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날 낮 12시52분 9000.68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장중 9000선을 돌파했다. 이후 장중 9020선까지 상승 폭을 키웠다.
올해 코스피는 초강세다. 미국과 이란 전쟁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반도체·AI 대형주를 중심으로 30% 넘게 올랐다. 지정학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실적 개선 기대와 글로벌 AI 투자 확대가 지수를 밀어올린 것이다. 여기에 종전 기대가 더해지면서 전쟁 할인까지 걷혔고, 9000선 돌파의 마지막 동력이 붙었다.
상승 속도도 이례적이다. 코스피는 지난달 15일 장중 처음 8000선을 넘어선 뒤 34일, 거래일 기준 22거래일 만에 9000선에 도달했다. 종가 기준으로는 지난달 26일 처음 8000선에 안착한 이후 약 3주 만이다. 지난해 10월 4000선을 돌파한 뒤 올해 1월 5000선, 2월 6000선, 지난달 7000선과 8000선을 차례로 넘어선 데 이어 이날 9000선까지 올라섰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지수의 체급 변화는 더 뚜렷하다. 코스피는 지난해 6월 18일 2972.19에서 이날 장중 9000.68까지 오르며 1년 만에 6028.49포인트 뛰었다. 상승률은 202.83%로, 지수가 1년 사이 3.03배로 불어난 셈이다.
시가총액 측면에서도 상징성이 크다. 지난해 6월 중순 2400조 원대였던 코스피 시가총액은 최근 7000조 원대로 불어났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중심의 지수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AI 투자가 지속되는 환경에서 대형 반도체 기업들의 이익 성장은 견조하고, 밸류에이션 리레이팅도 이어지고 있다”며 “AI 밸류체인이 주도하는 한국 증시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하이퍼스케일러들의 AI 투자가 단순한 투하자본이익률(ROIC) 논리만으로 설명되기 어려운 구간에 들어섰다고 봤다. 투자 수익률이 낮아지거나 비용이 늘더라도 AI 경쟁에서 성공했을 때 얻을 수 있는 보상이 큰 만큼, AI 투자는 과열 논란에도 쉽게 멈추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그는 “2027년 메모리 수급은 2026년보다 한층 빠듯해지고 가격 추가 상승 여력도 충분할 것”이라며 “패키징 기판과 MLCC 등 AI 인프라 핵심 부품은 생산능력 증설에 시간이 걸리는 반면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어 장기 실적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안팎에서는 9000선 이후 자연스럽게 1만피 가능성도 거론된다. 1만선은 9000선 대비 추가 상승률 11.1% 수준이다. 반도체 이익 전망 상향과 외국인 자금 복귀, 원화 안정,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기대가 이어질 경우 불가능한 숫자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증권가의 눈높이도 높아지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코스피 상단을 1만400, 하나증권은 1만380, KB증권은 1만500으로 제시했다. DB증권과 대신증권도 각각 1만1700, 1만1500까지 가능성을 열어뒀다. 노무라증권도 앞서 올해 코스피 목표치를 기존 7500~8000에서 1만~1만1000으로 상향했다.
다만 9000선 돌파가 곧바로 안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코스피200 변동성지수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매파적이었던 6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여파와 원·달러 환율 상승 부담도 남아 있다. 반도체 대형주 쏠림이 강한 만큼 지수가 추가 상승하려면 랠리가 다른 업종으로 확산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6월 들어 업종 간 순환매와 성과 분산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소수 업종 쏠림이 촉발했던 FOMO 현상을 진정시켜 줄 수 있는 요인”이라면서도 “실적과 내러티브를 보유한 반도체와 MLCC 등 기존 AI 밸류체인 주도주 비중 확대 전략은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