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장바구니 비명’에도…트럼프 “인플레 사랑한다” [종합]

입력 2026-06-11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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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CPI 4.2%↑…3년여 만에 최대 상승폭
생활비 부담 커진 미국 민심에 역풍 우려
백악관 “이란 전쟁 끝나면 물가 급락” 해명
유가 상승에 1년 이상 누적 임금인상분 증발

▲미국 CPI vs 평균 시급 상승률. 단위 %. ※전년 동월 대비 기준. 노란색:CPI/하늘색: 시급.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미국 CPI vs 평균 시급 상승률. 단위 %. ※전년 동월 대비 기준. 노란색:CPI/하늘색: 시급.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치솟은 물가와 관련해 인플레이션을 사랑한다고 발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임금 상승률을 웃돌면서 근로자들의 실질소득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발언의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10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에 대한 기자들의 질의를 받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게 뭔지 아느냐”며 “나는 인플레이션을 사랑한다(I love the inflation)”고 말했다.

미국 노동부는 5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4.2% 올라 2023년 4월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월 28일 발발한 이란과의 전쟁으로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CPI는 2월 2.4%에서 3월(3.3%), 4월(3.8%)에 이어 5월 들어서도 오름폭이 확대됐다.

문제는 물가 상승 속도가 임금 상승을 앞지르고 있다는 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5월 미국 평균 시급 상승률은 3.4%에 그쳐 CPI 상승률보다 0.8%포인트(p) 낮았다. 이에 따라 물가를 반영한 실질임금은 전년 대비 0.7% 감소해 2023년 2월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WSJ는 급등한 휘발유 가격이 미국 근로자들의 1년여 임금 인상 효과를 사실상 모두 지워버렸다고 분석했다. 실제 실질임금 수준은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복귀한 지난해 1월 수준으로 되돌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인플레이션이 임금 상승분을 잠식하면서 소비심리도 악화하고 있다. 낮은 실업률과 증시 강세에도 미국 소비자들의 체감경기가 개선되지 않는 이유로 실질소득 감소가 지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물가 상승의 책임이 이란전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급등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의 인플레이션이 구조적 문제가 아니라 전쟁에 따른 일시적 충격이며 전쟁이 끝나면 물가도 빠르게 안정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발언이 논란이 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포스트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전쟁이 끝나면 좋아질 인플레이션 수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부대변인도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사태가 해결되면 석유와 가스 가격, 나아가 전반적인 인플레이션이 급락할 것이라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왔다”며 “행정부는 미국인들의 생활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인플레이션을 신속히 잡겠다고 공언해왔다. 더욱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이 물가 문제를 최우선 관심사로 꼽고 있는 상황이어서, 인플레이션을 가볍게 여기는 듯한 이번 발언은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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