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안전한 서울’ 시정 최우선 삼아야

입력 2026-06-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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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경 사회경제부 차장

▲박일경 사회경제부 차장
▲박일경 사회경제부 차장
‘설계도‧시방서(示方書)대로 성실히 시공하지 않아 구조물 안전과 내구성에 지장을 초래하는 행위.’

부실시공 정의다. 시방서는 설계 도면에 담지 못한 공사에서 필요한 재료와 시공 방법, 품질 기준 등을 정리한 기술 설명서를 뜻한다. 사고가 나지 않았다고 해서 부실시공에 해당하지 않는 건 아니다.

명문대 진학을 위해 강남 8학군으로 이사하는 ‘맹모삼천지교’와 견줄 어머니의 교육열 덕분에 초등학생 때부터 서울 서초구에 살았다. 대입 수험생 시절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를 겪었다. 입시학원 수업을 받다 너무 놀라 집에 전화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어머니 목소리에 절절하게 감사한 마음은 처음이었다.

학원 수업이 끝나자마자 귀가해 들어보니 마침 삼풍백화점에서 우수고객 대상 특별 세일을 한다고 연락이 와 찬거리를 살 겸 쇼핑을 가려했다 하신다. 오후 5시께 집을 나서는데 아버지가 그날따라 퇴근이 빨라 “5시 반쯤 집에 도착할 듯하고 같이 저녁 먹자” 전화를 줘서 식사 준비 때문에 다음날 가기로 미뤘다는 것이다.

만약 그대로 삼풍백화점을 향했다면 서늘하다. 5시 반에는 지하 식품 매장에서 한참 물건을 고르고 계셨으리라…. 삼풍백화점은 1995년 6월 29일 오후 5시 57분에 무너졌다. 지상 5층 꼭대기부터 순식간에 내려앉아 붕괴 전조를 전혀 눈치 못 챈 지하 1층 식품관에 있던 사람들은 거의 사망했다.

붕괴 시간이 하필 저녁 반찬을 사러 장 보러 나온 주부들이 많은 무렵이어서 사망자 502명 가운데 396명이 여성이었다. 31년이 흐른 지금까지 대한민국 단일 사건 중 최대 사망자 수 기록으로 남아있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참사 이후 8개월 만의 대참사였다.

문민정부는 사고 공화국이란 오명을 썼지만 형사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쳤다. 삼풍백화점 회장 이준에겐 업무상 과실치사상죄가 적용돼 징역 7년6개월, 삼풍백화점 측으로부터 뇌물 받고 설계변경을 승인해준 전 서초구청장 이충우는 징역 10월에 추징금 300만원이 확정됐다.

1995년 7월 1일 민선 제1기 출범을 불과 이틀 앞둔 시점으로 지방자치 제도하가 아닌 관선 체제. 서초구청 공무원이 뇌물수수 범죄를 저질렀다면 서초구청장 책임만으로 한정짓지 말고 부패한 자를 임명한 정부와 서울시가 관리‧감독권자로서 연대책임을 져야 했다. 변화 없이 참사는 되풀이 되고 책임자 처벌은 말처럼 쉽지 않다.

동네 친구는 실제 어머니를 잃었다. 실종자 명단에 올라 시신을 찾겠다며 대학수학능력 시험 날이 다가 오는데도 매일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을 뒤지고 다녔다. 시체가 건물 잔해물과 뒤섞여 당국이 잔해를 갖다버린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에서 희생자 142구나 추가 수습됐다.

사고 발생 1년이 훨씬 지난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무안국제공항 현장에서 최근 수습되지 않은 시신 일부가 잔해 더미에서 나왔다는 보도를 접했다. 31년 전 삼풍백화점 참사가 당연히 겹쳐졌다.

결국 모친 시신을 찾지 못한 친구는 후진 나라를 떠나겠다면서 부친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 갔다. 그 때 일은 아직 선명하다. 생각날 때마다 가슴이 여전히 먹먹하다.

반복되는 후진국형 참사 이제 끊어내자.

민선 제9기 서울특별시장은 화려한 메트로폴리탄 만들기가 아닌 ‘안전한 서울’을 시정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한다.

안전을 도외시하다간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된다. 초호화 백화점으로 불법 증축을 거듭한 경제적 대가는 혹독했다. 1996년 중견 재벌로 불린 삼풍건설산업은 눈앞 이익만 쫓다 공중 분해됐다. 중소기업 1100여 곳이 연쇄 부도 처리됐다.

e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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