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을 불과 약 90분 앞두고 극적으로 합의에 이르면서, 정부가 끝까지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절충점을 찾아낸 것이 결정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마지막 쟁점이었던 적자 사업부 보상 문제도 일정 부분 성과급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정리되면서 파업만은 피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김효신 노무사는 21일 YTN 라디오 '슬기로운 라디오생활'에서 이번 타결 배경에 대해 "정부가 놔주질 않았다"며 "파업 전날까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사후조정이 결렬됐지만, 자리를 옮겨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정부와 노동조합, 회사가 다시 마주 앉았고, 결국 서로 양보해 합의에 이르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법에 따른 조정 절차는 다 거친 상태에서 노사가 임의적으로 다시 앉은 것이고, 정부가 계속 대화를 놓지 않고 대화를 유도한 것이 큰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막판까지 협상이 난항을 겪은 핵심 쟁점으로는 적자 사업부 보상 문제가 꼽혔다. 김 노무사는 "비메모리 사업부가 적자 상태였는데도 성과급을 지급해야 한다는 노조 주장에 회사는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해야 한다, 안 그러면 경영권 중 하나인 보상 제도가 무너진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결국 지금은 비메모리 사업부에도 일정 부분 성과급을 배분하는 것으로 합의가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협상 과정에서 정부가 직접 중재에 나선 점도 의미 있게 평가했다. 김 노무사는 "정부가 잘 개입하지 않아서 탈이었던 것"이라며 "노조는 회사와 협상할 때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위에 놓일 수밖에 없고, 특히 성과급 같은 문제는 그동안 노사 협상 테이블에 올리기 어려운 사안이라는 인식이 강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가 반도체 수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인공지능(AI) 시대 핵심 산업을 맡고 있는 상황에서 7만5000명 규모의 거대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면 정부가 가만히 있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어떻게 해서든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노동계 차원에서도 이번 합의가 하나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김 노무사는 "그동안 교섭 대상이 아닌 성과급 배분 문제를 끝내 노동 교섭 테이블로 끌어와 합의했다는 것 자체가 대단히 큰 일"이라며 "지금은 상급단체가 없는 거대 독자 노조가 실리주의를 표방하면서 목표를 성취한 것이기 때문에, 노조 활동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 역시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양측이 계속 테이블에 나오게 하면서 대화 촉진자 역할을 해 성과를 만들어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번 파업 국면에서 삼성전자 노조가 여론의 폭넓은 지지를 얻지는 못했다고 짚었다. 김 노무사는 "지나치게 성과급 배분 문제에만 매몰된 것 아니냐는 반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노조는 철저한 이익단체가 맞지만, 단체 이익을 추구하더라도 항상 조화와 명분을 함께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노조가 지지를 받았던 이유는 약자에 대한 배려와 사회적 연대를 함께 외쳤기 때문인데, 지금 삼성 노조는 철저하게 성과급 배분 문제로 보이고 있어 노동계에서도 안타깝게 보는 시선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