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가 정기총회에서 이재명 정부의 지역균형발전형 대학 정책에 대한 현실론을 쏟아냈다. 특히 정치권에서 상징적으로 제시돼 온 ‘서울대 10개 만들기’ 구상에 대해 “정치적 슬로건에 가깝다”는 공개 비판까지 나오면서 향후 교육부 지역대학 정책 방향을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사총협은 14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제35회 정기총회를 열고 지역대학 재편 방향과 사립대학 재정 구조 개선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날 총회에서는 지역균형발전 전략, 외국인 유학생 정책, 대학 AI 혁신 사례 등이 함께 다뤄졌다.
이날 특별강연에 나선 이병헌 지방시대위원회 5극3특 특별위원장(광운대 경영학부 교수)은 기존 교육부 재정지원사업 구조에 대해 강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그는 “지금까지 정부 사업은 지나치게 파편화돼 있었다”며 “사업이 끝나면 간판만 남는 센터들이 대학 안에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업 없는 산학협력은 신랑 없는 결혼식과 같다”며 형식적 사업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지역 산업과 실제 투자 생태계가 결합된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앞으로의 대학 정책이 ‘정부 공모 대응형’에서 ‘지역 제안형’으로 바뀔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역 대학과 기업, 지자체가 먼저 지역 발전 프로젝트를 설계하면 중앙정부가 이를 패키지 형태로 지원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그는 “정부가 어떤 사업을 줄지 기다리는 시대는 끝나고 있다”며 “이제는 대학과 지역이 먼저 발전 전략을 기획하고 제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장 주목받은 발언은 류장수 전 교육부 대학구조개혁위원장(국립부경대 경제학부 교수)은 ‘서울대 10개 만들기’ 비판이었다.
류 교수는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정치적 슬로건이지 정책은 아니다”라며 “집권 이후에는 현실적 접근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대 수준 대학을 단기간에 여러 개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학생 1인당 교육비만 맞춘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연구역량·교수진·브랜드 등 축적된 자산 차이가 워낙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울대를 따라잡으려면 오히려 서울대보다 몇 배 더 많은 재정을 장기간 투입해야 할 수도 있다”며 “결국 세계적 수준의 지역대학 몇 곳을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방향이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거점국립대 중심 지원 체계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류 교수는 “거점국립대 몇 곳에만 예산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가면 지역 사립대 경쟁력이 급격히 약화될 수 있다”며 “핵심 대학 체계 안에 지역 사립대도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의 라이즈(RISE·현 앵커) 체계와 관련해서도 정치화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는 “지자체 권한 확대 방향 자체는 맞지만 나눠먹기식 배분이나 특정 대학 편중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거버넌스 정비 없이 권한만 넘기면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총협은 이날 등록금 규제와 관련한 헌법소원 추진 계획도 공식화했다. 사총협은 정부가 국가장학금과 연계해 사실상 등록금 인상을 억제해 왔고, 장기간 동결 기조로 사립대 재정 압박이 누적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사립대학 투명성 지수(가칭) 개발 △대학 운영 투명성 진단 TF 구축 △대학사랑기부금제 도입 △유학생 비자 제도 개선 등도 올해 중점 추진 과제로 제시됐다.
전민현 사총협 회장(인제대 총장)은 “사립대학 스스로 운영 투명성과 재정 건전성을 높여 사회적 신뢰를 확보하겠다”며 “이를 바탕으로 재정지원 확대의 정당성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