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거짓 없이 담대한 용기로 빛나는 순백의 글쓰기

입력 2026-05-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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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와 가까워질 때 그의 모든 것이 온다⋯‘백지 앞에서’

▲책 '백지 앞에서' 표지 (사진제공=문학동네)
▲책 '백지 앞에서' 표지 (사진제공=문학동네)

누구나 한 번쯤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는 삶 앞에서 자신이 어디쯤 서 있는지 묻게 된다. 최은영의 신간 ‘백지 앞에서’는 그런 순간들을 지나온 한 사람이 써 내려 간 고백에 가까운 산문집이다. 작가는 타인의 시선 속에서 자신을 감추려 했던 시간, 혼자가 된 이후 새롭게 삶을 배워가는 과정, 관계와 경험을 통해 이전과 다른 세계를 보게 된 순간들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특히 글쓰기를 통해 무너지고 다시 살아난 경험은 책 전체를 관통하는 축이 된다. 성공 이후의 부담과 긴 침묵의 시간을 지나 다시 문장 앞으로 돌아온 과정은 한 작가의 성장기이자 삶의 기록처럼 읽힌다. 저자는 상처를 쉽게 극복했다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불완전한 삶을 끝내 외면하지 않으려는 태도 속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힘이 어디에서 오는지 조용히 되묻는다.

데이비드 린치의 영화 세계를 파고들다⋯‘꿈의 방’

▲책 '꿈의 방' 표지 (사진제공=을유문화사)
▲책 '꿈의 방' 표지 (사진제공=을유문화사)

영화를 보고 난 뒤에도 장면 하나가 오래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 때가 있다. 데이비드 린치의 작품은 대개 그렇게 설명보다 감각으로 남는다. ‘꿈의 방’은 그 낯선 이미지들이 어디에서 출발했는지 추적하는 전기이자 회고록이다. 평론가 크리스틴 매케나의 기록과 린치 자신의 목소리가 번갈아 놓이며 한 예술가의 삶과 창작의 안쪽을 입체적으로 비춘다. 어린 시절의 기억, 가족과 도시의 풍경, 배우들과의 작업, 불안과 직관이 그의 영화 속 세계로 변해 가는 과정이 책 곳곳에서 드러난다. 이번 재출간본은 데이비드 린치 타계 1주년을 맞아 새롭게 정비됐다. 한국어판을 위해 린치가 직접 남긴 표지 글씨도 그대로 살렸다. 이 책은 린치의 영화를 해석하려 들기보다 그가 어떻게 꿈을 현실의 이미지로 옮겼는지 따라가게 한다.

낳지도 입양도 않고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위탁된 가족’

▲책 '위탁된 가족' 표지 (사진제공=다각)
▲책 '위탁된 가족' 표지 (사진제공=다각)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때로 대단한 구원이 아니라 아침을 챙기고 숙제를 묻고 아플 때 병원에 데려가는 평범한 하루일지도 모른다. ‘위탁된 가족’은 혈연이나 입양으로 묶이지 않았지만 한 아이의 시간을 함께 책임져 온 위탁가정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저자는 11년간 위탁부모로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아홉 가정과 열한 명의 아이들이 만들어 온 삶의 장면을 차분히 기록한다. 책은 위탁가정을 선의의 미담으로 포장하지 않는다. 학교와 병원, 행정 절차와 주변의 시선 속에서 반복되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동시에 아이를 돌보는 일이 개인의 착한 마음만으로 유지될 수 없으며 제도와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공적 과제임을 짚는다. 가족이란 무엇인지, 돌봄은 누구의 몫인지, 한 아이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 사회가 어디까지 움직여야 하는지 묻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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