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당첨금 노리는 사람들⋯반도체는 복권이 아니다

입력 2026-05-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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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권 당첨자들 사이에는 불문율처럼 내려오는 행동 수칙이 있다. 당첨 사실을 가급적 주변에 알리지 말라는 것이다. 잭팟 소식이 퍼지는 순간 “함께 잘 살자”며 도움을 기대하는 이들이 줄을 잇기 때문이다.

최근 삼성전자의 성과급 논란을 지켜보며 이 ‘당첨자의 비극’이 떠오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성과급 확대를 둘러싼 기존 노사 갈등과 인공지능(AI) 반도체가 만들어낸 기업의 초과이윤을 사회적으로 어떻게 나눌 것이냐는 근원적인 논쟁이 맞물려 돌아가는 형국이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제기한 ‘국민배당금’ 논의도 궤를 같이한다. AI 반도체 호황으로 거둬들일 막대한 초과 세수를 사회적으로 어떻게 환원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의식이다. 그 배경에는 AI 산업의 결실이 특정 기업과 직군에 쏠리며 사회적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자리하고 있다.

SK하이닉스에서 내년 성과급으로 수억 원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퍼지며 “1년 일하고 집 한 채 값 번다”는 반응이 쏟아진다. AI 호황의 결실이 일부에 집중되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자극하는 ‘그들만의 탑승권’처럼 여겨지는 모양새다.

삼성전자를 향한 시선은 더 복잡하다. 삼성전자는 민간기업을 넘어 국가 경쟁력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노조의 협상 결렬 선언 직후 회사가 “임직원과 주주, 국민에게 큰 걱정과 불안을 끼친다”는 표현을 공식 입장문에 담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노사 갈등의 파장을 단순한 사내 문제가 아니라 국민 경제 차원의 문제로 설명한 셈이다. 이처럼 기업의 성과가 공공의 영역으로 치환되는 순간 그 성과를 왜 일부만 가져가느냐는 질문은 정당성을 얻고 논쟁은 더욱 뜨거워진다.

하지만 AI 반도체 산업의 성과를 단순한 ‘횡재’로만 보기는 어렵다. 산업의 특성 상 수십조 원 규모의 선제 투자와 기술 경쟁, 공급망 리스크, 긴 불황의 시간을 기업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 지금의 초과이윤 역시 하루아침에 떨어진 복권 당첨금이라기보다 수년간의 투자와 적자, 실패 가능성 끝에 나온 결과에 가깝다. 업황이 꺾여 수조 원의 적자가 발생할 때 우리 사회는 ‘사회적 자산의 위기’라며 손실을 함께 나누자고 말하지 않는다. 그 비용은 철저히 기업과 투자자의 몫으로 남겨진다.

손실은 기업의 몫으로 남겨둔 채 이익만 사회의 공공재처럼 바라보기 시작하면 초과이윤을 둘러싼 논쟁은 더 소모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흑자를 어떻게 나눌지에 대한 계산이 아니다. 그 흑자가 어떤 투자와 실패 끝에 만들어졌는지 함께 바라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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