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잇따라 캐릭터 마케팅에 뛰어들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최근 주요 기술 기업들이 새로운 마스코트를 도입하거나 기존 캐릭터를 강화하며 이른바 '귀여움'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비인격적인 기술에 인간의 온기를 불어넣어 사용자들의 심리적 장벽을 허물려는 고도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과거 악명 높았던 종이클립 캐릭터 '클리피'의 실패를 딛고 새로운 AI 마스코트 '미코(Mico)'를 공개했다. 웃는 얼굴을 한 물방울 모양의 미코는 AI와의 대화를 더욱 자연스럽고 따뜻하게 느껴지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애플 역시 최근 노트북 홍보 영상에서 큰 머리를 가진 '리틀 파인더 가이(Little Finder Guy)'를 선보여 대중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구글은 자사의 안드로이드 로봇 마스코트를 사용자가 자신의 셀카를 기반으로 헤어스타일과 옷을 입혀 꾸밀 수 있는 개인화 서비스를 출시하며 브랜드에 다양한 분위기를 더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은 2023년 외계인 캐릭터 '스누(Snoo)'를 더욱 생동감 있게 재편했으며, 웹 브라우저 파이어폭스의 운영사인 모질라는 기존 로고를 '킷(Kit)'이라는 이름의 캐릭터로 탈바꿈시켰다. 모질라의 존 솔로몬 최고 마케팅 책임자(CMO)는 "크롬이나 사파리 같은 경쟁사의 로고가 다소 차갑고 경직된 것과 달리, 우리는 마스코트를 통해 도전자로서의 차별화된 온기를 전달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빅테크 기업들이 마스코트에 열광하는 배경에는 기술 기업을 향한 대중의 깊은 불신이 자리 잡고 있다. 심리학 전문가 나탈리 나하이는 "많은 기업이 '기술 독재자'라는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귀엽고 친근한 마스코트는 이를 희석하기 위한 완벽한 도구"라고 분석했다. 인간은 진화론적으로 큰 머리와 둥근 눈을 가진 '아기'와 같은 형상에 본능적으로 호감을 느끼는데, 기업들이 이러한 본능을 자극해 브랜드에 대한 거부감을 낮추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비즈니스 효과도 탁월하다. 2019년 연구에 따르면 마스코트를 활용하는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시장 점유율을 높일 확률이 37%나 더 높았다. 앤서니 패터슨 교수는 "마스코트는 차갑고 비인격적인 대기업에 목소리와 얼굴을 부여해 고객과 영원한 유대감을 형성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경향은 테크계를 넘어 출판계로도 번졌다. 영국의 출판사 펭귄북스(Penguin Books)는 1935년부터 사용해온 펭귄 로고에 유머와 인격을 담은 일러스트를 추가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캠페인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는 언어 학습 앱 듀오링고의 초록색 올빼미 '듀오(Duo)'가 꼽힌다. 듀오는 단순한 상징을 넘어 틱톡과 인스타그램에서 2000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거느린 거대 인플루언서가 됐다. 듀오링고 측은 "듀오가 캐릭터로서 사람들과 상호작용하기 시작하면서 브랜드의 위상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귀여움 뒤에 숨은 위험성도 존재한다. 패터슨 교수는 AI와 결합한 마스코트가 사용자와 일대일로 대화하며 특정 행동을 유도하는 상황에 대해 "조금 기괴한 일"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캐릭터를 앞세운 고도의 설득이 자칫 감정적 조작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조 카멜(Joe Camel)'이라는 낙타 캐릭터가 흡연을 조장해 논란이 되었던 것처럼 마스코트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성인 소비자들이 마케팅 상술을 간파할 만큼 영리해졌을지라도, 비판적 사고가 부족한 어린 세대에게는 이러한 귀여운 캐릭터 전략이 지나치게 강력하고 편향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