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똑같은 시술에 4천번 보험금 청구?…대법 "보험금 환수·계약 무효"

입력 2026-06-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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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 '상고 기각'…부정 취득·판결 효력 범위 법리 명시
6년간 3933회 시술…법원 "정상 위험 보장 범위 벗어나"

▲(사진=AI 생성)
▲(사진=AI 생성)

티눈 제거 시술을 수천 차례 반복하며 11억원대 보험금을 타낸 가입자에 대해 대법원이 '보험계약 무효'라는 철퇴를 내렸다. 실제 치료비와 무관하게 수술 1회당 정해진 액수를 지급하는 ‘정액형 수술비 담보’를 악용해 거액의 보험금 누수를 초래한 사례다. 보험업계는 대법원이 과잉 청구로 인한 보험금 환수 및 계약 무효를 명시적으로 인정한 이례적인 판결로 평가하고 있다.

25일 보험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최근 한 손해보험사가 가입자 A씨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에서 A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A씨는 보험사에 보험금 원금과 지연이자를 더한 약 15억2300만원을 반환해야 한다는 원심 판결이 최종 확정됐다. 법원은 양측이 맺은 보험계약 자체도 무효라고 판단했다.

A씨는 2016년 6월 ‘질병수술비 특약’이 포함된 보험 상품에 가입했다. 해당 특약은 질병 치료 목적으로 수술을 받을 경우 실제 발생한 치료비와 상관없이 수술 1회당 30만원의 보험금을 정액으로 지급하는 구조였다.

가입 후 불과 3개월 뒤부터 A씨는 발가락과 발바닥의 티눈 및 굳은살을 제거한다며 냉동응고술을 받기 시작했다. 2016년 9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여러 피부과 의원을 전전하며 받은 시술만 총 3933회에 달한다. 이를 근거로 A씨는 보험금을 거듭 청구했고, 보험사는 2023년 1월까지 지연손해금을 포함해 약 11억8000만원을 지급했다.

A 씨가 노린 것은 약관의 맹점이었다. 당시 약관에는 '같은 종류의 수술을 반복 시행할 경우 제한한다'는 규정이 부실해 양발이나 발가락, 발바닥 등 부위를 다르게 청구하면 수술 1회당 30만 원에 달하는 질병수술비를 각각 중복으로 받을 수 있었다. 냉동응고술의 실제 치료비는 회당 3만원에 불과하다.

법원은 A씨의 청구 행태가 정상적인 위험 보장 범위를 크게 벗어났다고 짚었다. 1심 재판부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다수의 보험계약을 집중적으로 체결한 점 △본인 소득에 비해 감당해야 할 월 보험료가 과도했던 점 △보험 가입 직후 티눈 치료와 보험금 청구가 비정상적으로 급증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2심 역시 A씨에게 보험금을 부정하게 취득할 목적이 다분했다고 보고 1심과 뜻을 같이했다.

대법원도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 법리적 오해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특히 A씨가 과거 동일한 보험계약을 바탕으로 제기한 일부 티눈 시술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승소한 이력이 있었으나, 대법원은 “당시 판결의 효력은 해당 특정 시술에 대한 보험금 청구권에만 국한된다”고 선을 그었다. 과거의 승소가 전체 보험계약의 유효성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보험사 측 소송대리인인 최병문 변호사(법무법인 지평)는 “이번 사안은 유사 사건 중에서도 그 정도가 매우 과도해, 대법원 역시 가입자의 악용 의도를 인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비정상적으로 다수의 보험에 가입한 뒤 병원을 순회하며 보험금을 수령한 행위가 명백한 부정 취득임을 법원이 확인해 준 판결”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개별 약관 문구와 가입 경위에 따라 남아 있는 유사 분쟁에서 참고 사례로 활용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박상오 변호사(법무법인 바른)는 “이 정도 규모의 극단적인 사례가 흔치 않아 향후 보험사들의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 전반에 즉각적 영향을 주긴 어렵겠지만, 유사한 과잉 청구 건에서 보험사가 쟁점을 구체적으로 다툴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얻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반복적인 수술비 청구를 바라보는 보험사들의 자체 심사 기준 역시 한층 세밀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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