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2014년 4월, 2022년 10월

입력 2022-11-02 06:00 수정 2022-12-19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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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경 사회경제부 차장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때 18살 고교 2학년 학생들의 안타까운 희생을 지켜보며 큰 충격에 빠졌다. 그 때의 기억이 아직 생생한데, ‘이태원 참사’로 20대 청년들이 또 희생됐다. 세월호 참사로부터 8년 6개월여 가량 세월이 흘렀으니, 18세 고등학생은 26세 청년이 됐겠다.

피어보지도 못한 채 쓰러진 10‧20세대에 기성세대들이 석고대죄를 해야 하지 않을까?

“선체에 대기해달라.”

여객선 선내 방송만 믿고 ‘제주도를 꼭 가보리라’ 얌전히 있었던, 고교 시절 한 번밖에 없는 수학여행에 들뜬 소년‧소녀들은 그렇게 차가운 물속으로 사라져갔다.

사고가 난 이태원은 평소 자주 놀러가는 곳이다. 이국적인 주점들이 골목과 어우러져 레트로 감성이 물씬 풍긴다. 소위 힙하다. 정말 남 일 같지 않다.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찾아온 ‘노 마스크’ 핼러윈 축제에서 참아왔던 매력을 맘껏 뽐내려던 순진한 젊은이들은 차가운 언덕길에서 눌려갔다.

“이 법은 재난을 예방하고 재난이 발생한 경우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기본적 의무임을 확인하고, 모든 국민과 국가‧지방자치단체가 국민의 생명 및 신체의 안전과 재산보호에 관련된 행위를 할 때에는 안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함으로써 국민이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함을 기본이념으로 한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2조 기본이념에 관한 조항이다.

재난안전법에 따라 국가와 지자체에 사고 발생을 사전에 방지하지 못한 안전관리 책임을 지울 수 있을 것 같은데, 황당하게 해당 법령은 주최자가 있을 경우에만 적용된단다. 때문에 시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행사에는 적용하지 못한다고 한다.

기본법에서 명시한 재난 안전 관련 기본이념이니 주최자가 없는 때에도 확대 적용하면 안 될까 싶은데, 결국 책임자 처벌은 형사처벌로 귀결되기에 형법상 죄형법정주의를 벗어나는 유추해석은 금지된다는 법리가 고개를 든다.

반쪽짜리 안전법을 만들어 놓고 ‘안전한 대한민국’을 외치고 있었다니…. 어른들의 위선에 배신감이 드는 건 나뿐인가.

10대와 20대를 거치며 수많은 또래 친구들의 고통에 가슴 아플 MZ세대(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 출생)에게 40대 기성세대 한 사람으로서 ‘일상회복’이란 기대를 애초 접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단순 방역수칙이 아닌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뉴 노멀(새로운 일상)로 삼자는 부끄러운 고해성사를 하고 싶다.

억울한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지만 현행법과 제도로 도와줄 방법이 없다는, 상처주는 얘기는 이제 그만하자. 수사 기관은 눈치 보지 말고 ‘법과 원칙에 따라 성역 없이’ 열성을 다해 사고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 2022년 11월의 대한민국을 사는 다 큰 어른이라면 뒤로 숨지 말고 책임지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길 바란다.

박일경 기자 e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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