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보호법 개정에도 현장 체감은 제자리…“신고조차 못 하는 교사 많아”

입력 2026-07-09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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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침해 경험 교사 93.3% 신고 안 해
민원·신고 우려에 생활지도·교육활동 위축
“법 넘어 학교 구조 개선·신뢰 회복 필요”

▲차정인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이 9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교육공동체가 함께 모색하는 교원의 교육활동보호 강화 방안'을 주제로 열린 국가교육위원회-한국교육개발원 공동 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차정인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이 9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교육공동체가 함께 모색하는 교원의 교육활동보호 강화 방안'을 주제로 열린 국가교육위원회-한국교육개발원 공동 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권보호 5법 개정 등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법·제도가 잇따라 마련됐지만 학교 현장의 체감도는 여전히 낮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잠재적 교권침해’가 상당한 데다 민원과 신고에 대한 우려로 교사들이 정당한 생활지도마저 주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통령 소속 국가교육위원회와 한국교육개발원은 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교육공동체가 함께 모색하는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 강화 방안’을 주제로 공동 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교권보호 5법 개정 이후 교육 현장의 변화를 진단하고 교육공동체의 신뢰 회복과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중장기 정책 과제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현황 보고에 나선 유경훈 한국교육개발원 초·중등교육연구본부장은 “관련 제도와 지원은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개선됐지만 학교와 교육 현장도 실제로 개선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공식적인 건수나 심의 변화만으로는 현장의 체감을 온전히 설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교육활동 침해 심의 건수는 2020년 1197건에서 2021년 2269건, 2022년 3035건, 2023년 5050건으로 늘었다. 2024년에는 4234건으로 줄었지만 지난해 상반기에만 2189건이 발생했다.

특히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교육활동 침해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이 교사 35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36.6%가 교육활동 침해를 경험했다고 답했지만, 이 가운데 93.3%는 신고하지 않았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조사에서도 교육활동 침해를 경험한 교사 가운데 학교교권보호위원회 심의까지 이어진 비율은 13.9%에 그쳤다.

유 본부장은 “신고 건수나 공식 심의 건수가 전체 교육활동 침해 규모와 실질적인 어려움을 완전히 보여준다고 하기 어렵다”며 “공식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침해는 더 많을 것으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교육활동 침해가 공식적인 사건으로 이어지기 전부터 교사의 교육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민원이나 아동학대 신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생활지도 유보와 자기검열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유 본부장은 “최종 처분이 어떻게 되는지와 별개로 신고와 조사 절차 그 자체만으로도 교원의 전문성과 교육적 판단 실행이 위축되고 있다”며 “신고 접수 순간 교사의 일상이 멈춘다는 지적은 현재 실태의 특징을 잘 설명해준다”고 했다.

▲9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교육공동체가 함께 모색하는 교원의 교육활동보호 강화 방안'을 주제로 국가교육위원회-한국교육개발원 공동 포럼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교육공동체가 함께 모색하는 교원의 교육활동보호 강화 방안'을 주제로 국가교육위원회-한국교육개발원 공동 포럼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 기조 발제에 나선 장덕호 건국대 교수는 교권 보호를 위해 법·제도 정비를 넘어 한국 교육의 구조적인 문제를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현재 제시되는 과제들은 어쩌면 빙산 위에 떠오른 것들”이라며 “보이지 않는 빙산 아래의 문제를 살펴야 교육계가 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학교 현장의 사법화가 교육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학교폭력 사안만 발생하면 선생님들이 얼어버린다”며 “교육적 지도 행위가 이뤄져야 할 학교 공간에 사법적 절차만 남은 상황에서 어떤 교육적 행위가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교사의 과도한 행정업무와 민원 부담도 문제로 꼽았다. 장 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인용해 “한국은 학부모 민원 대응으로 인한 교사 스트레스가 세계 최고 수준이고 학생의 언어적 폭력으로 인한 스트레스 역시 높은 수준”이라며 “협력은 가장 낮은데 부담은 최상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교사의 교육권과 학생의 학습권, 학부모의 양육권이 충돌하는 구조를 넘어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교사의 교육권만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며 “교사의 교권도, 학습자의 학습권도, 학부모의 양육권도 존중받아야 한다. 이 세계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가 앞으로의 방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에서도 현행 교육활동 보호 정책이 학교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하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졌다. 교원과 학부모, 교육행정·학계 전문가들은 악성 민원 대응 체계 강화와 교원 업무 경감, 학교 관리자 책임 강화, 교원 전문성 제고와 학교 구성원 간 신뢰 회복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차정인 국가교육위원장은 “정당한 교육활동이 보호되지 않고 교사가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을 제지하는 일로 고소를 당하거나 정당한 생활지도마저 위축되는 상황이라면 교육은 불가능하며 이는 모든 아이의 피해로 돌아간다”고 밝혔다.

이어 “문제가 복합적인 만큼 단 하나의 획기적 정책에 기댈 것이 아니라 여러 정책을 하나하나 공들여 만들어 순차적으로 성공시켜야 한다”며 “2년 내 현장에서 가시적 변화를 체감하고 약 5년 내 구조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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