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격 현실화율 등 상향 조정 가능성
"임대차 시장 부작용 고려한 설계 해야"

출범 1년을 맞은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세제 개편 국면으로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취임 첫해 대출 규제와 규제지역 지정 등 수요 억제책을 꺼낸 데 이어 주택 시장의 '삼중 강세(매매·전세·월세 동반 상승)'를 잡기 위한 다음 카드로 보유세 인상 등이 거론된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그간 세제 수술의 필요성을 직접 수차례 시사해 온 만큼 이르면 내달 발표될 세제 개편안을 통해 구체적인 규제 시간표가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7일 부동산 업계와 관가 등에 따르면 재정경제부는 지난해 '10·15 대책' 발표 이후 보유세와 양도세를 포함한 세제 개편 연구용역을 진행해 왔으며 현재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막바지 가동 중이다. 시장 전문가들과 TF 안팎의 관측을 종합하면 선거 이후 부상할 세제 개편 논의는 크게 두 축으로 압축된다.
현재 시장에서 전망하는 가장 강력한 규제 카드는 1가구 1주택자에게 최대 80%까지 주어지는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의 재설계다. TF 안팎에서는 현행 보유 40%, 거주 40%로 이원화된 공제율 구조에서 보유 공제율을 낮추거나 양도차익 규모에 따라 공제율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나아가 실제 살지 않는 비거주 주택에 대해서는 보유 공제 혜택을 전면 폐지하는 시나리오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종오 진보당 의원 등 범여권 의원들은 장특공을 폐지하고 3년 이상 보유한 주택을 양도하는 개인의 세금 감면 한도를 2억 원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보유세 부담을 높이는 방안 역시 검토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직접적인 종합부동산세율 인상이라는 정공법 대신 공시가격 현실화율과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상향 조정해 실질적인 세 부담을 가파르게 끌어올리는 우회적 규제 방식을 택할 확률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정시장가액 비율은 2009년 도입 이후 2018년까지 80% 수준을 유지하다가 2021년 95%까지 인상됐지만, 윤석열 정부에서 60%로 급격히 낮아진 바 있다. 다만 올해의 경우 6월 1일 보유세 과세기준일이 이미 지난 시점이라 시행령을 곧바로 고치더라도 당장 적용하기는 어렵다. 이에 따라 7월 세법 개정안에 인상 방침이 담긴 뒤 하반기 시행령 개정을 거쳐 내년부터 비율을 80~100% 수준으로 단계적 인상하는 스케줄을 추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주택자 규제 역시 세제 개편의 한 축이 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윤석열 정부 들어 완화됐던 다주택자 세 부담을 다시 강화하기보다는 현재의 중과 체계를 유지하면서 우회적으로 압박 수위를 높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와 종합부동산세 중과 기조를 유지하는 한편 의무임대 기간을 채운 주택임대사업자에 부여되던 양도세 중과 배제 혜택을 축소하거나 재검토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 같은 세제 개편 관측의 배경에는 이 대통령의 확고한 '실거주 중심 과세' 철학이 자리 잡고 있다. 이 대통령은 4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살지도 않으면서 투자용으로 오래 보유했다는 이유만으로 양도세를 깎아주는 것은 주거 보호 정책이 아니라 투기 권장 정책"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앞서 3월에도 주요 선진국 도시의 보유세를 한국과 비교한 기사를 공유하며 실효세율 강화 필요성을 언급했었다.
이렇다 보니 정부의 보유세 강화 카드는 다주택자를 넘어 '초고가·비거주 1주택자'까지 정조준할 것으로 보인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3월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서 "똘똘한 한 채 문제도 있고, 비거주 1주택을 포함해 강력한 정부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주택 수를 기준으로 삼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실제 자산 가치와 거주 여부를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과세 체계 개편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시장에서는 규제 중심의 세제 개편이 오히려 거래 위축과 임대차 시장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현재 양도세 중과세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보유세 규제까지 강화하면 소유자들이 버티기에 돌입해 매물이 꽁꽁 잠기는 동결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소유자들이 전·월세 계약 만료 시점에 맞춰 늘어난 세금을 세입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며 "그렇지 않아도 물량이 부족한 임대차 시장을 자극하는 부작용에 대비한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