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발전5사, 전력거래 비중 10년 새 '반토막'⋯통폐합 명분 키우나

입력 2026-06-16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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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5사 점유율 31%로 하락, 민간 사업자 2년 연속 '최대'
통폐합·석탄폐쇄 구조조정 공포⋯고용 불안·채용 위축 우려

▲서울 시내 화력발전소 굴뚝에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뉴시스)
▲서울 시내 화력발전소 굴뚝에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뉴시스)

국내 전력 도매시장에서 한국전력 산하 발전5사가 차지하는 전력 거래 비중이 30%대까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전체 전력 시장의 60%를 웃돌았던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생산 보루가 불과 10여 년 만에 반토막 수준으로 쪼그라든 셈이다. 전력 공급량과 시장 수익 모두 민간 발전사에 주도권을 내주면서 전력 산업 전반에 걸쳐 이른바 ‘조용한 민영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는 정부가 추진 중인 ‘발전5사 통합’의 명분이 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전력 '2025년 KEPCO in Brief'에 수록된 회사별 구입실적.
(AI 기반 편집 이미지) (본지 입수)
▲한국전력 '2025년 KEPCO in Brief'에 수록된 회사별 구입실적. (AI 기반 편집 이미지) (본지 입수)

16일 이투데이가 입수한 한전의 핵심 통계 자료(2025년 KEPCO in Brief)에 따르면 지난해 한전이 구매한 전력 57만2581GWh(기가와트시) 가운데 발전5사(한국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 물량은 17만8019GWh로 전체의 31.1%에 그쳤다. 원자력발전이 주력인 한국수력원자력의 구입 물량 비중은 31.6%(18만1051GWh)였다.

반면 민간 발전사와 신재생에너지 사업자 등이 주축이 된 ‘기타회사’로부터의 구입 비중은 37.3%(21만3509GWh)에 달해 발전5사와 한수원보다 많았다. 민간 사업자와 발전5사의 전력거래 비중이 처음 뒤바뀐 시기는 2024년이다. 한전의 발전5사 구입량 비중은 2023년 34.5%에서 2024년 32.6%, 2025년 31.1%로 매년 하락세했다. 기타회사 비중은 2023년 34.3%에서 2024년 35.0%, 2025년 37.3%로 꾸준히 증가하며 전력 시장 1위 공급자로 자리 잡았다.

전력시장 주도권이 민간으로 이동하면서 발전5사 체제를 유지해야 할 정책적 명분 역시 약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2038년까지 전국 노후 석탄발전소 40기가 순차적으로 폐쇄되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맞물려 현장에서는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 발전사 관계자는 “기존 공기업 정규직인 석탄화력발전 인력들은 사내 교육 등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분야로의 전직이라도 기대할 수 있지만 현장의 손발 역할을 하던 수많은 하청·협력사 직원들은 전직이 사실상 불가능해 통폐합과 발전소 폐쇄의 희생양이 될 판”이라고 우려했다.

신규 채용도 사실상 사라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또 다른 발전사 관계자는 “발전소 폐쇄로 발생한 유휴 인력에, 향후 5사 통합 과정에서 쏟아질 중복 인력까지 넘쳐나는 상황이라 외부 청년 인력을 새로 뽑을 명분 자체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과도기적 연료 전환의 한계도 공공 발전사들의 입지를 좁히는 원인이다. 석탄을 대체할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은 높은 발전 단가와 메탄 배출 문제에 시달리고 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추진 중인 수소·암모니아 혼소 발전이나 대규모 해상풍력 등 신사업의 단기 수익 창출은 어렵다. 전력시장 구조 자체가 민간이 주도할 수밖에 없는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시장 효율성을 명분으로 한 민간의 진입 확대가 장기적으로는 전력 공공성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과도기적 연료인 LNG와 신재생에너지의 불안정성을 보완하려면 기저 전력을 담보하는 공기업의 역할이 필수적”이라며 “국가 핵심 인프라가 민간 자본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될 경우 에너지 안보와 요금 안정성을 담보하기 어려워지므로 정부 주도의 정교한 공공 발전사 역할 재정립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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