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당국 과잉규제가 만든 결과”

금융감독원이 미래에셋증권의 스페이스X 공모주 ‘0주 배정’ 사태와 관련해 기한 없는 검사에 나서면서 검사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투자위험 고지와 청약 모집 과정을 확인하겠다는 취지지만, 경영진 발언과 내부통제 문제까지 들여다보는 것은 과도하다는 시각도 있다. 대표주관사가 상장 직전 물량 미배정을 일방 통보한 사안으로, 판매사 책임만으로 보기보다 해외 기업공개(IPO) 제도 미비와 당국의 사전 가이드 부재까지 함께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1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미래에셋증권의 스페이스X 공모주 청약 판매 전반을 검사하고 있다. 5일 현장점검에 착수한 뒤 9일 검사로 전환했다. 배정 무산 경위와 투자위험 사전 고지, 청약 모집 과정, 내부통제 등이 점검 대상이다. 금감원은 최종 배정 물량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래에셋증권 경영진이 청약을 홍보한 경위도 들여다볼 예정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투자설명서상 스페이스X IPO 인수단에 포함됐다. 인수 섹션에는 미래에셋증권 몫으로 231만4815주가 기재됐다. 공모가 135달러 기준 약 3억1250만 달러, 한화로 약 4700억원대 규모다.
그러나 최종 배정 단계에서 물량은 사라졌다. 미래에셋증권은 미국 증시 개장을 불과 1시간30분 앞둔 12일 밤 9시께 골드만삭스로부터 배정 물량이 없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상장 직전 일방적 통보였다. 이에 미래에셋증권은 공식 항의서한을 보냈지만 골드만삭스는 아직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결국 국내 투자자에게 공모 물량은 이전되지 않았고, 미래에셋증권은 청약 증거금을 전액 환불했다.
해외 IPO는 국내 공모주 청약과 구조가 다르다. 미국 IPO에서는 대표주관사가 수요예측 결과와 투자자 성격, 장기 보유 가능성 등을 반영해 최종 배정 물량을 정한다. SEC 공시상 인수단 물량이 국내 고객에게 그대로 확정 배정되는 방식은 아니다. 이번 사태 역시 공시상 인수단 참여와 실제 고객 배정 사이의 간극에서 비롯됐다는 게 미래에셋증권의 설명이다.
김미섭·허선호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부회장) 명의 고객 안내문에서 “회사는 SEC 공시(S-1)에 인수단으로 포함돼 국내 고객에게 IPO 청약 물량을 제공할 수 있는 정당한 자격과 요건을 모두 갖추고 이번 청약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마지막까지 물량 확보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으나, 미국 대표주관사의 재량에 의한 최종 결정으로 물량이 배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금전적 보상을 포함한 고객 신뢰 회복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을 향한 비판도 나왔다. 하태경 보험연수원장은 자신의 SNS(페이스북)에 “스페이스X 공모주 코리아 패싱 사태는 우연이 아니다”며 “과잉 규제가 만들어낸 예고된 결과”라고 밝혔다. 그는 “금감원은 조사 주체가 아니라 조사 대상”이라며 이번 사태의 본질은 미래에셋증권의 영업 실패가 아니라 낡고 과도한 규제 체계에 있다고 주장했다.
하 원장은 국내 일반투자자가 해외 기업 공모주에 참여하려면 증권신고서 제출과 심사, 공시서류 작성, 번역, 법률 검토 등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일본·유럽 투자자만으로도 수요가 넘치는 글로벌 기업이 한국 시장만을 위해 별도 비용과 시간을 들일 유인이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실제 미래에셋증권은 일반투자자도 참여할 수 있는 공모 방식 청약을 검토했지만 국내 제도상 일정 요건을 맞추기 어려워 전문투자자 대상 사모 방식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IPO 공모 절차는 자연일 기준 15일이면 가능하지만, 국내는 영업일 기준 15일이 필요하다. 스페이스X 상장 일정에 맞춰 일반 공모를 진행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청약 대상이 좁아지면서 수요 규모도 줄었다. 미래에셋증권을 통한 국내 사모 청약 규모는 약 11억 달러 수준이었다. 일본은 일반 공모를 통해 약 62억 달러 규모의 청약 수요를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요 규모 차이가 최종 배정 과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상장 직후 매매도 제약이었다. 당국은 주식이 실제 고객 계좌에 입고된 뒤에야 매도가 가능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요일 상장 기준 국내 계좌 입고는 화요일 이후 가능하다. 국내 투자자가 상장 당일 매매에 참여하기 어려운 구조였던 셈이다.
결국 이번 사태는 골드만삭스의 최종 배정 재량, 국내 일반 공모 규제, 상장 직후 매매 제약이 겹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자 보호 점검은 필요하지만 판매사 검사에만 초점을 맞추면 해외 IPO 제도 개선 논의가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안을 한 증권사의 판매 실패로만 보기에는 구조적 변수가 적지 않다”며 “해외 IPO를 국내 투자자에게 연결할 때 적용할 절차와 기준을 당국이 명확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