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이앤씨 ‘공사비ㆍ금융조건’ 등 강점
현대건설 ‘사업 안정성ㆍ프리미엄’ 방점

서울 강남구 압구정5구역 재건축 수주전이 단순 브랜드 경쟁을 넘어 공사비와 금융조건, 사업 안정성을 둘러싼 ‘조건 전쟁’으로 번지고 있다. 현대건설·한화 컨소시엄은 ‘압구정 현대 갤러리아’를 앞세워 사업 안정성과 복합개발 구상을 강조한 반면 DL이앤씨는 ‘아크로 압구정’을 통해 낮은 공사비와 공격적인 금융조건을 제시하며 조합원 표심 공략에 나선 모습이다.
1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압구정5구역(한양1·2차 재건축)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490번지 일대를 지하 5층~지상 최고 68층, 8개 동, 1397가구 규모로 재건축하는 사업이다. 총공사비만 약 1조5000억원에 달하는 강남권 핵심 정비사업으로 향후 한강변 재건축 수주전 흐름을 가를 상징 사업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수주전의 핵심은 공사비와 금융조건, 사업비 부담 구조다. 조합 내부에서는 단순 공사비 수준뿐 아니라 향후 추가 금융비용 발생 가능성과 사업 안정성, 상가 수익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비교하는 분위기다.

DL이앤씨는 3.3㎡(평)당 1139만원, 총공사비 1조4904억원을 제안했다. 현대건설의 평당 1168만원, 총공사비 1조4960억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DL이앤씨는 물가 인상에 따른 추가 부담이 없는 확정 공사비 조건까지 내걸며 조합원 부담 완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최근 2년간 건설공사비지수 상승분을 반영해도 37개월 동안 최대 521억원 수준까지 공사비 변동이 없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0.00% 사업비 금리와 이주비 주택담보대출비율(LTV) 150%, 최대 7년 분담금 납부 유예 조건 등을 제시하며 금융조건에서도 공격적인 승부수를 던졌다. 특히 압구정5구역 종전자산평가액 평균이 약 35억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강남권 신축급 전세 이주 수요까지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일반분양 물량 29가구를 펜트하우스 등 하이엔드 설계로 차별화하고 상가 수익 극대화 전략까지 함께 제시하며 사업성 강화에도 초점을 맞췄다.
반면 현대건설은 단순 공사비 경쟁보다 사업 안정성과 브랜드 프리미엄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현대건설은 특화 설계와 운영비, 인허가 비용 등을 포함한 ‘올인원 공사비’ 구조를 제시했다. 총 1927억원 규모 특화·운영 비용을 공사비에 포함해 향후 조합이 별도로 부담해야 할 비용을 줄였다는 설명이다. 시공능력평가 2위, 아파트 부문 1위 실적과 전국 19만5211가구 규모 정비사업 준공 실적도 내세우고 있다.
DL이앤씨 역시 부채비율 84.38% 수준의 재무 안정성을 강조하며 리스크 관리 경쟁력을 부각하는 모습이다. 현대건설은 사업비 전체 책임 조달과 COFIX+0.49% 확정 금리 조건을 제시했고 추가 분담금은 최대 4년까지 납부를 유예하는 방안을 내놨다. 기본·추가 이주비에 동일 금리를 적용하고 입주 시 금융권 조달이 어려울 경우 시공사가 직접 자금을 조달하는 책임 조달 방안도 포함했다.
공사 기간도 이번 수주전의 관건 요소다. DL이앤씨는 압구정5구역 재건축 사업 공사 기간으로 57개월을 제시했다. 조합 원안(63개월)보다 6개월 짧은 수준이다. DL이앤씨는 책임준공 확약도 함께 제안하며 공기 단축과 사업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현대건설은 최고 68층 규모 초고층 단지 특성과 사업 안정성 등을 고려해 총 67개월의 공사 기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공사 기간은 조합원 이주·입주 시점과 금융비용 부담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강 조망 특화 설계 역시 이번 수주전의 핵심 경쟁 요소로 꼽힌다. 현대건설은 ‘전 세대 100% 한강 조망’을 전면에 내세웠다. 최대 폭 13m 규모의 ‘ZERO WALL 240도 광폭 파노라마 조망’ 설계와 17m 높이 하이 필로티, 독일 프리미엄 창호 브랜드 ‘슈코(Schüco)’ 적용 등을 통해 한강 조망 극대화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벽체와 프레임을 최소화해 거실에서 한강과 도심 스카이라인을 하나의 풍경처럼 연결감 있게 조망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설명이다.
DL이앤씨는 ‘아크로 압구정’을 통해 하이엔드 조망 특화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단지를 ‘더 매너 컬렉션’, ‘더 리젠트’, ‘더 코트’ 등 3개 콘셉트로 구성해 차별화된 스카이라인을 구현하고 조합원 전 가구의 S급 이상 한강 조망을 104% 충족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또 한강 변 1열 주동에 조합원 가구를 100% 배치하고 일부 가구는 최대 9개 실에서 한강 조망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고 밝혔다.
압구정 일대에서는 ‘압구정 현대’ 브랜드 상징성과 통합 개발 기대감 등에 대한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건설은 한화 건설부문과 복합개발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갤러리아백화점과 압구정로데오역을 연결하는 통합 동선 설계와 호텔급 컨시어지, 프리미엄 식음(F&B) 운영 등을 추진하고 있다. 주거를 넘어 상업·문화 기능이 결합된 압구정 생활권 조성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압구정5구역 같은 초고가 재건축 사업에서는 단순 공사비 차이보다 향후 단지의 브랜드 가치와 프리미엄 형성 가능성이 더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며 “조합원들도 어떤 브랜드가 압구정의 상징성과 미래 가치를 더 높일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