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반도체 인접 산업서 투자기회 찾을 것”

미국 사모펀드(PEF) 운용사 베인캐피탈이 일본 시가총액 1위 반도체 기업 키옥시아의 지분을 전량매각하며 일본 기술 산업과 투자 시장의 판도를 바꾼 거래의 한 장을 마무리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베인캐피털의 데이비드 그로스 매니징 파트너는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더 이상 키옥시아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서 “이번 투자는 관련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매우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왔다”고 밝혔다.
베인의 이번 엑시트는 수개월에 걸쳐 지분을 단계적으로 줄여온 끝에 이뤄졌다. 베인의 키옥시아 지분율은 지난해 12월 약 44%에서 지난달 중순께 약 14%까지 낮아졌으며, 이후 남은 지분도 모두 처분했다.
베인은 전 세계적인 AI 투자 열풍으로 키옥시아의 주가는 2024년 12월 18일 상장한 날 대비 4000% 이상 급등하면서 기록적인 수익률을 달성했고, 이로써 키옥시아는 지난달 12일 도요타와 소프트뱅크그룹을 제치고 일본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으로 등극했다.
이번 지분 청산 시점은 AI 기업들의 높은 밸류에이션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시기와도 맞물린다. 올해 들어 전 세계 반도체 주식은 기록적인 수준으로 급등했으나, 경쟁 심화, 공급 과잉 가능성, 수천억 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이 과연 수익으로 이어질지에 대한 의구심으로 최근 변동성을 겪고 있다.
베인이 이끄는 컨소시엄(SK하이닉스 포함)은 2018년 도시바에서 분사된 메모리 사업부를 약 180억달러(약 27조원)에 인수했다. 도비사의 메모리 사업부는 전원을 꺼도 데이터가 사라지지 않는 ‘낸드 플래시 메모리’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후 수년간 해당 사업부는 최악의 메모리 업황 부진을 겪었으나, 2024년 상장 이후 AI 메모리 칩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로 주가가 급등하며 MSCI 월드지수 편입 종목 가운데서도 가장 뛰어난 성과를 낸 종목 중 하나가 됐다.
블룸버그는 “키옥시아 주가는 지난달 기록했던 최고점 대비 약 33% 하락했지만, 회사의 재도약은 사모펀드 업계 역사에 남을 대표적인 성공 사례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로스 파트너는 “키옥시아는 도시바가 보유했던 최고의 기술 기업이자 오랜 역사를 가진 핵심 자산(crown jewel)이었다”며 “이번 턴어라운드는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성장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다는 사모펀드의 역할을 입증한 사례”라고 강조했다.
베인은 최근 조성한 105억달러 규모의 아시아 펀드를 본격적으로 집행할 준비를 하고 있으며, 상당 부분을 일본에 투자할 계획이다.
운용자산(AUM) 약 2250억달러를 보유한 보스턴 기반 베인은 20년 전 일본에 사무소를 설립했으며 현재 일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모펀드 가운데 하나다. 일본에서는 저금리 금융환경과 엔화 약세, 기업 지배구조 개혁에 힘입어 기업 비상장 전환과 자회사 매각이 활발해지면서 인수합병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베인은 올해 중순까지 일본에서 약 30억달러 규모의 거래를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약 100억달러 규모의 거래를 성사시키며 시장 선두를 차지한 데 이은 것이다. 그로스는 올해도 비슷한 수준의 거래 규모를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일본에서 약 100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만큼 필요할 경우 인력도 추가로 확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로스는 “일본에는 헬스케어와 디지털 인프라를 비롯해 반도체 장비, 데이터센터용 에너지 시스템, 소프트웨어와 애플리케이션 등 반도체 인접 산업에서 다양한 투자 기회가 있다”고 평했다. 그러나 그는 “키옥시아와 같은 투자 기회는 다시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