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유령성장’에 저항하는 청년 함성 새겨야

입력 2026-06-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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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지방선거 결과가 나오자 분석이 쏟아졌다. 특히 청년층의 표심이 기성 세대와 뚜렷이 갈라졌다는 것이다. 여론 해설자들은 이를 ‘세대 갈등’이나 ‘이념 지형의 변화’, ‘집권 정당의 선거 전략 실패’로 읽었다.

그러나 그 독법은 절반밖에 맞지 않는다. 청년의 표심 이탈은 어떤 정당을 선택하거나 거부한 것이 아니다. 지금의 시스템 전체를 향한 집단적 거부, 현재의 시스템을 책임지고 있는 집권당에 대한 경고이다.

반도체 호황 속 노동시장 진입 끊겨

숫자가 먼저 말한다. 유엔 경제사회국(DESA)은 2026년 2월, 전 세계 10~19세 청년 7명 중 1명이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140개국 2500명 이상의 데이터가 근거다. 한국은 이 수치의 극단에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은둔 청년 비율은 2022년 2.4%에서 2024년 5.2%로, 불과 2년 만에 두 배 이상 뛰었다. 20대 구직 포기자는 지난 3월 기준 7만3000명을 넘어섰다.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비율이다. 이들이 투표장에 나갔을 때 어떤 표를 던질지는 자명하다.

이 위기의 뿌리에는 ‘유령 성장(Ghost GDP)’이 있다. 반도체 수출은 호조이고 국내총생산(GDP) 수치는 오른다. 그러나 그 과실은 청년 손에 닿지 않는다. 골드만삭스가 2026년 6월 발표한 AI 도입 추적 보고서는 미국에서 매달 1만1000~1만6000개의 일자리가 순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타격은 신입직에 집중된다. 데이터 입력, 고객 서비스, 기초 재무, 신입 소프트웨어 개발…. AI가 가장 먼저 대체한 것은 청년이 노동시장으로 진입하던 ‘온램프(on-ramp)’ 직종이다. 커리어 사다리의 첫 번째 칸이 통째로 사라진 것이다. 반도체 이익은 기업 법인세와 주주 배당으로 집중되고, 청년은 진입로를 잃은 채 바깥에 선다.

한국은 어떤가. 사정은 더 가혹하다. 유엔이 지목한 ‘6대 사회 결정 요인’(교육, 고용, 가족, 빈곤, 디지털, 사회적 태도)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 학업에서 취업으로, 취업에서 독립으로 이어지던 생애 주기의 컨베이어 벨트가 끊어졌다. 소셜미디어는 수백 명과의 연결을 제공하지만, 위기의 순간 전화 한 통 걸 수 있는 물리적 지지자는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주요국에서 청년의 심리적 고통은 2012년부터 2022년까지 10년 내내 악화되어 왔다. 이것은 일시적 방황이 아니다. 공동체가 해체된 자리에 알고리즘만 남은 구조의 문제다.

정치권은 흔히 청년의 분노를 ‘이념 스펙트럼의 이동’으로 해석하고 싶어 한다. 그 편이 대응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짜 해답은 다른 곳에 있다. 먼저, 끊어진 온램프를 다시 놓아야 한다. 청년이 AI 시대의 역량을 갖추면서 소득도 확보하는 경로를 설계해야 한다. 구직 단념 청년이 직업훈련, 사회서비스, 지역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조건으로 생계비를 지원하는 참여소득 방안이 있을 것이다. 여기에 재교육 바우처를 결합하면 청년은 소득 공백 없이 AI 시대에 필요한 역량을 쌓아 새로운 온램프로 진입할 수 있다.

청년층에 성장과실 돌리는 장치 마련을

반도체 초과 이익의 일부를 청년 재교육 기금으로 제도화해야 한다. 유령 성장이 만든 세금을 유령 성장의 피해자에게 돌려주는 것은 선심이 아니라 형평의 문제다. 나아가 주거·고용·디지털 규제 부처가 ‘청년 웰빙’이라는 단일 목표 아래 통합 창구를 만들어야 한다. 부처 칸막이 안에서 은둔 청년은 여러 곳을 전전하다 지쳐 포기한다.

선거는 끝났지만 신호는 사라지지 않는다. 지금까지 사회는 청년에게 더 높이 뛰라고 독려하면서, 정작 추락할 때 받아줄 그물망은 치워버렸다. 이번 표심 이탈은 그 틈새에서 추락 직전의 세대가 보낸 경고음이다. 지금 반도체 산업이 만들어낸 정책의 창은 열려 있다. 그 창이 닫히기 전에, 성장의 과실을 청년에게 투자하여 미래를 돌려주는 시스템을 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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