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모방 논란’ 블루엘리펀트가 놓치고 있는 것

입력 2026-05-13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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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진 생활문화부 기자
▲연희진 생활문화부 기자

“당시 레퍼런스를 참고한 측면 자체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법원에서 다투고 있는 것은 그 행위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에 해당하느냐 여부다.”

고경민 블루엘리펀트 대표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젠틀몬스터와의 디자인 소송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간담회 내내 법적 방어 논리를 내세운 그의 모습에 변호사 출신 경영인을 선임한 이유가 읽혀졌다.

블루엘리펀트의 방어 논리는 이렇다. 패션업계에서 트렌드를 참고해 제품을 만드는 것은 ‘관행’이며, 아이웨어는 안경알·코받침·다리로 단순하게 구성돼 독자적인 디자인이 나오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젠틀몬스터 또한 선행 제품을 참고한 제품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기자 입장에서 소송 중인 두 기업의 잘잘못을 미리 가릴 생각은 없다. 양사의 법리 다툼은 결국 재판장이 가릴 것이다. 문제는 그 너머에 있다. 디자인을 참고한 것은 맞지만 위법은 아니라는 논리를 계속 이어갈 때, 과연 브랜드에는 무엇이 남을까.

블루엘리펀트는 단순한 제품 공급사가 아니라 브랜드다. 표준국어대사전은 ‘브랜드’의 정의를 사업자가 자기 상품에 대해 경쟁업체의 것과 구별하기 위해 사용하는 표지라고 설명한다. 그런 의미에서 검찰이 두 기업의 제품을 3D 스캔으로 비교했을 때, 99%에 가까운 일치율을 보인 제품이 다수 있다는 점은 블루엘리펀트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한다.

고 대표에게 아이웨어 특성상 고유 디자인을 선보이기 어렵다면, 이 브랜드의 차별점은 무엇인지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다양성을 기반으로 한 합리적인 가격”이었다. 패션 카테고리 브랜드의 차별점이 가격이라면, 그것은 쉽게 대체된다는 점에서 아쉬운 답변이었다.

고 대표는 해외 시장에도 진출, K아이웨어의 패션화를 넘어 대중화에 나설 것이란 포부도 밝혔다. 거대 자본력이 장악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로만 확보할 수 있는 입지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기에 블루엘리펀트의 미래가 우려된다.

부정경쟁방지법이 선발주자의 견제 수단으로 쓰여온 측면이 있다는 고 대표의 문제 제기도 검토해볼 가치는 있다. 다만, 법정 공방에서 승소가 브랜드의 고유한 정체성을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K아이웨어라는 정체성을 단단히 하려면 가성비보다는 더욱 강렬하게 소비자를 매료시킬 더 강력한 무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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