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나 한 번쯤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는 삶 앞에서 자신이 어디쯤 서 있는지 묻게 된다. 최은영의 신간 ‘백지 앞에서’는 그런 순간들을 지나온 한 사람이 써 내려 간 고백에 가까운 산문집이다. 작가는 타인의 시선 속에서 자신을 감추려 했던 시간, 혼자가 된 이후 새롭게 삶을 배워가는 과정, 관계와 경험을 통해 이전과 다른 세계를 보게 된 순간들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특히 글쓰기를 통해 무너지고 다시 살아난 경험은 책 전체를 관통하는 축이 된다. 성공 이후의 부담과 긴 침묵의 시간을 지나 다시 문장 앞으로 돌아온 과정은 한 작가의 성장기이자 삶의 기록처럼 읽힌다. 저자는 상처를 쉽게 극복했다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불완전한 삶을 끝내 외면하지 않으려는 태도 속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힘이 어디에서 오는지 조용히 되묻는다.

영화를 보고 난 뒤에도 장면 하나가 오래 머릿속을 떠나지 않을 때가 있다. 데이비드 린치의 작품은 대개 그렇게 설명보다 감각으로 남는다. ‘꿈의 방’은 그 낯선 이미지들이 어디에서 출발했는지 추적하는 전기이자 회고록이다. 평론가 크리스틴 매케나의 기록과 린치 자신의 목소리가 번갈아 놓이며 한 예술가의 삶과 창작의 안쪽을 입체적으로 비춘다. 어린 시절의 기억, 가족과 도시의 풍경, 배우들과의 작업, 불안과 직관이 그의 영화 속 세계로 변해 가는 과정이 책 곳곳에서 드러난다. 이번 재출간본은 데이비드 린치 타계 1주년을 맞아 새롭게 정비됐다. 한국어판을 위해 린치가 직접 남긴 표지 글씨도 그대로 살렸다. 이 책은 린치의 영화를 해석하려 들기보다 그가 어떻게 꿈을 현실의 이미지로 옮겼는지 따라가게 한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때로 대단한 구원이 아니라 아침을 챙기고 숙제를 묻고 아플 때 병원에 데려가는 평범한 하루일지도 모른다. ‘위탁된 가족’은 혈연이나 입양으로 묶이지 않았지만 한 아이의 시간을 함께 책임져 온 위탁가정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저자는 11년간 위탁부모로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아홉 가정과 열한 명의 아이들이 만들어 온 삶의 장면을 차분히 기록한다. 책은 위탁가정을 선의의 미담으로 포장하지 않는다. 학교와 병원, 행정 절차와 주변의 시선 속에서 반복되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동시에 아이를 돌보는 일이 개인의 착한 마음만으로 유지될 수 없으며 제도와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공적 과제임을 짚는다. 가족이란 무엇인지, 돌봄은 누구의 몫인지, 한 아이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 사회가 어디까지 움직여야 하는지 묻는 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