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이글스가 결국 결단을 내렸다. 시즌 초반 극심한 난조에 빠진 우완 강속구 투수 김서현이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지난해 한화 뒷문을 책임졌던 마무리 투수가 불과 몇 달 만에 퓨처스리그행 통보를 받은 것이다. 팀이 김서현에게 건넨 메시지는 재정비였다.
한화는 27일 경기가 없는 날 김서현을 1군 명단에서 말소했다. 올 시즌 11경기에서 1승 2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9.00. 숫자만으로도 부진이 선명하다. 더 큰 문제는 내용이었다. 8이닝 동안 안타 7개, 홈런 1개, 볼넷 14개, 몸에 맞는 공 2개를 내주며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이 2점대를 기록했다. 필승조는커녕 매 이닝 위기가 반복되는 흐름이 이어졌다.
김서현은 한화가 오랫동안 기다려온 강속구 유망주였다. 서울고를 졸업하고 1차 지명급 기대 속에 프로에 입단했고, 지난해 잠재력이 폭발했다. 69경기에서 33세이브를 올리며 팀의 정규시즌 상위권 도약과 한국시리즈 진출에 힘을 보탰다. 구단 우완 최다 세이브 기록까지 세우며 차세대 마무리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하락 신호도 있었다. 지난해 시즌 막판 SSG전 블론세이브, 가을야구에서의 난조는 단순한 일시적 흔들림으로 넘기기 어려운 장면들이었다. 강한 공은 여전했지만 스트라이크 존을 안정적으로 공략하지 못했고 승부처에서 흔들리는 장면이 반복됐다.
올해는 그 불안이 현실이 됐다. 시즌 초반부터 구속은 예년만 못했고, 제구는 더 흔들렸다. 150km대 중후반을 찍던 공이 140km 후반~150km 초반에 머무는 날이 많았고, 볼카운트를 불리하게 끌고 가는 투구가 잦아졌다.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14일 삼성 라이온즈전이었다. 김서현은 1이닝 동안 볼넷과 몸에 맞는 공을 합쳐 무려 7개의 사사구를 허용하며 무너졌다. 스스로 위기를 만들고 점수를 내주는 보기 드문 경기였다.
그래도 한화 벤치는 믿음을 거두지 않았다. 김경문 감독은 마무리 보직을 외국인 투수 잭 쿠싱에게 넘기면서도 김서현을 계속 1군에서 활용했다. 부담이 덜한 상황에서 반등을 기대한 것이다.
그러나 26일 대전 NC 다이노스전이 결정타가 됐다. 3-3 동점 7회초 등판한 김서현은 선두타자를 잡은 뒤 볼넷을 내줬고, 대타 안중열에게 좌월 투런 홈런을 맞았다. 한화는 결국 패했고, 김서현은 다시 패전투수가 됐다. 다음 날 곧바로 2군행이 발표됐다.
김서현을 둘러싼 가장 큰 논쟁은 투구폼이다. 독특한 상체 움직임과 릴리스 타이밍 때문에 데뷔 때부터 “재능은 확실하지만 재현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었다.
KIA 타이거즈 출신 윤석민은 27일 유튜브 채널에서 김서현의 투구를 두고 “정확하게 던질 수 있는 자세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기본적으로 정교한 제구를 하기에 어려운 메커니즘이라는 뜻이다. 그는 동시에 “이미 프로까지 이 폼으로 왔기 때문에 대대적인 수정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도 말했다.
즉, 자세 자체가 문제일 수는 있지만 지금 와서 전면 교정이 해답은 아니라는 의미다. 오히려 현재 메커니즘 안에서 스트라이크 비율을 높이고 자신만의 존 공략 방식을 찾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조언이다.
실제 야구계에서도 의견은 갈린다. SPOTV 손건영 해설위원은 26일 대전 NC 다이노스전을 중계하다 김서현이 투구 시 머리가 돌아가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타 전문가들 또한 머리 회전, 밸런스 붕괴, 릴리스 포인트 흔들림 등을 지적하는 시선이 있는 반면, 단순히 폼 하나로 설명할 수 없다는 반론도 있다.
김서현의 난조를 단순히 ‘자세 탓’으로만 돌리기 어려운 이유는 또 있다. 정신적 부담과 팀 운용 구조다.
지난해 후반기 부진 이후 김서현은 포스트시즌 등 무대 실패를 경험했다. 젊은 투수에게는 적지 않은 충격이다. 이후 시즌 초반 연달아 흔들리자 팬들의 시선은 더 날카로워졌고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압박감도 커졌다.
여기에 한화 불펜 전체가 과부하 상태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정 투수들에게 등판이 몰리고 경기 후반 승부처마다 불펜이 소모되면서 전체 흐름이 꼬였다. 이런 구조 속에서 흔들리는 김서현을 계속 접전 상황에 투입한 선택이 과연 적절했는지도 논란거리다.




