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주 국내 증시는 코스피 지수가 장중 8900선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가 랠리를 펼치다 급락세로 돌아서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의 거센 매도 물량을 개인·기관이 받아내는 흐름이 연출됐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주(1~5일) 코스피 지수가 최고점을 찍고 밀리는 과정에서 국내 증시의 수급 지형도는 극명하게 갈렸다. 이 기간 개인 투자자는 누적 14조9474억원 순매수세하며 지수 하단을 지지했다. 기관 투자자 역시 2조7315억원의 매수 우위를 보이며 개인의 '사자'세에 가세했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는 홀로 17조7096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차익 실현에 나섰다.
수급의 핵심은 단연 반도체 대장주였다. 외국인은 반도체주부터 덜어냈고, 외국인이 쏟아낸 막대한 반도체 물량은 그대로 개인과 기관의 바구니로 옮겨갔다. 지난주 개인과 기관의 순매수 상위 종목과 외국인의 순매도 상위 종목은 일치하는 흐름을 보였다.
지난주 개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1위부터 삼성전자(6조7271억원), SK하이닉스(2조9137억원), LG전자(1조9657억원) 순이다. 기관 역시 반도체 투톱을 집중적으로 쓸어 담았다. 기관 순매수 1위는 삼성전자로 3조681억원, SK하이닉스도 1조6426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이어 NAVER(2765억원)가 순매수 3위에 올랐다.
개인과 기관의 순매수 상위 종목은 외국인의 순매도 상위 종목 순위와 정확히 맞물렸다. 외국인은 1위부터 삼성전자(-9조7895억원), SK하이닉스(-4조7124억원) 순으로 팔아치우며 차익 실현에 주력했다. 두 종목에서만 무려 14조원이 넘는 매물이 쏟아지 진 것이다. 외국인의 순매도 3위는 LG전자(-1조7761억원)가 차지했다.
반도체 대장주를 대거 처분한 외국인의 자금은 다른 소외 업종이나 지주사, 로봇주로 향했다. 외국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처분한 자금으로 SK스퀘어(7677억원), 대한전선(2102억원), 두산로보틱스(2075억원) 등을 매수했다. 반도체 대형주 비중은 줄이되, 투자사, 전력·인프라주, 로봇주의 매수에 나선 모습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기관과 외국인 간의 '수급 엇박자'도 관측됐다. 외국인이 가장 많이 담은 SK스퀘어(7677억원)와 두산로보틱스(2075억원)에 대해 기관은 오히려 각각 2844억원, 2095억원어치를 내던지며 순매도 상위 목록에 올렸다. 반면 기관이 가장 많이 처분한 종목은 LG전자(-3361억원)로 나타났다. 한편 개인은 차익 실현을 위해 SK스퀘어(-4713억원), 대우건설(-1298억원), 신한지주(-1078억원) 등을 대거 팔아치웠다.
증권가에서는 외국인의 매도세를 시장 이탈보다는 포트폴리오 재조정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는 최근 20거래일 연속 순매도했고, 누적 순매도 규모는 70조원을 돌파했으나 외국인 투자자의 코스피 지분율은 현재 39%로 오히려 상승세를 기록 중"이라며 "결국 외국인 순매도는 주도주 급등에 따른 리밸런싱 차원의 매물 출회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대형주가 멈춰 선 자리에는 소외되었던 업종으로의 순환매가 관측됐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모두 수급 쏠림이 완화되면서 순환매 장세가 이어지는 흐름"이라며 "코스피 반도체 대형주 부진 속에서 수급은 금융·소비재·소부장 업종으로 향하는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