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만으론 못 뚫는 美 방산시장…현지 생산·탄약망까지 승부수
한화, '자주포-탄약-함정' 묶어 육해군 투트랙 공략 본격화

미국은 세계 최대 방산시장이지만 해외 기업에는 가장 뚫기 어려운 시장으로 꼽힌다. 자국산 우선주의, 의회 승인, 국방부 조달 절차, 보안 기준, 현지 생산 요구를 모두 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무기 성능이 좋다고 계약을 따내기 어렵다. 미국 내 일자리 창출, 공급망 안정성, 전시 생산능력, 장기 유지보수 체계까지 함께 입증해야 한다.
시장 규모는 압도적이다. 미 국방부의 2026회계연도 예산 요청액은 9616억달러, 한화 약 1455조원에 달한다. 미국은 전세계 군사비의 37%를 차지하는 압도적 1위 방산시장이다. 국제 안보·군비 연구기관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2024년 미국의 군사비는 9970억달러로, 2위 중국의 3.2배에 달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미 육군 자주포 사업에 공을 들이는 이유 중 하나다. 수주에 성공하면 단일 사업 성과를 넘어 세계 최대 방산시장에 완성 무기체계 공급자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미국 자주포 사업 도전은 2024년 10월부터 본격화됐다. 미 육군은 당시 자주포 현대화 성능시연 계약 대상에 한화디펜스USA를 포함했다. 이후 한화디펜스USA는 올해 3월 미 육군의 시제품 제안 요청(RPP)에 따라 K9 자주포 기반 K9 Mobile Howitzer(K9MH)를 제출했다.
한화가 강조한 것은 단순한 장비 성능이 아니었다. K9MH 플랫폼뿐 아니라 포탄, 장약, 사격통제, 지휘통제체계까지 결합한 통합 포병 솔루션을 내세웠다. 미국 육군 입장에서는 자주포 본체뿐 아니라 탄약, 보급, 정비까지 장기적으로 안정된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 현지 생산 기반도 구체화했다. 한화디펜스USA는 앨라배마 오펠라이카에 K9 계열 자주포 통합·시험 시설을 세우기로 했다. 해당 시설은 계열의 미국 내 통합과 시험 거점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단순 완제품 수출이 아니라 현지 생산·시험·정비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포석이다.
탄약 공급망에서도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약 13억달러 규모(약 2조원)의 아칸소 탄약 공장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포병 플랫폼과 탄약을 함께 묶어 미국 내 방산 생태계에 진입하겠다는 전략이다.
한화 그룹 차원의 미국 공략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보잉 F-15 전투기용 대화면 다기능 전시기를 공급하며 미국 항공전자 공급망에 진입했다. 한화세미텍 등 장비 계열도 북미 전자·반도체 장비 고객 기반을 넓혀왔다. 여기에 한화오션은 필리조선소를 기반으로 미 해군 함정 사업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사업에서 수주에 성공하면 한화는 미국 방산시장에 완성 무기체계를 공급하는 첫 국내 기업으로 자리매김한다. 방산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완성 무기체계는 K방산이 처음 도전하는 시장”이라며 “단순 매출 확대를 넘어 K방산 역사의 이정표가 될 수 있는 프로젝트”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