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 임금격차 완화" vs "기존 제도와 중복"⋯'고용평등공시제' 도입 논의 본격화

입력 2026-06-1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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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500인 이상 기업 대상 시행 목표로 제도 설계 논의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18일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고용평등공시제 입법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성평등가족부)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18일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고용평등공시제 입법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성평등가족부)

기업의 성별 임금 현황과 고용 실태를 공개하는 ‘고용평등공시제’ 도입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가 내년 시행을 목표로 제도 설계에 나선 가운데 노동계와 여성계는 임금 투명성 강화를 통한 성별 임금 격차 완화 필요성을 강조했고, 경영계는 기업 부담과 기존 제도와의 중복 문제를 제기했다.

18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고용평등공시제,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토론회에서는 해외 제도 운영 사례와 국내 도입 방향, 입법 과제가 논의됐다.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박홍배 의원실이 주최하고 성평등가족부와 고용노동부가 후원했다.

고용평등공시제는 기업의 성별 임금 수준과 고용 구조를 공개해 성별 격차를 진단하고 개선을 유도하는 제도다. 정부는 관련 법안 통과를 전제로 상시근로자 500인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발제를 맡은 김혜진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21개국이 민간기업에 성별 임금 정보 보고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르웨이와 독일, 스웨덴, 영국, 캐나다, 프랑스, 호주 등은 기업 규모에 따라 성별 임금 현황을 정기적으로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올해부터 임금 투명성 지침을 시행해 일정 규모 이상 사업장의 성별 임금 격차 공시를 의무화했다.

실제 일부 국가에서는 임금공개 제도 시행이 성별 임금 격차 축소로 이어졌다. 덴마크는 제도 도입 이후 성별 임금 격차가 약 13%, 영국은 19%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임금 투명성 제도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구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김 교수는 “성별 임금 격차는 단순한 임금 차이뿐 아니라 직무와 직급, 근속연수, 근로시간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동일가치노동에 대한 기준 정립과 성 중립적 직무평가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발제에 나선 구미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고용연구본부장은 기존 적극적 고용개선조치(AA)의 한계를 언급하며 새로운 제도 설계 방향을 제시했다. AA는 공공기관과 일정 규모 이상 기업의 여성 고용 현황 등을 관리하는 제도지만, 정부가 자료를 제출받아 관리하는 방식에 머물러 성별 격차를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구 본부장은 고용평등공시제를 ‘공시-진단-개선’이 이어지는 구조로 설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업이 성별 임금과 고용 현황을 공개하면 이를 토대로 격차 원인을 분석하고 개선계획을 수립·이행하도록 한 뒤, 다음 공시에서 개선 여부를 점검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공시 범위·기업 부담 놓고 여성계·경영계 의견 엇갈려

▲18일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고용평등공시제 입법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성평등가족부)
▲18일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고용평등공시제 입법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성평등가족부)

이어진 토론에서는 고용평등공시제의 공시 범위와 대상, 기업 부담, 사후 관리 방식 등을 둘러싸고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국미애 성평등정책연구소 이음 소장은 고용평등공시제가 단순한 정보 공개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투명성 강화는 성별 임금 격차 해소의 출발점”이라며 “공시를 통해 드러난 격차의 원인을 분석하고 개선계획 수립과 이행 점검으로 이어지는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임금 평균값과 중위값, 임금분위별 분포 등을 성별·고용형태별로 공개하고, 기업이 격차 발생 배경과 개선 방안을 함께 제시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영계는 공시제 확대가 새로운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성별 임금 격차가 직무와 직급, 근속연수, 근로시간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인 만큼 단순한 수치만으로 기업의 차별 여부를 판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상철 한국경영자총협회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기업들은 이미 적극적 고용개선조치 등을 통해 관련 자료를 제출하고 있다”며 “새로운 공시제를 도입한다면 기존 제도와의 중복을 최소화하고 기업의 행정 부담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고용평등공시제 도입과 관련한 양성평등기본법 개정안 등 13건의 법안이 계류 중이다. 성평등부는 내달 ‘고용평등공시제 공동기획단’을 출범시켜 제도 설계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은 “고용평등공시제는 성별과 관계없이 역량을 펼친 만큼 정당하게 보상받는 평등과 상생의 노동시장을 만드는 첫걸음”이라며 “노사가 함께 일터의 변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제도 도입과 정책적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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