는 의미 있는 재정건전화가 나타날 것”이라며 “미래대응기금 자산운용 방식에 따라 실질적인 국고채 발행 규모를 추가로 줄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