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한국경제는 반도체 산업과 주식시장이 우리가 위치한 톱 순위권의 국가경쟁력을 대변하는 듯하다. 과거 어린 시절에 겪었던 한국경제와는 전혀 다른 경제의 다이내믹스와 기술 수준을 보면서, 우리 한국경제가 과연 동일한 무대인지 하는 생각마저 든다.
하지만 100년이 넘는 국가경제 데이터를 통해 100개가 넘는 국가의 경쟁력 순위가 뒤바뀌는 큰 흐름에서 보면, 한국 경제는 분명 추락하고 있다. 잠재성장률 지표 등 경제 전반의 시그널을 고려할 때 이제 한국 경제가 하락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봐야 한다. 비록 현재 반도체 산업이 선전하고 있고 주식시장이 양호해 보이지만, 분명한 것은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모멘텀이 축적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지금의 반도체 산업과 주식시장 역시 이러한 한국 경제의 하락 추세 속에서 나타난 일시적 반등이나 횡보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향후 100년간 미래 한국경제를 그려본다면 현재의 성과만으로는 하락 추세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이러한 한국경제의 하향 추세 구조를 우리는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국가경제 데이터가 보여주는 추세하락 국면을 어떻게 늦출 수 있을 것인가? 나아가 이러한 국면을 전환할 길은 없는 것일까?
많은 전문가와 식자들은 인공지능(AI) 시대에 맞추어 우리 경제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거나, 인적자원을 보다 창의적이고 소프트파워 중심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인구감소와 고령화 추세 등 인구구조와 산업 사회의 하드웨어 중심이나 노동시장 문제 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처방만으로 한국경제가 하락 국면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최근 반도체 산업과 주식시장에서 나타난 한국경제의 자신감 역시, 현상유지를 뒷받침하는 수준의 기여로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100개 이상의 국가와 경쟁하며 한국 경제가 이룩한 성과는 동서고금에 걸쳐 누구도 해보지 못한 기적과 같은 일이다. 물론 당시 글로벌 자유무역 환경, 이데올로기적 지원, 그리고 이를 이끈 한국 경제의 리더십과 전략 등이 잘 맞아떨어진 결과이기도 하다. 앞으로는 이러한 환경과 노력만으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한국경제의 하락을 막기 어렵다고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무엇인가를 바꾸고, 다르게 생각하며, 무대와 경쟁력을 새롭게 살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우선 한국 경제를 규정하는 정부·기업 관계 내지 정부·시장체제를 근본적으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당연시되어 온 경제시스템을 가급적 줄여나가고, 기업과 시장이 새롭게 설계하는 경제 질서를 우선 받아들이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기업과 시장이 문제를 야기할 경우 정부가 개입해도 결코 늦지 않을 것이다.
다음으로, 한국 경제를 더 이상 한국시장이나 한국계 기업, 또는 국내 경제주체에 국한해 바라보지 말아야 한다. 지난 100년간 주요 경제강국 어느 하나도 자국시장과 자국 경제주체만으로 성장하지 않았다. 이제 한국 경제는 우리가 익숙하게 인식해 온 우리끼리의 경제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더 넓은 시장과 다양한 경제주체와 접합하는 구조로 나아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국 경제를 지금보다 훨씬 더 유연하고 개방적인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하며, 글로벌 인적·물적자원을 적극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구조로 바꾸어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 경제를 이끌고 온 정신과 경험, 그리고 비즈니스 모델은 소중한 자산이지만, 그것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보다 활기차고, 보다 다양하며, 보다 개방적인 방향으로 과감히 전환해 나가야 할 시점이다. 한국 경제를 이끌 젊은 다국적 리더십을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