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사업비 급증에 주택공급 축소 우려"
적정임금제 재발의…업계 “비용 반영 장치 필요”

미국·이란 전쟁 등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공사비 고공행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품질·노동 기준을 강화하는 법안들이 국회에서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입주민 보호와 근로자 처우 개선이라는 취지는 공감하면서도 향후 공사비 상승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대표 발의한 ‘주택법’ 일부개정안은 공동주택 바닥충격음 성능검사 기준에 미달할 경우 현행 ‘권고’ 중심의 조치를 ‘명령’ 체계로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기준 미달 시에는 보완시공 명령을 원칙으로 하고 기준 충족 때까지 보완 공사를 진행하도록 했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준공을 불허하는 조항도 담겼다.
같은 날 배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동주택 층간소음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은 공동주택 사용검사 전 모든 가구의 바닥충격음 성능을 측정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측정 결과가 기준에 미달하면 보완시공을 통해 성능 기준을 충족하도록 하는 구조다. 사실상 층간소음 사후 성능검사를 표본·권고 중심에서 전수·명령 중심으로 전환하는 취지다.
층간소음 문제는 입주민 간 갈등을 넘어 사회적 문제로 확산하면서 제도 개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현행 제도만으로는 성능 기준 미달 사업장에 대한 실효성 있는 조치가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사후 검사와 보완시공의 강제력을 높이는 방향의 입법이 추진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건설업계 안팎에서는 전수조사와 반복 보완시공, 준공 불허 조항이 사업 일정에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착공했거나 분양가 산정이 끝난 사업장에 강화된 기준이 적용될 경우 추가 비용 부담 주체를 둘러싼 갈등도 불가피할 수 있다.
김화랑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공동주택 층간소음 문제를 입주민 간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입법안은 타당하다”면서도 “준공 불허 등 과도한 규제가 이뤄질 경우 사업비 급증에 따른 주택공급 물량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노무비 부담을 키울 수 있는 법안도 추진되고 있다. 윤종오 진보당 의원이 지난달 대표 발의한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은 건설근로자에게 직종·기능별 기준 임금 이상을 지급하도록 하는 ‘적정임금제’ 도입이 핵심이다.
개정안에는 공사 계약을 맺을 때 전체 공사비 가운데 인건비 규모를 별도로 명시하고, 산출내역서에도 재료비·노무비·경비 등을 구분해 적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다단계 하도급 과정에서 인건비가 깎이거나 다른 용도로 쓰이는 것을 막고 임금 체불을 줄이기 위한 취지다.
법안은 우선 공공 발주 공사에 적용한 뒤 일정 규모 이상 민간 공사로 확대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개정안 시행 후 인상된 노무비 현실화분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 원도급사와 하도급사 모두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특히 정액계약 구조에서는 늘어난 노무비를 시공사가 자체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제도 도입에 앞서 계약 구조 개선 논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